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昌 泳(본지 편집국장)
여담을 전제로 ‘요즘 국세청을 보면 별 재미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재미’라는 우리말의 의미가 워낙 넓고 광범위한 특징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긍정과 아쉬움의 평가가 함께 표현된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국세청에 대해 점수 내고 악착같이 지키는 ‘스몰야구’를 보는 것 같다는 말도 한다. 한동안 국세청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액티브’하고 ‘라이브’한 상황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 반대 상황이라는 것.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반듯한 국세청’과 ‘국민이 신뢰하는 선진일류 국세청’은 오늘 대한민국 국세청이 염원하는 꿈이자 일종의 실천의지다. 이 주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리가 마련될 때마다 ‘국세청이 이런 길을 가고 있다’며 강조되고 또 강조되는 말이다.
국세청이 워낙 강조하는 대목인데다 세정가에 자주 등장하면서 두 개의 슬로건이 별개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용을 살펴보면 이 둘은 하나의 개념이고, 연장선에서 이어지며 실현될 과제다. 둘 중 하나만 실천하고 하나는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국민적 신뢰가 확보되고, 이런 신뢰를 얻어야만 선진일류가 되는 것은 자연스런 상식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는 한동안 공평·친절, 선진화·세계화, 정도(正道), 열린, 따뜻한 세정 등 다소 포괄적이면서 멋스런 개념의 구호도 많았지만 오늘 국세청은 법과 원칙, 신뢰처럼 딱딱하면서도 세정의 기본 중의 기본을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이현동 청장의 세정철학이 충분히 스며있고 그만한 배경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 잘하는 국세청’을 표방하는 이 청장의 실무적 세정운영 철학은 이미 국세행정 곳곳에 빼곡하게 포진해 있다. 그것이 법과 원칙에 충실한 ‘스몰야구’인지, 국민의 마음을 진심으로 얻는 일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될 것이다. 다만 최근 대규모 국세청 간부인사를 앞두고 세정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 그리고 많은 말들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Ⅱ
세정가에서는 요즘 ‘국세청은 이번 인사를 아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일종의 당연한 정서로 돌고 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구분없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인사가 전부’라는 말이 있듯이 비단 국세청 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나 인사의 중요성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세청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대형 사건의 배경에는 항상 ‘인사문제’가 빠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세정가의 기류는 상당한 부담을 수반하는 주문으로까지 해석된다.
실제 법률적으로 입증된 상황 여부에 관계없이 국세청을 둘러싼 갈등의 출발은 늘 인사문제였다. 국세행정 업무 특성상 직급과 직위, 보직이 수반되는 인사문제는 국세공무원 입장에서 항상 최대의 관심사항이었고, 그만큼 뒷말과 후유증도 무성했다. 인사 때마다 기준과 원칙, 예측가능성을 최우선 강조하는 국세청이었지만 늘 뒷말은 넘쳐났고, 크고 작은 인사불만은 조직의 화합과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같은 현상을 희석내지 해석하는 논리로 ‘인사는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후렴도 늘 따라다녔지만 인사문제 만큼 인사권자인 역대 국세청장을 괴롭힌(?) 문제도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세기말과 밀레니엄을 지나오면서 정치·사회적 변화가 컸고, 공교롭게도 국세청은 이 시기를 지나오면서 위기상황을 수시로 보내왔다. 이를 두고 세정가에서는 당시 격변기를 지나면서 사회전반이 그랬지만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인사의 원칙과 관행이 현실적 상황을 대거 수용했고, 그 결과 소중한 안정성을 잃으면서 급격히 흔들렸고 이를 영향으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국세청의 위기를 몰고 왔던 원인과 핵심에는 표면적 이유를 떠나 인사문제가 항상 포진해 있었다. 국세청이 이번 인사를 아주 잘해야 하는 이유는 시기적 상황이 기억이 생생한 지나온 시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 잘하는 국세청’이 그토록 갈망하는 내·외부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인사’가 소중하다는 원론을 이 시점에서 반드시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Ⅲ
세정가에서는 요즘 ‘역대 국세청 간부 인사 중에서 이번 인사가 가장 어렵고 힘든 인사일 것’이라는 말 역시 보편적 정서로 흘러 다니고 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나온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국세청 고위직 구도로 볼 때 이번 인사는 박수받고 공감 얻기가 아주 어렵게 꼬여 있다고 전망한다.
시기적으로 정권 말기 인사인데다, 인사 대상 간부들의 편중된 프로필, 여기에다 연기되고 미뤘던 후유증까지 감내하고 ‘한 칼’에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이번 인사가 좋은 점수로 평가받기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현동 청장이 미뤄오면서 모아 둔 구도를 가시화하며 내일을 위한 정리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도 물론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부터 이번 인사와 관련된 예상은 예측으로, 때론 소설로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우려스러운 상황도 있다. 앞서 국세청을 시련의 늪으로 몰았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인사’ 역시 이번 국세청 간부인사를 앞두고 가장 보편적 기준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인사의 여러 고려요소이기는 하지만 지역에 출신은 그렇다 치고 절대적인 결론이 ‘위에서 나온다’는 원론(?)이 공감되는 현상에는 생각이 멈춘다.
온갖 상황을 뒤로하고 법(기준)과 원칙, 신뢰를 최대 덕목으로 꼽아 온 이현동 국세청장이 온통 세정가의 관심이 쏠린 이번 인사에서 국세청의 내일을 고려하면서 공감을 통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말로 내공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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