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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짜 이야기] 세곡동(細谷洞), 세(三)희(姬)가 끌고, 삼(三)광(光)이 지킨다
[세짜 이야기] 세곡동(細谷洞), 세(三)희(姬)가 끌고, 삼(三)광(光)이 지킨다
  • 김종상 논설위원
  • 승인 2017.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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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상

서울의 동남쪽으로 대모산 끝자락,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내려서 성남 쪽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우측에 세곡동이라는 동네가 있다. 예전에는 경기도의 작은 개천 옆(細川里)에 숨어 있는(隱谷) 듯한 마을이었던 이곳이 1963년 세곡동(細谷洞)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성동구에 편입되었고, 1975년에는 강남구로 바뀌면서도 아직도 전원풍(田園風)의 동네로 남아있었다.

서울시 면적 605.33㎢의 100분의 1이 넘는 6.36㎢로, 서울의 25개 구청, 423개의 행정동 평균 넓이보다 4배는 크면서도 그린벨트의 나지막한 산림이 많아 동네의 마을 이름들도 쟁골마을, 궁마을, 교수마을, 자곡동, 율현동 등 시골 냄새가 풀풀 나는 서울의 보통시 같았다. 이런 곳이 지금은 그 주변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 하듯 탈바꿈을 하면서 인구도 10년 전 5000여명에서 지금은 4만8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수서 고속전철역(SRT) 등, 세(三)희(姬)들이 이끄는 강남권개발

세곡동이 최근 3~5년새 인구가 증가해 온 것은 이 지역 일대 그린벨트에 정부가 보금자리 아파트를 많이 건축한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이 일대의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계획과 건너편 송파구의 문정도시 개발, 동남권 유통물류단지 개발계획이 맞물린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곡동대로 건너편 수서동의 요란한 건설현장도, 흔적도 안보이게 땅속에서 50㎞가 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율현터널’ 등을 남쪽으로 파 내려가 어느 틈(실은 5년 소요)에 완성했나 싶었던 것이 SRT였다.드디어 지난해 12월 9일 개통이 되고 연말까지 벌써 100만명에 육박하는 승객을 실어 날랐다고 하며 이번 구정 전후 100만 이상이 SRT를 이용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개발붐을 이끌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의 부구청장등을 지내다가 2010년 새누리당의 공천으로 첫 여성 구청장에 당선(2014년 무난히 재선)되어 현대자동차가 차지한 옛 한전 노른자위 땅을 중심으로,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계획에도 강남구의 희망을 적극 반영하여 광역복합환승쎈타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는 등 개가를 올리고 있다.

작년의 총선에서는 이곳 강남지역에서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깨고 민주당의 여성 후보 전현희 씨가 미국과의 FTA 주인공,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을 밀어내고 당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 등으로 전국적으로 야당 바람이 거셌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곳 세곡동을 포함한 강남구을 지역에 보금자리 주택지역으로 유입된 젊은 세대들이 전통적인 여당 보수지역의 성향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위주의 중산층 보수 지역에 등장하여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온 ‘신연희(申燕姬)’ 구청장과 한참 후배인 ‘전현희(全賢姬)‘ 의원, 이 두 사람을 이곳 사람들은 비슷하게 소리나는 대로 ’새(신)녀니‘와 저녀니’로 부르는 것도 유머스럽게 들린다. 문정동쪽, 송파구 박춘희(朴春姬) 구청장(2010년 당선)도 이름에 ’희(姬)‘자가 들어간 여성이니 이 지역(강남+송파)을 세 여걸(女傑)들이 이끄는 셈이다. 여러 가지 개발 덕분에 이곳에는 큰 역이 생긴 것 이외에도 큼직한 요양병원이 개원했고, 수서동 본당에서 새 살림을 차려 나온 세곡동성당이 추기경님의 축성(祝聖)하에 문을 열었다.

▶세곡동의 삼광(三光)이 전원 마을을 지키는데 앞장 선다

서울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세곡동이 개발지역의 중심으로 변모하여 인구가 늘고 편리한 도시기반이 확충되면서 자연스레 땅값,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시골다운 풍광에 반해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주민들은 복잡한 변화를 싫어하고 옛것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 중에는 1990년대 초 이곳 율현마을로 이사하여 세곡동뿐만 아니라 강남지역에서 알아 모시는 유지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김광(金光)0’ 원장이다. 원래 독일어 선생님으로, 유명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큰 기숙학원의 원장을 지내신 이력이 있으며 완전 백발에다 멋있는 스카프, 낭만스런 인품으로 여러 기관, 회의에서 앞다투어 고문으로 추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양한 진돗개 한 마리도 기르고 있으며, 요즘은 조심스러워 하지만 저녁 시간이면 세곡동 어딘가의 생맥주(500CC 10잔 쯤은 거뜬한 주량), 복집 등에서 지역 식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지역 여성 ‘광‘자로는 커피(ENSO) 전문가 ’이광(李光)0‘여사로 10여년전에 이곳에 인연이 있어 우연히 들렸다가 이 동네 분위기에 끌려 청담동에서 이사한 후 교수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이 지역 사랑방격인 커피, 맥주 카페를 운영하며 이 동네를 아끼며 즐기고 있다. 세곡동 자치위원장(구청이면 구의회 위원장격)을 맡아서 동 살림에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마을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요즘 시국에 주말마다 보수단체 태극기 집회에 개근하는 맹렬여성이다.

세 번째 광자 인물은 수서동에서 제일 중요한 공직자인 주민센터(동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이광(李光0)’ 동장이다. 동주민을 위하여 헌신적인 이 동장은 지난 연말에도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동네 주민들을 초대하여 주민센터 지하에서 송년모임을 마련했다. 부인이 시내 유명 음식점을 경영하는 솜씨를 발휘하고, 정성을 다한 이 자리에 삼광(三光)을 비롯한 이웃사촌들이 모여서 복잡해지는 지역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마을을 지켜나가는 걱정들도 나누었을 것이다.

고스톱(GO-STOP) 게임에서 오광(五光) 중 삼광을 따오면 스톱(Stop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세곡동의 삼광들은 스톱을 하지 않고 더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고(GO)를 외치고 있다. 세곡동, 그 곳에 가면 아직도 멋있는 전원의 풍광(風光)이 있고, 인간다운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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