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載亨(顧問)
그러니까 세금탈루는 납세자가 고의로 세금을 빼먹는, 엄격한 의미에서 탈세를 지칭하는 것이며 세금누락은 납세자가 세법해석상 견해차이 또는 세법의 무지로 인해 세금신고를 ‘빠트리는’ 행위다. 한마디로 탈루는 고의성이 있는 것이며 누락은 선의의 실수라고 말할 수 있다.
연예인 탈세 ‘세금 누락’인가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탈루’와 ‘누락’사이에서 가슴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억울하게도 탈루 딱지가 붙여져 기업 이미지 관리 면에서도 손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못해보고 상한 마음을 속으로 삭혀야 한다.
기업의 경우 고의적 탈세유형도 적지 않겠지만 그 보다는 세법해석의 다툼이 충분한 사안들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당국은 기업에 대해 탈루와 누락을 함께 얼버무려 세금탈루라는 용어로 포장을 해 버린다. 특히 국세당국은 법인세 신고납기가 되면 ‘불성실 법인 세무조사’ 운운하며 업계 분위기를 긴장 시킨다. 불실신고법인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담은 홍보자료를 언론사에도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각 언론매체는 ‘기업 탈세 운운…’하는 기사로 지면을 장식한다. 우리나라 법인들은 상당수가 ‘절세 아닌 탈세’ 방법을 찾느라 너무 머리를 굴린다는 인상을 물씬 풍겨준다.
오죽하면 우리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외국 기업 관계자들, 고개를 갸우뚱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옛날처럼 우리끼리 오순도순 우리경제를 해결해 나가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나라밖 손님들이 대거 몰려 와 우리 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세금탈루라는 용어를 너무 헤프게 쓴다. 그러던 분위기가 근간에 들어 확 변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다.
기업 세금누락 탈세라 부르면서…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형 스타 몇 명은 국세당국으로부터 이미 거액을 추징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당사자 또한 이를 시인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 연예인의 세금 추징에 관한 일부 언론들의 보도내용이 마음에 거슬린다. ‘세금 탈루’가 아닌 ‘세금 누락’(?)으로 점잖은 표현을 써 가며 예우를 해주고 있다. 요즘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이른바 ‘선박왕’ ‘구리왕’ 탈세(?)사건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이들 두 기업은 세법상의 해석 차이를 내세우며 국세당국의 과세처분을 수용치 않고 있다. 그런대도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탈세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탈세 운운’ 보도를 해 댄다. 동일 사안을 놓고 연예계를 대하는 시각이 그렇게 다르다.
언론사가 탈루와 누락을 구분 못해 이런 표현을 썼다면 유감이요, 알면서도 그랬다면 균형감각의 상실이다. 특히나 이번 특정 연예인에 대한 국세당국의 세금 추징조치는 당사자의 수정신고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 국세청의 정예 조사요원이 몇 달 동안 파헤쳐 탈루액을 찾아낸 것이다.
지출하지도 않는 비용을 지출된 것처럼 거짓 영수증을 만들어 소득을 줄이는 아주 전형적인 탈세를 꾀하다 적발된 엄연한 탈세 사례다. 이것을 세금누락이라 한다면 기업들, 또 한 번 가슴 칠 일이다.
기업 배려하는 마음도 공정세정
국세행정은 공정이 생명이다. 세법 위에 납세자 없고, 세법 밑에 납세자 없도록 공정하게 납세자를 대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인과 연예인과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따져 보자. 생각 나름이겠지만 보호해 줘야할 자가 누군가 상식적인 답은 분명히 나와 있다. 세정 운영상 이런 점도 감안이 돼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마치 탈세의 온상인양 우리 스스로가 입방아를 찧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당국은 당국대로 아무생각 없이 탈세라는 용어를 함부로 내 뱉는다. 이러다 보니 모든 것이 ‘과대 포장’되어 사회 전체가 ‘탈세 판’처럼 보이는 것이다.
선진세정이라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도 꼭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세정상의 용어 순화와 함께 그 선택에 있어서도 납세기업에 대한 신중한 배려가 따라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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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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