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자회사 사기대출금 1500억도 미회수 상태
삼화제분 박만송 회장 부인 정모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500억원대의 부실대출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은행은 밀가루 제조업체인 삼화제분의 박만송 회장 부동산을 담보로 2011년 9월에 약 282억원, 2012년 2월에 약 180억원 등 모두 4백62억원을 박 회장의 아들인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에 빌려줬는데 박 회장의 부인은 박 회장 몰래 대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의 부인인 정모씨는 최근 하나은행을 상대로 근저당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 측 관계자는 “등기 당시 법무사 확인서면과 함께 주민등록증 앞면과 뒷면을 복사한 서류가 첨부됐는데 주민증 앞면은 박 회장 것이 맞지만 뒷면은 박원석 대표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확인서에 박 회장의 지문이 없고 신분증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어서 박 회장 명의 부동산에 근저당이 설정될 때 박 회장이 은행 관계자를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들인 박원석 대표와 진행 중인 또 다른 소송 과정에서 박 대표의 지문을 확보했는데 주민증 뒷면 복사본에 있는 지문이 박 대표의 것과 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이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을 하려면 부동산등기법 50조·51조, 부동산등기규칙 43조·111조 등에 따라 등기필증이 필요하고 등기필증이 없으면 법무사의 확인서면이 있어야 한다. 확인서면에는 대출자의 오른쪽 엄지 지문이 찍혀야 하고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본이 첨부돼야 한다. 하나은행은 박 회장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을 하면서 등기소에 법무사의 확인서면을 제출했다.
정씨는 작년 7월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상대로도 이번 소송건과 똑 같은 근저당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박 회장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등기를 위해 법무사 확인서면을 등기소에 제출했는데 첨부한 주민증의 앞면과 뒷면 주인이 달랐다는 것이다. 정씨 측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박 회장을 직접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아 박 회장의 서명과 도장이 찍혀 있는 서류를 건네 받았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정씨 측은 또 법무사가 확인서면에 적어야 하는 박 회장의 ‘특기사항’을 엉터리로 적었다고 주장했다. 확인서면은 법무사와 대출자가 직접 만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특기사항에 키, 몸무게, 얼굴의 특징 등을 적도록 하고 있다. 정씨 측 관계자는 “확인서면에 적힌 특기사항은 박 회장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법무사가 박 회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은행에 직접 박 회장을 만나서 대출을 해줬는지 물어봤지만 대출 이자만 갚으라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박 회장 관련 사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자세히 언급할 수 없고 누가 얼마의 대출을 받았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당시 대출 관련 서류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박 회장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해 편의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하려면 본인이 맞는지 직접 만나서 확인하는 게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기업 회장이 사기를 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관련 절차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KT자화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대출사기에도 연루된 바 있다. 하나은행은 KT ENS 직원과 KT ENS 납품업체 직원이 짜고 벌인 대출사기에 연루돼 1571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 대출 심사과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