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끌벅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대적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연내 처리’를 주문했습니다.
이에 200억원의 투쟁기금을 모아 신문광고를 내는 등 실력행사를 해온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1일 여의도에서 10만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차라리 공무원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라"고 반발한 것을 시작으로 그 '분노의 불길'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2012년 말부터 지금까지 2만3천여명의 일반 국민들의 개혁 서명운동을 이끌어온 납세자연맹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공무원연금개혁을 촉구하는 각종 ‘맞불집회’를 잇따라 여는 등 그야말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국민 대 공무원간의 갈등'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점점 깊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같은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이 일반 국민연금에 비해 평균 2.6배나 더 많아 소위 '신의 연금'이라 불리우는 형평성문제 탓으로 사료됩니다.
이는 1960년대 공무원연금 설계 당시 '박봉'의 봉급을 노후에 보상해주는 공무원사회의 특수성이 고려된 때문이지만 지금은 공무원 임금체계가 나아진데다 고용 안정성까지 보장되는 만큼 ‘특별우대’라는게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형평성 못지않게 차별성도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지금보다 보험료는 더 많이 내면서 급여는 적게 받아가는 구조에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많은 연금을 쌓은 공무원들을 마치 ‘세금도둑’(?) 혹은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속에서 공무원들이 선뜻 개혁안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2009년 개악(改惡)이라는 비난속에 이뤄진 공무원연금법이 불과 5년 만에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면서 정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을 협상테이블에서 배제시킨 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전면에 나서 무슨 '군사작전'(?) 벌이듯 밀어불여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무원과 시민대표들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형평성과 차별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거쳐서 재직공무원들이 명예롭게 양보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게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