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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불륜보다 나쁜 세금낭비
[稅政칼럼] 불륜보다 나쁜 세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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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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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독일] “세금낭비가 불륜(不倫)보다 정치인에게 더 치명적인 악행(惡行)이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2009년 7월 기사이다. 불륜보다 더 나쁘다는 세금낭비사건은 울라 슈미트(Schmidt) 보건장관이 스페인 남부의 한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일어났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벤츠 관용차를 스페인의 휴양지까지 몰고 오도록 했는데 그만 그 리무진을 도난 당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독일 언론과 여야당은 “용납할 수 없는 세금 낭비"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슈미트가 속한 사민당은 최악의 총선 재앙을 맞고 말았다.

[미국] 미국에서 탈세는 도덕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여론조사기관인 ‘퓨(Pew) 리서치센터’가 2006년 3월 미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세는 간통에 이어 가장 부도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행의 1위가 간통(88%)이었고, 2위가 탈세(79%)라고 답한 것이다. 3위는 과음(61%), 4위는 낙태(52%), 5위는 마리화나 흡연(50%)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일수록 탈세를 더 부도덕하게 보는 것으로 여론조사는 밝혔다.

[나쁜 셈법] 어느 재벌 총수는 4조5천억을 차명으로 숨겨놓았다가 들통났다. 선친이 과거에 물려준 돈이란다. 물려 준 돈이라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재대로 냈을까? 계산대로라면 가산세까지 3~4조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세금은 내지 않고 끝났다. 5년의 과세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역시 큰 고기는 잘 빠져 나간다는 세간의 평이었다.

[산청] 시골 군에서 2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 박물관이란다. 5년이 흘렀다. 모아 놓은 유물은 겨우 46점. 박물관이 되려면 100점은 있어야 한다. 입장료 수입은 빵(0)원. 박물관은 5년째 휴관 중이다. 경남 산청의 박물관 이야기이다.

문 닫은 건물이지만 직원 1명이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저런 관리비로 매년 2천여만이 들어가고 있다.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민 누구도 공식적으로 이의를 달지 않더란다. 이 딱한 소식을 전하는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끈다.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썼겠나?’

[선거] 선거 때만 되면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심공약을 한다. 세월은 흘러도 개선은커녕 그 정도가 심해질 뿐이다. 예전에 길 닦고 다리 놓아주던 건 애교다. 이젠 시골에도 공항 정도는 하나 지어 주겠다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뽑히고 나면 보은을 해야 한다. 과세관청이 어렵사리 징수한 세금 따다 한적한 시골에 공항 활주로를 닦는다.

[혈세낭비] 2002년 완공된 경북 예천공항은 납세자의 돈 386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문 연지 일년 반 만에 공항은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사업비 1,317억 원이 들어간 울진공항도 항공수요가 없어 지금은 영화 촬영장으로 빌려주고 있다. 영화 세트장치곤 혈세를 너무 낭비하였다. 비극이다.
이번에는 3,567억 원을 쏟아 부은 양양공항을 보자. 2009년도 한 해 항공 수익은 달랑 8백만 원이다. 공항 직원이 이용객보다 더 많다. 당기순손실이 무려 72억 원이다. 그 간의 누적 적자가700억 원대에 이른다. 모두 우리 돈이다.

이런 적자 공항들이 지방에 무려 11개나 있다. 이 공항들의 2009년 한 해 적자총액만 480억 원대이다. 이제 각성이 있을까? 불행하게도 또 다른 지방공항 건설이 진행중이란다. 예산낭비 사례를 제대로 파헤치면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것은 불 보듯 싶다.

[내 돈인가] 정치인과 지자체는 중앙정부에서 예산 끌어다 임기 내에 자신의 정치‘쇼’를 하는 게 능력으로 통한다. 선거철은 꼬박 꼬박 돌아오는데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썼겠나?’라고 따지는 유권자는 없다.

그러고 보면 ‘겨우’ 관용차로 휴가를 간 걸 가지고 국민이 들고 일어나 정권이 바뀌는 나라 국민들은 참 째째하다. 째째하기로 말하면 미국인은 한 술 더 뜬다. 국회의원들이 해외 출장 갔다가 출장비로 산 기념품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불과 20~30불짜리로 의원 사무실에 비치한 ‘관용’품인데도 말이다. 그 걸 기사라고 열심히 보도하는 언론사도 마찬가지이다.

[윤리기준] 작년 말 미국 의회. 무려 21선의 80세 중진 의원이 의사당 앞으로 불려나갔다. 담임 선생에게 불려 나간 학생처럼 동료 의원들 앞에 섰다. 의장은 공개 질책 연설을 시작했다. 21선의 중진 의원의 얼굴은 고통으로 구겨졌다.

찰스 랭글(80·민주당)의원 이야기이다. 팔순 노정객이 회의장 앞으로 불려 나가 자식 같이 새까만(!) 후배 동료들 앞에 선 채로 꾸지람을 들어야 했던 잘못은 과연 무얼까. 세금 탈루였다. 도대체 그 규모와 내용이 얼마나 악성이었기에? 알고 보니 ‘겨우’ 선거 사무실 무료사용 등이 세금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이 결코 ‘겨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금을 다루는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으로 일한 랭글 의원이 세금을 빠뜨린 건 문제라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높은 기준에 붙들어 매야 한다"며 제적 직전의 중징계에 해당되는 공개질책을 요구했다. 표결 결과 의원들은 333 대 79의 압도적 다수결로 공개질책을 채택했다.

[쪽지 예산] 우리 국회도 예산심의를 한다. 항의하는 야당을 막으려 본회의장을 잠그고 여당의원끼리 다른 방에서 일사천리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힘있는 의원들은 자기 구역 관리용 쪽지를 연신 전달했다고 한다. 해서 ‘쪽지 예산’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일류지향] 임기내 치적을 남기기 위하여 마구잡이로 땅을 파고 하천을 파헤쳐 세금이 새고, 수천억 원짜리 공공 시설물이 애물단지가 되어도 정작 세금을 내는 주민들이 분노하지 않는 사회는 뭔가 잘못되었다.

올해부터는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썼겠나?’라는 화두가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사회적 어젠다가 되길 소망한다. 시민은 정당한 세금을 내야하고, 나라는 세금을 제대로 써야 한다. 소중한 세금을 잘못 쓰는 정치인은 낙선시켜야 일류시민이다.

어느 학술 세미나에서 ATP(Aggressive Tax Planning)만 있는 게 아니라 ATA(Aggressive Tax Audit)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류 과세당국이라면 세금 매길 때마다 진지하게 이런 자문을 해볼 것 같다. ‘당신 돈 같으면 이런 세금 내겠나?’ 일류란 그렇게 상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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