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조세저항…조세철학으로 해결"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본지는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어두운 세금
가. 세금에 대한 극단적 의견 차이
경제민주화 및 증세와 관련하여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의 시각차이는 극단적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12년 8월에 보도된 한겨레신문 칼럼 ‘증세, 진짜와 가짜의 구별’과 한국경제신문 칼럼 ‘징벌적 세제개편’ 이다. 결론을 보면 진보언론은 “이번 선거에서 부자 증세를 외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보수언론에선 “징벌적 세금은 약탈이다”이다 고 주장한다.
한겨레신문의 내용은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국부의 공평한 배분으로 과세에 의해 소득재분배 기능에 집중해야 하며, 직접세 강화를 통한 증세만이 해결책이다. 현 정권이 5년 동안 깎아준 세금만 80조원이다. 한국의 슈퍼부자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금융자산의 규모가 약 7790억달러이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없이는 경제민주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난 무조건 부자 증세를 외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한국경제는 “정부의 내년 세제개편안은 고소득자·대기업의 증세에 집중하는 부자증세 코미디이다. 이같은 징벌적 세금은 약탈이다. 전체 국민을 털 수 없으니 부자와 기업만 두드리자는 꼼수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기형적인 구조다. 근로자의 12%가 82%의 세금을 부담하지만, 면세근로자가 40%를 넘는다. 법인세는 상위 1% 기업이 79%의 세금을 낸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ㆍ대기업 증세는 형벌이고, 약탈이다. 경제민주화 구호에 세정이 무너진다.”고 한다.
위 둘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하기도 하지만 균형을 상실한 편협한 내용이기도 하다.
나. 우리의 어두운 세금 현실
대한민국의 부유층 해외 금융은닉자산 7790억달러라고 하고, 2011년 조세피난처와 `수상한 돈거래`는 181조원에 이르고, 국내 최대 성형외과의사는 수십억원의 세금을 포탈했고, 저축은행 부실대출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친형부터 정ㆍ관계의 추악한 부패가 드러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세금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전에 언급했듯이 “한국은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정당들도 위증과 사기를 쳐왔고 일반 시민들도 나을 것이 없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뿐 아니라 아들ㆍ손자들의 세금까지도 손을 대고 있다”
2. 거세지는 조세저항.
가. 스승의 마지막 관심사는 조세저항.
필자의 스승 故 최명근 교수님은 저서 ‘세무학 강의’ 머리말에서 “‘조세 저항’을 다루지 못했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마무리 하겠다”고 하셨으나 스승의 타계로 ‘조세 저항’에 대한 연구는 우리 후학들의 몫이 되었다.
스승은 ‘납세자의 조세저항권’과 관련한 강연에서 “우리 조세연구의 사각지대로서 조세가 문명사를 발전시킨 근본철학탐구가 시작되지 않았다. 정부와 국민간의 타협 없는 마찰에서 납세자가 기댈 최후의 보루가 없다.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기본인권침해에 대한 국민저항권이 그것이다. 우리 헌법도 국민의 저항권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철학이 없는 조세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음주운전과 같다. Adams도 성난 납세자는 정부에 치명적이라고 하면서, 이들은 1차로 탈세와 조세회피를, 2차로 소동을, 3차로 폭력화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므로 조세는 불을 다루듯이 해야한다. 따라서 국민의 자연적 기본인권으로서 조세저항권을 연구하는 것은 조세불만을 정부가 미리 읽어서 조세저항에 의한 사회적 파탄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프리 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독자들 분노 끓어
서점에서 세금관련 책자는 많이 팔리지 않는다. 그러나 2010~2011년에 세금부문 저서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있다. 전직 신문기자인 저자 선대인이 쓴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프리 라이더』가 그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세금을 거둬 가는지, 또 그렇게 거둔 돈을 얼마나 멋대로 쓰는지를 누설한다. 저자는 세금이 걷히고 쓰이는 내밀한 비밀을 앎으로써 납세자로서, 우리가 좀더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그렇게 낸 세금이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주장한다.
어느 독자(ci**l765)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세금에 대해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지만 이정도 인줄은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의문이 생겼고 참담했다.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한숨만 쉬며 살아야하나! 사람들이 몰랐기 때문에 그저 굴러가는 사회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또 다른 독자들은 “내 돈이 정의롭지 못한 자들에 의해 도둑질 당하고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와 있다.
다. 주유소 플랭카드에 “유류세금 인하 요구”
집 주변의 주유소에 기름값 세금에 관한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비싼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서민들만 등골 빠진다. 내려라! 내려라! 내려라! 세상을 바꾸는 힘! 우리 서민이다.” 이 내용에서 세금저항이 이제 국민들 속으로 파고든다는 생각에 섬뜩함을 느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대표적인 조세저항의 역사를 살펴보자.
라. 4·19때 세무서 난입사건
1954년∼1960년대는 과중한 세금부담으로 집단시위가 발생하고, 세무공무원의 비리가 만연해 국민불신이 심각했고, 4·19때는 세무서에 납세자들이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 박정희 정권 때의 조세저항
5·16후 국민의 납세의식이 충돌한다. ‘왜 세금을 내는가’에 대해 대부분 납세자는 ‘빼앗긴다’는 인식이 팽배했다.1970년대에 경기침체·인플레이션·환율상승·고리 사채 등으로 ‘72년8월3일 긴급경제조치가 단행되고 1974년 1월 긴급조치 3호가 선포되고, 세정혁신에 나서 ‘74년 3월 국세청의 사무관급이상 113명에 대한 면직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1977년7월1일 부가가치세가 시행됐으나 정부의 강행 처리에 납세자들의 반발이 많았다. 결국 1979년10월16일 부산 마산지역에서 부가가치세에 대한 저항이 내재된 부마민주항쟁이 발발해 세무서가 파괴됐다.
바.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때의 조세저항
1980년 ‘광주사태’에서 세무행정에 대한 불만이 분출돼 세무서가 시위군중에 불타는 사태가 발생했고, 대도시 일부세무서에는 화염병 투석 방어용 철망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정화라는 명목으로 많은 세무공무원이 해직된다. 1990년에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취지로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시행됐으나 국민들의 저항을 받았고 얼마 후 위헌 판결을 받게 된다.
사. 노무현 정권 때의 조세저항
복지 및 증세를 공약으로 집권한 진보진영 노무현 정권은 ‘증여세 포괄 과세’,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중과세 도입’, ‘세무조사의 남용’ 등으로 국민적 저항을 받고 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내주어야 했다. 그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 세계역사 속의 조세저항
가. ‘세금이야기’에 나타난 ‘세금 도망가기’
전태영 교수가 쓴 ‘세금이야기’에는 세금저항역사를 생생히 기록한다. 과거의 통치자들은 갖가지 세금을 만들어 냈다. 사망한 자에게 부과하는 사망세, 화로에 부과하는 화로세, 창문 수에 따라 부과되는 창문세, 병역면제세와 같은 특이한 세금이 생겨났다. 귀족들은 면세되었고, 평민들이 세금을 부담했다. 결국 세금을 납부할 길이 없는 농민들은 사원이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쳤다.
현대에는 기업이 떠난다. 기업을 떠나보낸 국가는 불황과 실업 등의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되었고, 기업이 새롭게 택한 국가들은 급격한 경제성장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정부가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가볍게 하게 되면 가격이 인하하고, 밀수와 탈세와 관리의 부패를 줄여 결국은 거래량이 증가하고 세금수입이 증대된다. 따라서 국가를 바로세우는 구심점에 세금제도가 자리한다. 이 책은 세금제도가 끼친 국가의 재정적 실패와 성공사례를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나. 고대 이집트의 가혹한 세리들
이집트의 국민들은 곡식수확의 20%, 과일의 17%, 꿀의 25%를 세금으로 냈다. 세리(稅吏)의 횡포가 심해 농민들은 세금보다도 세리를 더 두려워했다. 세리는 부엌을 뒤졌고, 세금을 내지 못하는 농부를 매질했다. 이에 세금을 내지 못한 농부들은 사원으로 도망쳤다. 이집트 왕가에서는 이러한 세리의 횡포에 대해 세리의 부정이 발견되면 코를 자르고 사막으로 추방했다.
다. 고대 로마
옥타비아누스 초대 황제(BC 27)는 42년 동안 제국을 발전시켰고, 총독들의 압제와 세금징수업자의 횡포를 모두 제거했다. 전쟁세는 재산의 1%를 과세했고, 인두세는 성년 남자에게만 부과했다.
아우구스투스 이후, 80년 동안 네로 등의 학정으로 반란이 있었으나 AD 96년부터 약 100년 동안 유능한 황제가 통치하게 되면서 로마는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61~180)가 왕위에 올랐을 때, 외부 침략을 방어하느라 국고가 고갈되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마르쿠스는 자신의 재산을 경매처분하였고 이도 부족하여 새로운 세금의 도입으로 납세자들의 반란이 이어졌다. 마르쿠스 이후 50년 동안 26명의 황제가 나타났는데, 그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살당했다. 로마의 혼란은 디오클레티아누스(284~305) 황제가 등극하면서 잠잠해졌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토지세에 관한 혁신적인 처방을 내렸지만 세금정책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이후 물가폭등으로 세금을 현물로 받아들였는데, 양곡창고, 수송부, 징수로 등이 생겨나고 이를 관리하는 직원이 늘었고, 이에 시달리게 된 농부들이 경작지를 떠나 도망갔다. 농민에게 이동의 자유를 박탈했다. 이로 인해 비관주의ㆍ절망이 팽배해진 로마는 주변민족들의 집요한 공세로 멸망했다.
라. 프랑스 혁명 (낡은 제도와 혁명)
중세 프랑스에서 귀족과 성직자는 세금이 면제되거나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그리고 농민은 전체 세금을 냈다. 루이 16세 때에도 불공평한 세금제도가 지속되었다. 게다가 베르사유 궁전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어, 국왕은 수천만 리라를 귀족들로부터 빌려 썼다.
루소 등 당시의 지식인들은 방탕한 왕국과 세금제도의 폐단을 35권의 백과사전에 실어 출간했다. 특권층의 불공평성을 알게 된 평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정부는 세제개혁을 시도했으나 루이 16세가 의회의 해산을 요구하고 군대를 동원하였고, 의원들은 항복하였다. 그 혼란 속에 세금 차별을 받아오던 각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학생, 변호사, 귀족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농부들과 근로자들은 곡물창고를 습격하고 지주들을 위협했다. 국왕은 군대를 파리로 집결시켰으나 군대가 혁명을 지지함으로써 국왕은 군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
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루이 16세와 왕비 앙드와네뜨가 처형(1793)되었다.
마. 미국 독립 전쟁(1775년~1783년)
미국 독립 전쟁은 영국의 북아메리카 식민지 중에서 동부 13개주가 영국의 조세정책 등에 반발하여 일으킨 전쟁이다. 미국은 1776년에 건국했고, 이 전쟁은 프랑스 혁명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독립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영국의 미국 식민지에 대한 과도한 조세 정책이다. 1763년 파리강화회담에서 영국은 식민지에 대해 조세 정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후 설탕법 등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였으나 큰 반발이 따르지는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인지세법으로 식민지인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반발했고 영국은 인지세법을 철폐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1770년 보스턴 학살 사건이 발생하여 보스턴 시민 5명이 사망하였다. 이러한 불만이 누적되어 1773년에는 미국 독립 전쟁에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이 발생하였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미국을 지지하였고, 결국 미국은 독립을 쟁취했다.
바. 미국 남북 전쟁 [南北戰爭] (1861~1865년)
우리 대부분은 남북전쟁을 노예해방전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관세였다. 북부지역은 관세의 혜택을 보았으나 남부의 면화농장들은 영국 섬유사업자들이 남부면화를 구입하지 않아 직업을 잃게 될 처지에 있다. 남부는 연방관세의 폐기ㆍ거부를 요구하였고, 연방연합의 탈퇴를 위협했다. 이것이 남북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4. 조세철학 필요
가. 조세철학 없는 한국. : 조세철학은 경제ㆍ교육ㆍ정치ㆍ법철학의 총결산장(總決算場)
대한민국에는 조세철학에 관한 논문도 저서도 없다. 이런 조세철학의 부재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세금을 ‘천민 민주주의와 천민 세금’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필자가 기고한 내용들은 조세철학이 없는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조세철학을 연구ㆍ발전시켜야 한다. 이항녕 교수의 저서 [법철학개론]이 좋은 본보기이다. 이 교수는 “법철학은 자연철학ㆍ 인생철학ㆍ사회철학ㆍ경제철학ㆍ교육철학ㆍ정치철학 등 모든 철학을 섭렵하여야 한다.” 주장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조세철학은 이런 법철학을 초월해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나. 법철학의 의의
이항녕 교수의 저서에서 언급되는 ‘법철학의 의의’는 대한민국의 존재하지 않는 조세철학에 대해 심오한 의미를 전달한다.
1) 철학의 의의
인간은 생활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 생활수단으로 상식을 얻는다. 그러나 상식은 무의식적인 것이고 이를 체계화한 것이 과학이 된다. 그러나 과학에만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생활자체가 분열되고 방황을 가져오게 되므로 과학도 무용한 것이다. 여기에서 과학을 종합하여 현상의 본질과 목적을 구명하여 우리의 생활에 통일적 기준을 줄 수 있는 원리를 연구하는 철학이 생기게 된다. 즉 철학은 근본적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철학은 과학에 근거하여 생활에 지침을 주는 학문이다. 이와 같이 생활과 상식과 과학과 철학은 한 실에 꾸인 구슬과 같이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2) 세 가지 철학
인간들은 날마다 어떤 생활을 하는가? 인간의 생활분야는 자연적 생활과 인간적 생활과 사회적 생활의 3영역으로 구별된다. 자연현상의 우주관을 수립하는 학문이 자연철학이고, 인생관을 수립하는 학문이 인생철학이고,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세계관을 수립하는 학문이 사회철학이다.
결국 철학이란 자연과 인생과 사회에 대하여 우주관과 인생관과 세계관을 수립하여 근본원리를 찾는 學的 노력이다.
3) 법철학의 의의 : 사회생활의 총결산장(總決算場)
인간의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은 경제생활과 교육생활이다. 인간은 항상 더 나은 경제생활과 교육생활을 원한다. 이런 심정이 인간으로 하여금 정치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경제 및 교육생활은 자기목적이 있으나, 정치생활은 자기목적이 없고 사회생활을 향상시키는 수단이다. 이 정치생활은 본래 힘으로 이루어졌으나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는 법을 통로로 한다.
즉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구조로서 경제생활과 교육생활이 있고, 이는 정치생활에 종합되고, 이 정치생활은 법에 집약된다.
요약하면 법은 정치생활의 통로가 되고 정치생활은 경제생활과 교육생활을 종합하므로, 법 가운데는 사회생활은 온갖 현상과 결과가 모두 침전되어 있다.
다. 바람직한 조세철학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에는 조세철학에 관한 단어ㆍ저서ㆍ논문이 없다. 다만 월간지에 실린 이필우 교수의 [세철학 고전에서 본 세제개편안 / 月刊 租稅.(2004. 10)] 이란 기고문이 상당히 가치가 높아 이를 요약한다.
첫째, 맹자의 왕도에 나오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이다.
이 뜻은 “왕은 백성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생산을 해 먹고 살수 있는 산업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백성은 나라의 질서와 공공심이 결여되어 충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맹자의 왕 ‘항산항심(恒産恒心)’은 대석학 K.Wichsell이 주장하는 재정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둘째, 세금은 자유의 대가이다.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세부담율은 높아진다. 어느 독재정권이든 조세부담율은 낮으며, 이는 그만큼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양입제출(量入制出)이다.
나라살림은 집안살림과 같아 아껴 절약하며 균형재정을 일구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1930년대 케인즈 이후 경제운용이 거시적 균형을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덮어놓고 많이 세금을 거둘 때 재정낭비가 많아지게 되며 이로 말미암아 가렴주구 현상이 올 수 밖에 없다.
넷째, 중과세는 국력쇠퇴를 초래한다.
이는 1789년의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확인되며, 일본의 평론가는 유신독재정권이 무너진 것은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상인들의 세부담이 가중되어 일어난 것으로 논평한다.
다섯째, 공평과세이다.
누구나 내는 세금이라면 공평하게 고르게 내야만 질서가 유지된다. 국민개세주의 사상에서 누구나 세금을 내게 해야 하며, 소득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 납세자들이 인색하고 섬김이 없을 때, 세금은 바보나 내는 것이 된다.
여섯째, 세제는 단순화되어야 한다.
누구나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편한 아주 단순한 세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일곱째, 조세는 시장의 경쟁행동에 대한 규칙이다.
제도가 바뀌면 경제주체의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매년 세법이 바뀌면 경제주체는 리듬을 맞추기 어렵다. 세법은 10년 이상 아니 최소한 5년은 써먹어야 한다. 세제는 일관성을 지녀야 시장도 활성화 되고 나라가 번영한다.
라. 조세철학으로 본 우리나라의 세정현실
그간에 연재한 ‘택스프로파일러’의 내용과 위의 조세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을 가지지 않아 국민들은 공공심이 결여되어 있고, 또한 납세자들도 세금이 자유를 누리는 대가임에도 세금을 납부하는데 인색하다.
나라살림을 아껴 절약하여 균형재정을 일구어야 함에도 낭비적인 지출로 인해 국민의 원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무분별한 중과세로 인하여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어 국력의 쇠퇴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평과세와 관련하여 ‘경제민주화 논란과, 조세감면’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의 현실은 공평과세와는 동떨어져 있다.
세제의 단순화와 관련하여 ‘접대비와 세상사’에서 언급되었듯이 우리의 세법은 원칙 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이는 접대비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의 공통된 현상이다.
‘조세의 일관성’과 관련하여 우리의 세제는 매년마다 바뀌고 있다. 납세자도 혼란스럽고 세무행정을 하는 공무원들도 곤혹스러워 한다.
5. 올바른 세금은 조세철학에서 출발해야
우리 세금은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 운명은 치명적이다. 본문에서 나왔듯이 우리 세무행정은 조세철학이 없이 운행되는 음주운전이다.
납세자들의 탈세와 조세회피는 이런 정부에 대한 1차적인 조세저항의 징후이다. 더 심각하게 2차 징후인 소동, 3차 징후인 폭력화로 치닫게 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국민들과 정치인ㆍ관료ㆍ학자들은 우리의 조세제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공정하면서도 투명한 세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 근본은 조세철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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