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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2011년의 Angry Young Man
[稅政칼럼] 2011년의 Angry Young Man
  • kukse
  • 승인 2011.10.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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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本紙 論說委員
   
 
 
미국에서 수의사로 성공한 교포의 실화이다. 그는 교외 숲 속에 테니스장과 수영장이 있는 저택에 산다. 그도 원래부터 잘 산 건 아니다. 이민 초기에는 모든 게 어렵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살기가 팍팍하던 시절에 미국에서 번 돈이 없는데 무슨 조사를 하나 싶었는데 그 발단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교포끼리 친목도 하며 돈을 모으던 계돈이 화근이었다. 미국 국세청 요원(IRS agent)들로서는 신고소득이 없는 한국인들간에 정체 모를 뭉칫돈이 오고 가니 지하자금이나 마약 자금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이제는 미국 국세청도 한국인들은 ‘계’라는 것을 한다는 걸 안다고 한다.

‘계'는 상고시대부터 출현했는데 이 풍습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종국에는 미국까지 진출(!)하였던 것이다. 전에 주로 농촌에서 동계(洞契), 종계(宗契), 산림계(山林契), 성황계(城隍契), 혼인계(婚姻契), 회갑계(回甲契), 위친계(爲親契), 상포계(喪布契) 등이 인기였는데 지금은 동갑계, 해외여행계 등 친목활동으로 진화하였다.

한국인의 계는 공동체적인 상부상조였는데 공정하게 운영되었다. 만약 특정 계주가 매번 계돈의 25%를 쓸어 간다면 그 계가 성립이 될까? 애당초 그런 계는 성립이 되질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계가 있어서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났다. 다름 아닌 미국의 이야기이다. 빚내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부자들의 돈놀이 장소인 월 스트리트에 몰려가 연일 데모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금융자본의 메카인 월 스트리트는 서민의 꿈을 앗아가는 탐욕의 거리로 비친다. 글로벌 불황과 함께 젊은이들의 항의집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런던 등 전세계의 도시로 번져가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간단한 통계만으로도 일견 이해가 간다. 먼저 미국의 경우, 미국 경제를 하나의 계로 보자면 미국은 상위 0.1% 부자 계원들이 매년 미국 GNP의 24%를 싹쓸이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전세계적으로는? 놀라지 마시길. 전 세계 최상의 소득 계층 2%가 이 세상 부(Wealth)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하위 50% 소득 계층의 ‘인류’는? 슬프게도 겨우 1%를 나누어 먹으며 살고 있다. (UN 연구보고서)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한다 하여도 보통 사람들은 이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런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이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니 강 건너 불로 여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정상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들이다.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니 그냥 놔두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부가 규제하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단다. 특히 미국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장기간 펴다 보니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 이제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세제 역시 특이하게 부자들을 위한 세율로 운영한다. 서민들이 몸으로 버는 근로소득은 35%까지 고율과세하고, 부자들이 돈놀이하는 헤지펀드나 부동산 등 각종 투자소득(Capital gain)에는 고작 15%의 단일세율로 과세해 왔다. 불로소득의 특혜세제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싶어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유세 때부터 세제개편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로 남을 것이냐며 의료보험 전면실시 캠페인도 벌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염치를 아는 워렌 버핏 같은 부자는 내 비서가 나보다 두 배도 넘는 세율로 세금 내는 걸 그저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목소리를 내보지만 신자유주의적인 공화당의 높은 아성은 높고 견고하여 세제개편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철없는 극우 Tea Party당은 이렇게 외친다. “부자증세와 전국민 의료보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국가 러시아로 가라.” 미국 CNBC 방송은 월 스트리트에서 집회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레닌에 빗대고, 공화당 유력 대권주자 미트 롬니는 ‘계급투쟁’으로 매도하고 있다. 경제문제를 비틀어 이념공세로 바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국내 조간 C일보는 “신자유주의 주류학자들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 실패”, “신자유주의 대체할 새 경제학 떠오르나”라고 탄식하며 각성을 촉구하는 접근을 보이고 있다. 경제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여름에 이미 C일보는 무려 17회에 걸쳐 ‘자본주의 4.0'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우리도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에서 탈피하여 따뜻한 상생 자본주의의 길을 갈 것을 주문하였다.

기실 ‘자본주의 4.0’은 영국의 언론인이자 경제평론가인 아나톨리 칼레츠키가 2010년 6월에 낸 <자본주의 4.0: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연유한다. 그 책의 뒷표지에서는 이런 화두를 던진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 9월 15일 몰락한 것은 은행이나 금융제도, 혹은 빚더미 신용카드에 올라앉은 집이 아니었다. 그날 붕괴한 것은 정치철학이고 경제체제 전체였으며,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었다. 이제 문제는 2008년 가을 산산 조각난 세계자본주의를 대체할 것이 과연 무엇인가이다.”

소슬한 가을 밤. 시대의 고민 앞에 공생 경제가 어떠해야 할지 C 일보의 시리즈 기사나 아나톨리의 책을 일독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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