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부실기업 관리 소홀한 주채권은행 엄벌키로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부그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주채권은행의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엄히 책임을 묻기로 했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STX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집중 검사를 통해 대규모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의 STX 관련 제재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며 이를 동부그룹 사태에도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동부그룹도 김준기 회장을 비롯해 모든 자구노력을 해야 하지만 주채권은행 또한 그동안 관리 부실에 책임지고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인 셈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대기업 부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주채권은행에 대해서도 특별 검사 등을 통해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제재를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STX 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여신 심사 문제와 사후 관리 소홀에 대해 여러 차례 검사를 통해 문제점 다수를 발견했다"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STX 부실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한 데 이어 최근 추가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STX 대출과 관련해 산업은행에서 여신 제공 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산업은행의 STX 관련 대출 손실만 1조원이 넘는다.
우선 산업은행이 STX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미이행 사실을 알고도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아 주채권은행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검사 결과서 나왔다. STX 계열사의 신용평가등급을 객관적인 근거 없이 올려주고, STX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 가능성이 최고 수위로 지적됐음에도 오히려 여신을 3천여억원 확대해준 점도 들통났다. STX조선해양에 대해 선박 건조 현황을 대한 점검도 없어 선수금을 지급해 1천여억원이 넘는 선수금이 계열사 투자액으로 유용된 점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원칙에 맞게 대출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STX 관련 산업은행의 부실 심사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출신이 STX 관련 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관피아 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여신을 틀어쥔 은행이 자사 직원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는 행태가 있어 산업은행이 이들 업체와 유착 관계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4월에 실시한 '계열 및 투자기업 관리실태' 내부 감사에서 중점관리계열 선정시기 변경 필요, 신용리스크 한도 관리 등에 사후관리 강화 필요, 주채무계열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 필요 등의 문제점이 적발돼 개선 또는 의견 통보 조치를 할 정도였다.
금융당국은 이런 강경한 잣대를 동부그룹 건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2002년부터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아오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산업은행이 최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100억~200억원 추가 지원에 몸을 사리며 금융시장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채권단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의 이런 애매한 행동에 대해 질타했고, 개인투자자의 피해까지 이어지면 주채권은행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부제철은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진행되는 단계며 동부 제조업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도 이달 만기 도래한 회사채 500억원을 막는 데 겨우 성공했으나 앞으로 동부에 대한 원만한 구조조정을 위해선 산업은행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STX 등 각종 대기업 부실에도 주채권은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경영진 교체, 금리 인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강화한 상태다.
그러나 대기업 부실이 과거 정부의 대기업 살리기 정책에 따라 은행이 과도한 여신을 제공하거나 연장한 데 따른 점도 있어 주채권은행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진, 대우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현대그룹, 대성, 한솔, 풍산, 현대산업개발의 주채권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두산, 대림, 코오롱, 이랜드, 신한은행은 롯데, 국민은행은 KT, 하나은행은 세아, 부영 등을 맡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주채권은행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에 이어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담보로 내놓을 수 있도록 채권단을 통해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동부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채권은행들을 질책함과 동시에 김준기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다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동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