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본지는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하려고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여성 전성시대.
여자는 무섭다. 아내의 말도 무섭고, 세무조사 현장에서 여성세무조사요원들의 예리한 지적은 무섭다 못해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오죽하면 인터넷 유머에서 “남자들은 세 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성공한다”고 할까? 세 여자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네비게이션 도우미를 말한다.
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듣는다. 5년 전 돌아가신 엄마에겐 착한 아들이었고, 촉망받는 아들이었다. 아내는 자칭 ‘경순왕(신라의 왕 : 아내의 이름은 임경순)’ 이라고 하며, 실제 여왕으로 군림하며, 여왕을 모신 나는 충직한 신하이며, 아들은 “나는 엄마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지만, 엄마의 돈발(경제력) 앞에 모든 게 무너진다.”며 엄마의 충실한 신하가 된다.
국가적으로 볼 때도, 여당과 야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수장이 되었고, 또 다른 야당의 대표는 이정희 의원과 심상정 前 의원이 맡고 있다. 이들 여성대표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게 될 것이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이들 여왕을 잘 모셔야 한다. 여왕을 화나게 하면 패가망신을 당하기 때문이다.
2. 힘있는 자여, 주변 여자들이 恨을 품게 하지 말지니..
모 언론에 “힘있는 자여, 주변 여자들이 恨을 품게 하지 말지니. 수백억 횡령혐의 김00 한예진 이사장… 여인들이 ‘수사 열쇠’”이라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최00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00(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사건 주변에는 7~8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이 이번 사건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 한예진에서 297억원을 횡령·탈세한 혐의로 구속된 김 이사장은 친구로부터 “여자관계를 조심하라"는 노골적인 조언까지 들었다고 한다.강남 성형외과와 피부클리닉 임모 원장과 김 이사장은 금전적인 문제로 현재 사이가 틀어진 상태여서 임 원장에 따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무속인 김모씨와 그의 딸도 김 이사장 주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로서 김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했을 때도 선거 운동을 돕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김씨는 자신의 딸을 한예진에 취직시켰는데 이 여성이 경리담당으로 일했던 최모(37)씨다. 최씨는 한예진의 자금 관리를 전담했다.
김 이사장과 가족처럼 지내왔던 이들 모녀는 김 이사장의 여성 편력 등을 이유로 원수지간으로 돌변했고, 지금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최씨 측은 김 이사장의 비자금 장부와 횡령 탈세 내역 등을 검찰에 제공한 반면, 김 이사장은 최씨 측이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하면서 최씨를 구속되게 만들었다. 김 이사장에게 한을 품은 여성은 더 있다. 한예진에 근무했던 박모씨 외에, 유명 종교인의 딸, 여배우 K씨와, 탤런트 L씨의 부인도 교제했으며, 이들 역시 ‘시한폭탄'이다.
3. 벤츠 여검사 스캔들?
최 변호사 게이트!
내연관계인 변호사의 요구로 사건을 청탁해주거나 내부 정보를 전해주고 외제 자동차, 명품가방 등을 받았고, 스캔들을 넘어 법조 게이트로 옮겨가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5년이었다. ‘벤츠 여검사’로 알려진 이모검사(36)는 S예고를 졸업하고 H대 법대를 나와 2002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벤츠 여검사’에게 1.4억짜리 벤츠 승용차, 샤넬 핸드백 등을 건넨 최 변호사(49)는 부산의 법무법인 대표이다. 두 사람의 부당거래가 알려진 건 부산에서 대학 강사로 활동 중인 이 씨(40)가 대검에 진정을 내면서다. 진정서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부산지검 간부들과 담당 검사에게 로비를 해서 사건을 잘 처리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주며 이 씨로부터 상품권, 와인 등을 받아갔다고 한다. 그가 금품을 제공한 이들 중에는 현직 부장판사, 검사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 변호사의 새로운 내연녀였던 이 씨는 자신이 건넨 로비자금 중 일부가 이 검사에 갔음을 알게 됐고, 최 변호사에게 둘 사이를 정리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이 검사와의 관계를 청산하며 그동안 자신이 제공한 벤츠 승용차를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변호사와 이 씨의 관계도 틀어졌다. 현재 두 사람은 서로를 맞고소한 상태다. 최 변호사는 이 씨를 사기 혐의로, 이 씨는 최 변호사를 감금치상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대검에 진정이 접수된 건 7월이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은 이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날 뻔한 이 사건은 이 씨가 자신의 진정서를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된다. 특히 사건의 내막이 알려질수록 최 변호사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 ‘벤츠 여검사’ 사건이 아니라 ‘최 변호사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4. 6공 황태자의 돈, 여교수 횡령과 보좌관의 언론 제보
노태우 정권 시절 황태자로 불리던 박00(68)씨는 “1999년부터 강씨에게 차명계좌의 돈에 대해 은행업무를 부탁했는데 그가 통장을 위ㆍ변조하거나 돈을 인출해 178억4천900여만원을 횡령했다”며 강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0년 11월 법원은 박씨와 박씨의 돈을 빼돌린 여교수의 민사분쟁을 강제 조정으로 종결했다. 법원은 박씨가 모 대학 무용학과 교수 강모(여)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통장위조를 도운 은행 직원과 은행은 강씨와 함께 박씨에게 64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조정안이 확정됐다.
또한 2008년 4월 황태자의 측근이었던 보좌관은 언론인터뷰에서 “1988~89년 당시 박 전 장관은 권력실세로 선거 때마다 대기업들이 60~70억원씩 싸들고 찾아왔다”며 “박 전 장관이 조성한 비자금은 대부분 H그룹, S그룹, D그룹, L그룹 등 당시 대기업에서 나온 것이다. 박전장관은 불법자금이니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철저히 세탁을 지시했다. 총자금규모는 1천억원대에 이른다. 박 전 장관이 계속 부인한다면 통장과 수표사본 등 모든 내용을 검찰에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
5. 3명의 부인 “배우자로 재산을 상속하라” 소송 제기
검사 출신 변호사로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의 사망으로 가족 간에는 상속재산 분할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됐고, 상호간의 탈세내용을 국세청에 제보하였다.
이 재력가는 3명의 부인이 있었고, 첫째 부인으로부터는 4명의 자녀, 둘째 부인으로부터는 3명의 자녀, 셋째 부인으로부터는 1명의 자녀를 두었다. 첫째부인 자녀들은 둘째 셋째부인 자녀들과 대립하였고, 둘째부인과 셋째부인은 정식 배우자로서 상속재산을 분할하라며 소송을 벌였고, 상대방에 대한 탈세를 국세청에 제보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부인들과 딸들 간의 원한관계는 극에 달했고, 결론은 상속재산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다.
6. 여성 세무조사요원 급증,
여성 국장에 감사관까지.
2009년 국세청 9급 신규 세무공무원은 총 898명이고 이중 중 여성은 493명으로 55%에 이른다.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인 10여년 전과는 달리 여성조사요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전에 여성공무원들의 주된 업무는 문서수발이나 단순보조업무였고, 여성공무원 중 사무관급 이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여성공무원들의 세무조사 참여가 활발해졌고, 2012년도 인사에선 여성국장과 감사관이 임명되어 ‘여성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세무조사요원은 시대적 명제인 세무조사 투명성을 제고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조사대리업무 수행 때 조사반원 중에 여직원이 있는 것을 알고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분위기이다.
7. 여자를 화나게 하지 말라.
아내ㆍ여성 정치인ㆍ여성 검사ㆍ여성 세무조사요원 등 모든 여자들이 무섭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하고, 화나게 하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이다.
오늘도 필자와 아들은 “경순여왕 마마, 우리는 평생 당신에게 복종하겠습니다”고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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