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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세청 인사시스템 문제없나
[칼럼] 국세청 인사시스템 문제없나
  • lmh
  • 승인 2007.04.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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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심재형 (NTN 주필)
   
 
 
김호업 전 중부지방국세청의 고별사가 세정가 안팎으로 전해지면서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세청 내부 분위기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이미 명예퇴직으로 국세청을 떠난 세정가 OB들은 우려의 눈으로 사태 후유증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과 같은 불상사로 인해 끈끈했던 국세청 조직이 와해되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눈치다. 언젠가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했다는 전직들도 상당수다.

한 가지 유념 할 것은 이번 사태를 김 전 청장 개인의 인사문제로 봐서는 결코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근간의 인사패턴과 조직 안정성 면에서 문제를 짚고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직이동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며 특히나 예측 가능성이 없는 인사운영의 문제점을 모두가 지적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세청에 도입된 명예퇴직제도는 한동안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만 60세인 법정정년(法定停年)을 2년 앞당겨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이를테면 인사의 숨통을 트여 준다는 명분에서다.

수십 개 성상(星霜) 국세행정에 기여해온 고급인력들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 아래 해마다 무리지어 세정가를 떠나니 인사 순환 면에서는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부작용들이 노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들 가운데 그 누구도 명예퇴직을 명예스럽게 여기는 당사자가 한 사람도 없으며 되레 패장(敗將)같은 자격지심에 후배들 보기가 민망스럽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명퇴자들은 아주 짧은 행사로 평생을 걸어왔던 공직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려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축적된 노련미가 아깝다는 아쉬움도 이젠 한낱 감상적인 평가로 시대 속에 파묻혀 가고 있다.

그러나 명예롭지 못한 명예퇴직도 문제려니와 평생을 봉직하다 세정가를 떠나는 이들에게 자긍심마저 상실케 하는 현실은 뭔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도 조직 내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수순인양 인식들을 하고 있다. 직업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도 예외가 아니다. 일선세정의 중심인력인 주무자급의 이직(離職)에도 적잖이 우려를 나타내던 때가 엊그제 일 같은데 지금은 1급 퇴진에도 미동(微動)조차 안한다.

이사관급은 어떠한가. 임자는 많고 갈 곳은 한정되다보니 물밑경쟁이 처절할 정도다. 조직의 안정성 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될 수가 없다. 국세청 OB들도 이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세무법인에서 활동 중이지만 국세청 재직 시 자타가 공인하는 ‘세정 기술자’(?)였던 P씨. 그는 자신이 숙련인력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시고 있던 국장님으로부터 피눈물 나게 일을 배운 결과’라고. 윗분 잘 만난 덕에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됐다는 뜻이다.

또 다른 케이스로 부하직원들로부터 많은 추앙을 받았던 지방청장 출신 C모씨. 그분은 싹수가 보이는 부하직원에게는 특유의 ‘성공 기법’을 전수해 주는 등 후진양성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때문에 그를 따르는 부하들이 많아 주위의 부러움과 함께 질시를 받기도 했다. 그들은 한때 국세청 조직이 출중하기로 이름 높던 원인도 이런 끈끈한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나름의 진단을 하고 있다.

지금은 세무전문인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어쩌다 후배들을 접한 자리에서 세상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재직 시 그들이 공유했던 조직 상·하간에 끈끈한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 것 같다는 얘기다.

관리자 壽命이 이래서야∙
근간의 인사패턴은 ‘人才 낭비’

유능인력으로 키우려는 상사(上司)들의 부하 사랑도 그렇거니와 직원들 역시도 윗분에게 무엇을 전수받으려는 갈망 같은 것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 변화를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요즘의 인사패턴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보직이동이 ‘속성 코스’로 이어지다 보니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부하 챙길 여유는커녕 자칫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불출상관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란다. 그러자니 간부진들은 가급적 소리 안내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어렵사리 승진 자리에 오른다 해도 자리 앉기가 무섭게 아래로부터 치받히는 신세가 된다.

사실 국세청은 다른 부처에 비해 승진적체가 유독 심하다. 그러다 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2~3개 단위로 쪼개 인사운용을 하는것 같다. 단기 보임으로 여러 사람을 등용시키는 형식의 인사가 정형화 되고 있다.

적재적소의 개념보다는 인사권자의 십시일반(十匙一飯)적 배려가 더 가미돼 있는 느낌이다. 국세청 가도(街道)가 이른바 ‘속성 코스’로 변해 버린 것도 이 같은 인사의 숨통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방국세청장 보임도 단발에 단기가 된지 오래다. 그래도 장본인들은 그것 자체를 큰 행운으로 여긴다. 야전사령관 한번 못해보고 세정가를 떠나는 불운아(?)들도 허다하니 말이다.

하지만 지역 세정 책임자들의 단명(短命)은 국세행정의 신뢰 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방청장직을 끝으로 명예 퇴직한 어느 분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털어놨다.

자신이 국세본청 근무 시 국세청장의 메시지를 들고 현직 지방청장 명퇴를 종용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자신도 얼마 후 지방청장 보임을 받지만 자신이 전임자에게 했던 전철을 그대로 받게 되더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지역의 국세행정 책임자로서 영(令)이 안 선다. 직원들 앞에서도 그렇거니와 특히나 외부, 그러니까 지역 납세권(圈)으로부터 권위가 안 선다는 것이다.

자리 오르자마자 퇴임준비…지역세정 신뢰에도 금 생겨
조직안정 우선 둔 인사행정 시급

지방청장들은 취임하자마자 지역 경제인 등 주요 납세계층 인사들과 공식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관례처럼 되어 있는 이른바 ‘세정 간담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신임 청장들은 나름의 세정운영 방향을 밝힌다.

지역 상공인들도 이 자리를 통해 지방청장의 세정철학을 읽게 된다. 이에 기대를 걸기도 하고 일면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방청장을 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지원세정을 펼치겠다는 취임 일성이 채 메아리치기도 전에 퇴임을 하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이렇듯 지방청장 존재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전락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자. 자칫 지역세정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세무대리인의 입을 빌어 봐도 공연한 우려가 아닌 성 싶다. 국세행정의 ‘권위주의’는 진작에 사라졌다지만 국세행정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권위’마저 상실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며칠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나란히 수십 개 성상(星霜) 몸담았던 세정가를 떠났다. 직업공무원의 꽃이자 국세청 내 ‘빅 3’에 속하는 1급(지금은 고위공무원단) 공직자들이다. 법정 정년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남았으며 할 일도 많았을 그들이다.

이에 대한 국세청 내·외부의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정상 고급인력들이 ‘마(魔)의 문턱’(?)에서 너무나 무의미하게 수십 성상 몸담았던 공직을, 그것도 쫓겨나는 기분으로 마감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의 씁쓸했던 일련의 후유증이 이를 대변해 준다. 물론 조직의 활력 상 인력의 순환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 세정에 보다 큰일을 할 수 있는 재목들이 일찌감치 겪어야 할 보직을 다 거쳤다 하여 선별 없이 퇴출대상에 든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 풍부한 경륜이 되레 하자(瑕疵)가 된대서야 그것을 어찌 정상(正常)이라 할 수 있을까. 인재가 많다는 국세청이지만 관리자급 전원이 자신의 앞일을 예측하지 못한 채 속을 태우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오히려 ‘될 성싶은 재목’들이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곁가지를 쳐주는 인사패턴으로 조직의 병목현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지금 세정가 안팎에선 전군표 현 국세청장 이후의 조직 구도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시 20회인 전(全) 청장의 뒤를 이을 예비 수장(首長)은 상식적인 해석으로 행시 21회가 바통을 받게 된다. 세정가는 벌써부터 ‘행시 21회들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세본청에는 한상률 차장을 비롯하여 21회들이 적지 않게 포진되어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인물은 차장 및 서울·중부청장 등 요직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인사 패턴 하에서는 3명 모두가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인재의 소중함과 조직의 안정성을 우선 염두에 둔 그런 인사행정이 자리 잡을 수는 없는 것인가. 근간의 인사 패턴은 분명 요직(要職) 낭비요 인재(人材)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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