[데스크칼럼] 최두혁 (NTN 취재국장)
그는 지난 23일 오전 8시 쯤 느닷없이 A4용지 5장 정도의 분량으로 된 제목도 없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려놓고 이를 ‘고별사’로 대신한다면서 품위없이 공직을 떠나고 말았다.
적어도 1급 지방청장이면서 대외적으로 기관장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세청의 고위간부가 뒤끝을 그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모두를 할말을 잃고 혀를 차고 있다.
마침 25일 오전 박찬욱 서울청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으니 더욱 대조적이다.
공무원 계급 사회에서 꽃이라 불리우는 관리관(1급) 자리까지 오른 분의 이같은 못말리는 행동은 아마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있는 사건(?)일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부산지방국세청장 자리에서 1급 승진과 함께 중부청장으로 오기까지는 뭇사람들에게 그의 이미지는 상사에 대한 예의바른 행동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승부욕이 강한 아주 저돌적인 선배로 기억되고 있었다.
더 이상 갈 곳 없자 조직에 온갖 불만 토해
그러던 분이 1급까지 올라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막무가내식의 행동으로 나온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너무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1급까지 승진을 위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고분고분 하던 분이 갑작스럽게 공직자로써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이해할 수 없는 막다른 행동을 보인 것을 놓고 국세청 식구들은 속 보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이다.
스스로 고별사에서 밝힌 내용 중 1급이 되면 관행으로 미리 작성하는 사직서 얘기인데 이는 국세청 개청 이래 지금까지 해당자 모두가 조직에서 나가달라고 하면 당시에는 억장이 무너질 지라도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옷을 벗고 그 다음 퇴임식을 갖고 떠났다.
이런 관행을 놓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일이라 하면서 항명을 내비친 처사를 의거인양 떠벌이는 것은 그동안의 예의바른 행동에 비추어 빛을 바랜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분고분하던 분이 더 이상 목표물이 없어지자 먹던 물에 침을 뱉는 꼴이 됐다.
그의 주장대로 자신이 얼마나 조직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는지 자신이 거친 지방청 두 곳의 직원들에게 확인해보면 안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자기도취에 불과한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양쪽 식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급 사표제출 관행 시대착오라고 ‘맹비난’
그는 불과 얼마 전 자신의 최고인사권자인 전군표 청장에게 업무보고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지방청 각과 간부들을 적어도 15차례 이상 자기 집무실로 불러 숫자를 고치도록 했다고 한다.
이같은 행동을 지켜본 일부 직원들은 “열정적인 업무추진과는 사뭇 다른 부하직원 괴롭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신만은 모르고 있다”면서 오히려 연민의 정을 내비쳤다.
이어 어느 간부는 “뿐만 아니라 평소 주간업무회의 때 지방청 간부는 물론 일선 간부들을 쥐 잡듯 몰아치는 업무스타일 역시 자신만이 조직을 위하고 애국하는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 말고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직설적인 표현을 빌어 평가절하했다.
훗날 후배들이 이 같은 그의 돌발적인 해프닝성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는지는 제쳐두고 어쨌거나 그는 30여 년간 몸담았던 국세청 조직을 떠났다.
무지막지하게 일에 미쳐 지금까지 달려왔으니만큼 앞으로는 스스로의 건강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를 찾아 보다 행복한 제2의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동안 중부청 식구들 역시 못 말리는 청장을 맞아 마음고생 많이 했는데 모처럼 훌륭한 또 다른 K모 청장을 만나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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