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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 전원책과 이재명의 논쟁
[세상(稅想) 칼럼] 전원책과 이재명의 논쟁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1.06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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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신년 들어 특집방송으로 방영된 ‘2017년 - 한국 어디로 가나’는 패널간에 재벌기업의 실효세율로 대접전이 벌어졌다. 충돌한 패널은 전원책 변호사와 이재명 시장이었다.(이하 직함 생략)

이재명이 ‘10대 재벌의 실효세율이 11%대’라는 지적을 하자, 전원책은 16%대라고 언성을 올렸다. 이어 “기재부 세제실장에게 물어보고 이야기하라. 내 말을 똑똑히 들어라”라며 화를 돋구었다.

어쨌든 토론 내내 좌충우돌하는 전원책의 신경질과 고함에 패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그가 Talking 할 자리에서 shouting만 하는 100분을 지켜보아야 해서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대 최고의(?) 논객들이 모였다는 소식에 고품격의 토론을 기대한 나머지 시청률은 방송사 최고치를 갱신하였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전원책의 주책이 저잣거리의 언쟁으로 보였다. 결국 인터넷에는 이를 지적하는 글들로 홍수를 이루었다.

이 토론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데자뷔 우울감에 빠졌다. 왜 우리는 대화(conversing)를 못하고 싸울까(quarreling). 왜 우리는 품격 있는 정치, 품격 있는 토론, 품격 있는 비판과 응수가 불가능한가. 이런 것들이 우리를 남과 북, 남과 남으로 갈라놓고 있는데 말이다. 토론(debate)에는 세가지 기본 금기가 있다. 첫째,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cutting)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래야 대화(dialogue)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Di’는 두 사람을 의미한다. 남의 말을 가로채는 건 모노레일 즉 독백(monologue)이다.

둘째, 상대방을 가르치려(teaching) 들면 안 된다. 설명과 설득을 해야 한다. ‘이상한 말을 한다’거나 ‘그런 말은 하지 마라’는 건 우격다짐이고 억지다. 패널끼리는 훈장과 선생 사이가 아니다.

셋째, 싸우면(quarreling) 안 된다. 화를 내거나, 고함치거나, 욕설은 반칙이다. 그런데 그는 다른 패널의 말을 수시로 자르고, 가르치려 들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화를 냈다. 세가지 금기사항을 모두 뛰어넘은 거다.

아이러닉하게도 독불장군형 언쟁은 그를 유수한 두 개 방송사의 고정 출연자로까지 부상시켰다. 논란적이어서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방송사의 사활인 광고매출과 직결되고 있다. 그러나 공익적 언론기관으로서 재고할 측면이 있다. 그의 그런 언쟁 방식이 일반인에게 정상적인 토론으로 오인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건 언쟁이지 결코 품격 있는 토론이 아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채널에서 매주 방영되는 그의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조차 뜨겁다. 노출 빈도수 및 시청률이 괄목할 만큼 높다. 그 만큼 부작용도 커진다.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의 의무교육(12년)은 대화(conversing)와 토론(debate)과 언쟁(quarreling)의 차이를 언제 한번 가르쳐 본적이 있는가 싶다. 방송국 패널들에게조차 사전에 토론의 규칙을 알려주어야 할 처지이니 이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화(conversing)의 co는 ‘함께’라는 의미를 갖는다. 함께라는 건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독불장군으로 가지 말라는 거다. 기본적인 대화조차 안되니까 불통이 최대의 정치이슈가 되고 있는 셈이다. 다시 실효세율로 돌아가 보자. 10대 재벌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얼마냐가 쟁점이었는데 한 사람은 11%라는 것이고 다른 이는 16%라는 거였다. 해당 방송사는 그 다음 날 기획재정부에 10대 재벌의 실효세율에 대하여 fact check를 하였단다. 12%라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하였다. 이재명 시장이 거의 근접하였다. 그랬더니 이 번에는 전원책이 자신은 10대 재벌을 기준으로 이야기 한 게 아니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래서 동영상을 다시 확인하여 보았지만 그는 ‘10대 재벌’의 11%를 16%가 맞는 거라고 우겼다. 어디에도 다른 기준으로 말한 근거가 없었다.

세상은 이렇다. 당대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 패널조차 녹화 동영상이 있어도 딴 얘기를 한다. 국회 청문회에 나온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이고 검찰에 고발된 높은 분들도 닮은 꼴이다. 어찌되었든 우리 재벌들의 실제 세금 납부 수준이 고작 12% 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이들도 많다. 개인 납세자들이 과세표준 기준으로 월 백만 원 이상 38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경우 내는 세금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는 기껏해야 신입사원의 월급수준이다.

사실 법인세가 우리보다 높은 나라들이 얼마든지 많다. 미국은 40%대이다. 호주의 경우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물으니 25%란다. 우리의 경우 10%대에 불과한 법인세 실효세율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여야는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릴지 말지를 놓고 수년 채 아웅다웅이다. 명목세율은 허울뿐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명목세율이 얼마든 간에 각종 감면을 받으면 10%대로 떨어지는 실효세율에 주목하여야 한다. 명목세율 올리자 싸우지 말고 조용히 최저한세를 올려야 한다. 가령 과세표준 500억 이상의 법인에 대하여는 최저한세를 20%로 올리는 거다.

법인세율 인상은 투자 저해라는 여당의 으름장을 무력화하려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건드리지 말고 대기업의 최저한세를 인상하는 거다. 그것이 응능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는 최적의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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