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최대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이 결과적으로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바다. 정부 발표대로 22조원의 사업자금이 들었다하는 이 4대강 사업이 성공을 거뒀다고 여기는 국민은 별로 없다. 전문가들조차도 대다수가 명백한 실패였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 사업에 들어간 총 비용 규모가 32조7000억원이었다고 이해찬 의원이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밝혀왔던 22조원과 1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이해찬 의원 측이 수자원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사업을 전액 재정이 아닌 8조 원 규모를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떠맡으면서 이 같은 비용 손실이 발생했다. 수공은 8조원의 사업비 전액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은 정부가 예산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4대강에 소요된 수공 부채 8조원 중 70%인 5조5500억원을 분할납부하라고 결정했다. 나머지 30%인 약 2조4300억원과 이자비용을 올해부터 2031년까지 16년간 납부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이자로 지급한 1.5조원, 2036년까지 약 2.8조원, 총 4.3조원의 이자비용과 정부 부채원금 약 2조 4300억원 등 수공 채무에 투입되는 국민 세금은 약 6조 7000억원에 달한다.
또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정부가 갚아주기로 한 기존 댐 사용 등 미래에 발생할 단지발전 사업 순이익 3조 9700억원을 원금상환 비용까지 합치면 4대강 사업비 22조원과 별도로 10조 7000억원이 추가 투입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공의 채권발행 비용을 수익사업에 따른 향후 수입과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실패로 수익환수가 원할하지 않자 원금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수공에 떠넘겨 수공은 결국 천문학적인 부채를 전부 떠안게 돼버렸다.
이 의원은 "당시 수공이 이사회에서 4대강 사업 참여를 결정한 배경 등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으로 엄청난 빚더미 속에 허덕이서도 수공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등 주주에게 1,980억 원을 배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수공은 이를 위해 계약서도 없는 정부의 약속과 착공도 하지 않은 수변 사업 개발이익을 근거로 4대강 사업비 전액을 무형자산 처리해 부채가 없는 것처럼 회계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가 3년이 지난 작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수공의 4대강 부채 가운데 30%만 갚아주는 것으로 결정하자 수공은 부랴부랴 지난해 말 4대강 사업비 부채 6.4조원을 회계상 손실처리했다.
더구나 수공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실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 사업을 확대해봤지만 여기서도 결국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자료를 보면, 수공은 2012년 태국의 11조원 규모의 물관리 사업에 입찰해 우선사업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태국 내 벌어진 쿠데타로 인해 지난해 2월 이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수공은 이 사업에 입찰참여 비용으로 40억원, 직원인건비 등으로 64억원을 사용했다.
총 104억원을 지출했고 태국 정부에 책임이 있음에도 수자원공사는 배상은커녕 이의 제기조차 하지 못했다. ‘입찰자는 어떠한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수공의 해외 투자 실패는 또 있다. 필리핀의 앙갓댐 수력발전사업 지분 투자는 지난해 가뭄으로 5개월 동안 발전기를 가동 못해 당기순손실 220억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수공의 투자주식 90억원은 전액 손상처리 됐다.
전 의원은 “이것이 4대강 사업의 해외수출이라고 요란하게 떠들어 댔던 태국사업의 말로”라며 “사업 수주에만 혈안이 돼 말도 안되는 독소 조항에 사인을 했고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수공이 '눈 뜬 봉사' 노릇을 한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경인아라뱃길의 적자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인아라뱃길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는 워터웨이플러스로 수공의 자회사다.
2012년 5월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2008년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여객선 이용자 수와 화물 물동량 예측치에 비해 턱없는 성과를 거뒀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수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초 예측치의 10%대 수준에 불과한 초라한 성과를 거뒀다.
MB 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현정택 원장이 있던 KDI는 201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경인아라뱃길의 물동량을 805톤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88만톤으로 예측치의 11% 수준에 그쳤다. 최근 1년간 경인아라뱃길 구간의 화물선도 하루 평균 0.35회 운행해 사실상 운하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객 운송실적도 처음에는 4척의 여객선이 운영됐지만 이중 3척은 운행을 중단한 상태로 현재 1척만 운행 중에 있다. 여객선 이용객 예상치도 올해 5월까지 4년간 60만6000명의 여객이 아라뱃길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여객수는 8만4000명으로 13.9%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지난 3년간 워터웨이플러스 사장과 상임이사는 각각 1억 731만원과 7804만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가져가며 총 1억853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처럼 투자한 사업마다 막대한 '투자손실'을 기록했으면서도 수공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2000억원의 '배당 잔치'를 벌여왔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투자 헛발질'은 국민을 속여 무리하게 강행한 사업추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방만경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손실의 결과가 국민들의 삶의 질 저하와 미래의 희망을 포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