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악재자의 도구가 될 수 없다”...프랑스 세제와 세무조사
세금쟁송도 대법원 아닌 국사원이 최종 판단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본지는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 조세 및 국가부담률
프랑스의 2009년 기준 세입은 3조 6576억 유로달러이고, 2007년 기준 GDP 중 국민부담률은 43.7%이다.
바. 최근의 조세개혁 동향 및 향후 전망
경제여론 전문기관 조사에 따르면 EU 내 기업대표이사들의 절반이상이 프랑스의 조세 및 사회보장부담이 매우 높다고 응답했으며, 프랑스 국민들도 높은부담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법인세율을 현행 33.33%에서 향후 5년 내에 20%로 낮출 것으로 논의 중이며, 소득세율도 48%에서 40%로 인하하는 개편방안을 발표했고, 부유세 폐지 또는 완화 움직임이 있으며, 부가가치세율 19.6%를 낮추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남아있다.
5. 조세절차법
가. 서론
프랑스의 모든 법이 지향하는 한마디는 ‘인권의 보장’이다. 강력한 행정국가임에도 과세관청의 과세권과 납세자의 권리를 같은 위치에서 규정하고 있다. 과세관청의 과세권이 남용되어서는 안되지만 납세자의 권리 또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프랑스의 세법 체계는 조세실체법(이하 CGI로 약칭)과 조세절차법(이하 LPF로 약칭)으로 구분된다. 즉 우리나라의 소득세법,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등이 모두 하나의 법으로 규정된 단일법 체제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등은 조세절차법으로 단일화 되어 있다.
1975년 대규모 세무조사실시와 관련하여 납세자 권리보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1976년 형사절차법과 같은 수준의 조세절차법 제정이 건의되었고, 1981년 국회에서 승인되어 1982년부터 시행되었다.
나. 조세부과의 원칙
프랑스 세법에서는 우리나라의 국세기본법과 같이 명확한 조세부과의 원칙이 없다. 그러나 프랑스 헌법의 전문과 권리선언 13ㆍ14조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를 규정하여 세금의 징수는 법률로 분명하게 규정하여야 하고, 모든 조세는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부과되어야 한다고 하여 수평적ㆍ수직적 공평이 조화를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다.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의무ㆍ권리
프랑스 세무조사 절차는 철저하게 납세자보호 위주로 진행된다. 세무조사사전통지ㆍ납세자권리보장의 절차 고지ㆍ전문가 조력권ㆍ조사결과 문서통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세무조사는 3개월 이상 진행하는 것이 금지되며, 중복조사금지가 원칙이다.
라. 조세의 부과
프랑스의 세법도 ‘신고납부방식’과 ‘정부부과방식’으로 크게 나뉘며, 한편 특별한 소득의 경우에는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협의과세제도’를 두고 있기도 하다.
‘신고납부방식’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록세, 상속세 등이 적용되며 ‘정부부과방식’은 지방세 성격의 세목이 해당되며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고지서를 발송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협의과세제도’는 지방세 관련 세목의 과세표준 결정과, 소규모사업자의 소득 결정 및 농업소득 결정 등이 있다.
마. 조세부과제척기간ㆍ징수권 소멸시효와 수정신고ㆍ경정청구제도
조세부과제척기간은 세목에 따라 다르며 소득세ㆍ법인세ㆍ급여세ㆍ부가가치세ㆍ등록세ㆍ토지세ㆍ인지세는 3년이고, 무신고의 경우에는 10년이고, 부당한 조세회피와 지연신고는 6년으로 연장된다. 고지에 의한 징수권 소멸시효는 고지서 발행일로부터 4년이 경과하면 징수권은 소멸된다.
바. 프랑스 조세절차법이 주는 시사점
1) 실체법과 절차법의 단순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인세법 등 개별세법과 국세기본법 및 징수법 등을 개별적으로 입법이 되어있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개별세법은 조세실체법으로, 기본법 및 징수법 등은 조세절차법으로 일원화 시켰다. 우리에게도 프랑스 세법 체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2) 세법은 납세자의 성실성을 전제
프랑스에서는 납세자의 행위는 일단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즉 세무조사는 납세자를 믿고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무조사 대상자인 납세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지, 또한 대우를 받을만큼 성실한지 우리 모두 자성을 해야한다.
3) 사전구제에 충실
세법의 입법과정에서 ‘국사원’이 납세자 권리에 대한 인권침해여부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랑스 국사원과 같은 사전 검토를 하도록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4) 과세관청이 어려운 납세자를 대신하여 조세탕감소송 제기
프랑스는 과세관청이 원고가 되어 형편이 어려운 납세자를 대신하여 조세탕감소송을 제기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세관청이 과세를 하고 난 뒤, 체납처분을 강행하여 행정력낭비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과세는 정당하게 하되,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이의 해결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6. 프랑스 세무조사
가. 세무조사제도 개요
프랑스의 세무조사는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세무조사에 대한 절차가 ‘철저하게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조세절차법에서 과세관청의 권한은 ‘설명 및 입증 요구권’, ‘과세자료제출 요구권’ 및 ‘사찰권’ 등이 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세무조사가 실시되는 데 이에는 ‘회계장부확인조사’와 ‘납세자 개인의 소득세 종합조사’ 등이 실시된다.
조사 실시에 앞서 과세관청은 협의과세대상자와 부과과세대상자를 제외한 납세자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문제점이 있으면 ‘설명및입증요구’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과세관청의 기준에 따라 바로 ‘회계장부확인조사’를 할 수도 있다.
나. 설명 및 입증 요구권
프랑스의 세무조사를 특정짓는 대표적인 제도가 ‘설명 및 입증 요구권’으로 우리나라의 보정요구 형태와 유사하다. 이 제도는 1916년 도입되었으며, 소득세ㆍ상속세ㆍ부유세 등 프랑스의 세무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제도의 절차를 보면 과세관청이 ‘증빙제출 요구’를 문서 또는 구두로 하며, 특별한 경우는 납세자에게 ‘입증’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는 엄격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과세관청의 요구에 대하여 납세자는 일정 기간 내에 충분한 답변을 하여야 하며,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경정절차 등 불이익 처분이 따른다. 다만 불완전한 답변의 경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귀속된다.
다. 과세자료제출 요구권
프랑스 세무조사는 주로 서면조사이다. 서면조사를 효율성 있게 집행하기 위하여 조세절차법에서는 ‘기업 등 제3자에 대한 과세자료 제출권과 조사 확인권’을 부여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납세관리 및 세무조사에 이용되며, 일부 기관은 과세자료 제출 요구권이 없다 하더라도 매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의료보험 및 산재보험 지급상황 등이 그 예이다.
라. 사찰권 및 압수수색
탈세 혐의가 인정된 경우 과세관청은 소정의 절차에 따라 사찰권을 행사한다. 사업장 등에 대한 입회ㆍ임검ㆍ압수수색의 권한이 부여된다.
한편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사업장 등을 방문시 매회 합의부 재판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즉 판사는 사찰요구가 정확하고 분명해야 함을 검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조서가 작성되며 이 조서에는 과세관청, 사법경찰관 및 증인들의 서명이 있어야 하며, 서명을 거절할 경우 그 사실을 명기한다
마. 조사과정의 핵심은 ‘대화’
세무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이다. 납세자와 공무원은 조사내용에 대하여 대화를 하며 자기의 의견을 적극 설명할 권리가 부여되며, 토론의 기회를 박탈하지 못한다. 납세자가 주어진 기간 안에 답변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이유로 과세를 하지 못하며, 다시 분명한 해답을 하도록 재요구를 하여야 한다.
세무조사에서 대화의 구체적인 형식은 없지만 일반적인 사항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교환을 전제로 한다. 즉 대차대조표ㆍ손익계산서ㆍ세무신고 보고자료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관련사항을 조사하며 컴퓨터 등에 대한 자료도 동일하게 조사한다.
납세자의 설비ㆍ기계장치 등을 조사할 수 있고 그 설비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하게 할 수 있다.
바. 금융추적조사회계장부 확인조사시 사업과 관련된 은행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으나 프랑스는 사생활보호를 전제로 금융추적조사는 기본적으로 실시된다.
사. 조세범 처벌 절차
조세포탈행위에 대하여 조세범 처벌을 위하여는 범칙조서가 작성되며 이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작성하도록 명시한다. 조세범 처벌은 과세관청이 납세자가 고의적으로 조세를 포탈하였는지에 대한 입증을 하여야 한다. 과세관청은 매년 조세범 약 800여명을 고발하고 있다.
고발장은 대법원 위원 1명과 고위심판관으로 구성된 조세범처벌위원회에 상정된다. 이 위원회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고, 해당 납세자를 소환하여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이 위원회가 승인할 경우만 교정법원에 고발할 수 있다.
교정법원은 조세포탈혐의가 확인되면 75,000유로 이내의 벌금과 2년에서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한다. 그리고 보충적으로 운전면허 정지, 공공시장에서의 영업금지 등을 명할 수 있다.
아. 프랑스 세무조사의 우리나라 시사점
1) 세무조사를 절차법 규정
우리나라의 세무조사는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라 실시되지만, 프랑스의 세무조사는 그 절차가 ‘철저하게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도 세무조사에 관한 사항을 절차법에서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
2) 조사과정에서 ‘대화’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랑스에서 세무조사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까지 프랑스의 수준은 아니며, 이를 적극 개선하여야 한다.
3) 조세범 처벌. 프랑스는 800명, 한국 2,115명
프랑스 과세관청은 매년 약 조세범 약 800여명을 고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중에 자료상 1,702명, 조세범 413명 등 합계 2,115명이 고발되었다. 프랑스와 한국의 경제규모 및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탈세가 심각함이 드러난다.
프랑스에서 운전면허 정지, 공공시장에서의 영업금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프랑스는 납세선진국이지만 최근에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나타난다. 올랑드 정권의 슈퍼 세율 ‘75%’에 佛부자들 ‘36계 줄행랑’을 치고 있고, 전직 대통령 사르코지의 ‘베탕쿠르게이트’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언론에 비친 프랑스 조세제도는 무겁고 복잡하다는 평가이고, 프랑스는 독립된 국세청 없이 ‘공공재정일반총국’이 담당하는 특이한 세무행정체계를 지니며, 프랑스는 유능한 세무공무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납세자 편의 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특이한 정부구조와 세무행정기관을 가지고 있다. 세금쟁송의 최고판단기관이 대법원이 아닌 국사원인 것에서 나타난다. 프랑스 세법과 세무행정ㆍ세무조사의 특이점에 대하여 안창남 교수의 결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세법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 즉 “인간은 국가권력보다 항상 앞선다. 당연히 ‘법은 악재자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ㆍ세법ㆍ판결에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적셔주고 있다. 프랑스의 조세절차법은 그러한 정신을 담은 좋은 사례이다.
가. 납세자는 선하다는 담론이 바탕된 세제이다
나. 프랑스의 세무조사는 서면조사가 원칙이다.
다. 프랑스의 세법은 사전 구제에 충실하다. 즉 입법시 인권침해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한다.
라. 프랑스의 세법은 국세와 지방세 부과 및 징수를 일원화하고 있다. 세정에 효율성이 있다.
마. 호화사치생활자는 조세공평주의를 실현한다. 사치배격이 아니라 향유의 자유에 대하여 과세를 하는 것이다.
바. 소득세는 세대별 종합과세에 있다. 조세공평을 위하여는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다.
사. 기업측의 절세전략 수립과 이에 따른 과세당국의 과세기준의 강화가 계속된다. 기업은 다국적 전략으로, 과세당국은 이전가격 또는 조세회피세제 등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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