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자진신고에 불응한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말까지 자진신고시 가산세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고 했음에도 불응한 자들에 대한 엄정조치 차원에서다.
국세청은 15일 세종시 국세청 본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6월 중 자진신고에 불응한 역외소득 은닉 혐의자 3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에는 자진신고 불응자 및 국세청이 그간 해외 탈세제보·정보교환 등 축적된 정보를 토대로 정밀 분석한 결과 혐의가 드러난 자도 포함됐다.
조사대상은 대부분 법인이며, 조사대상 중에는 사회적 인지도가 상당한 혐의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조세회피처에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검은머리 외국인’도 3~4명 정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세청이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해 조사하고 있는 인원은 10명 정도다.
이번 조사대상의 주요 탈루 유형은 영국령 버지니아 아일랜드(BVI) 등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를 이용한 수법이 지목됐다.
투자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회계상으로 손실처리하거나, 사주 개인이 설립한 현지법인에 회사가 투자금을 대고 그 자금을 사주가 유용하는 횡령하는 사례 등이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사주가 보유한 해외 현지법인 주식을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저가양도한 수법이 꼽혔다. 이렇게 저가 양도한 회사를 제3자에게 고가에 재양도하고 그 주식 양도차익을 조세회피처에 은닉해 탈루한 것이다.
해외 현지에 설립한 법인에 중개수수료·용역대가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가공비용을 사주가 해외에서 유출, 자기 돈처럼 쓴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해외 소득·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가 밝혀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듭해 예외없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기존에 정보교환으로 수집하던 국외소득자료 뿐 아니라 내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 101개국으로부터 자동으로 해외 금융정보를 전달받아 역외탈세에 대한 국가간 공조망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은 금융회사가 과세당국에 제출한 금융계좌정보를 각국 과세관청이 정해진 시기에 상호교환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양국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이 국회 비준이 될 경우 오는 9월부터 정보교환이 가능해진다.
또한 내년 9월엔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케이만 제도, 영국령 버지니아 아일랜드 등 주요 조세회피처 54개국과 금융정보를 교환하게 되며, 2018년에는 46개국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납세자의 경우 성명, 계좌번호 및 잔액, 금융소득 등의 자료가 매년 9월을 기준으로 국세청에 입수된다.
만일 역외탈세 행위를 제보하려는 사람은 국세청 126 세미래 콜센터 내 ‘해외탈루소득신고센터’ 등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중요 정보 제보로 탈루세액 또는 포탈세액 등 산정에 기여한 제보자의 경우 최대 3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되며, 미신고한 해외 금융계좌 적발에 중요한 자료를 제보하는 경우에도 별도로 최고 20억원(과태료 및 벌금액의 5~15%)까지 포상금을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제공조 등 적법한 모든 수단을 통해 역외탈세자를 추적하고, 적발시 관련법에 따라 형사고발하겠다”며 “역외탈세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실이 인식되도록 모든 조사역량을 결집해 엄정한 세무조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