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載亨(顧問)
기간 경과로 인한 자동 기각을 유도(?)한 것이다. 수장(首長)의 행정 철학이 이러하니 조사관들 역시도 그의 입맛에 맞춰 불복안건을 처리해 나갔다. 당연히 ‘인용’건수가 뚝 떨어졌다. 그러자 그 소장님, 실무진들에게 역정을 냈다.
“내가 야박하게 한다고 조사관들마저 따라하면 납세자는 어떻게 하느냐”고. 그는 자신부터 인용결정에 엄격해야 실무진들이 불복사안 심리에 신중할 것이라 믿고 몸소 ‘실천’을 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장님의 참뜻이 실무자들에겐 엉뚱한 방향으로 굴절, 전달된 것이다.
불순물(?) 끼어드는 일선 민원창구
이렇듯 윗사람의 성품이나 행동거지는 하부조직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이런 현상은 사조직에 비해 공조직이 심한 편이다. 윗선에서 ‘이쑤시개’를 그려 하부조직으로 내려 보내면 이쑤시개가 ‘야구방망이’로 돌변하는 것이 공직사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지금 국세청 산하 관서에는 ‘납세자 권익보호’ 기구가 명실상부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선서 마다 이의신청 접수창구와는 차원이 다른 ‘납세자 권익 존중 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국세심사청구로 가는 경로(經路)인 이의신청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납세자권익존중 위원회는 납세자 고충사안을 현장에서 심의하고 처리하는 ‘즉결(卽決)’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당과세로 인해 납세자가 겪는 경제적, 심적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탄생된 국세청의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납세자 ‘고충’이라는 미명 아래 이 대열에 편승해서는 아니 될 사안들이 끼어든 것이다. 급기야 국세청은 일선서 고충민원부서에 일련의 개선책을 시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이드 라인’까지 설정 대응해서야…
그래서인지 요즘 납세자권익보호 창구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불만의 소리가 세정가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고충민원 접수단계에서부터 옥(玉)·석(石)을 구분하도록 창구를 옥죄고 있다. 종래 청구세액 1천만원 미만인 경우 고충민원으로 접수가 되던 것을 국세기본법에 의한 불복청구가 가능한 케이스는 고충민원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현행 고충처리 운영과정에서 노정된 문제점을 보완키 위한 조치로 십분 이해는 간다. 마땅히 ‘이의신청’으로 가야 할 불복사안들이 고충민원제의 특수성(?)을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세한 사항까지 ‘가이드라인’을 설정, 일선 현장에 시달한 것은 이 제도의 참뜻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국세청 전산자료 등에 의해 수용할 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의 경우 고충민원 심의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헌데 쟁점내용이 법령에 위배되었음이 명백하거나 국세심사·심판결정례·예규 등으로 세무관서의 집행례가 확립되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심사대상에 못 오르도록 문전(門前) 차단한 조치는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더구나 법령사항과 충돌되는 안건을 검증한다는 것은 세제당국이나 조세심판원 실무자들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경직된 운영 납세자권익 기대 어려워
이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를 인적자원이 부족한 일선 직원들에 위임 할 경우 ‘옥·석’이 제대로 가려질까 의심스럽다. 자칫 진정한 고충사안마저 빛을 못 본채 문전박대를 맞는 사례가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더구나 이 같은 개선방안이 시달된 이후 위원회 내부위원(일선 과장급)들의 몸 사림(?)이 역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일선 ‘납세자 권익존중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 민간위원 4명에 내부위원 3명 등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물론 외부 민간위원 역시도 전문성이 풍부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안건의 원천적 차단보다는 아예 위원회 테이블에서 옥석을 거르게 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
제도운영에 간섭이 지나쳐 행여 경직운영이 된다면 진정한 납세자 권익보호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납세자 권익보호 창구의 문턱을 높이면 국세행정의 신뢰도 역시 그만큼 낮아진다. 당국이 분명 손해 보는 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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