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호 기자
이같은 백 청장의 순시행보는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진행돼 예고 없는 ‘깜짝 순시’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백청장의 일선순시가 잔잔한 시선을 모으는 것은 주로 눈에 드러나지 않고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른 바 눈 높이를 맞추고 따뜻한 가슴으로 소통(疏通)의 장을 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 청장은 지난해 8월 오전 간부회의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자 조용히 자리를 떳다. 오후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회의여서 백 청장이 조용히 떠난 점심자리는 당연히 외부의 중요한 일정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백 청장은 점심시간에 간부식당에서 청내 청소요원, 통신원, 경비원 등과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을 찾은 간부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마디씩 했다.
지난해 11월 서인천세무서 이선원 서장은 백 청장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 어때요. 세무서를 가볼까 하는데, 그런데 갈 지 안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 이를 접한 이 서장은 국세청장 순시를 염두에 두고 바짝 긴장했다.
과거 청장들의 순시 상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난 뒤 백 청장은 특별한 예고 없이 세무서를 방문했다. 이 서장은 시그널은 받았지만 갑작스런 방문이었고, 소위 ‘청장 순시준비’가 너무도 간편했다. 예전처럼 ‘업무보고 준비’ 등 제반 번거로운 예행연습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이다. 청장 모시기가 예전과 사뭇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 더 가슴에 다가온 일은 백 청장이 서인천 세무서를 순시한 이유였다. 서인천세무서는 임대청사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 변변한 주차장조차 없어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일하고 있다. 백 청장은 이를 배려하기 위해 순시를 한 것이다.
여기에다 백 청장의 순시내용 역시 고품격적이었다. 서장실에 들러 차도 마시지않고 서장과 간단한 인사말만 건네고 곧바로 서내 순시에 나서려고 한 것. 이 때 서장실 여직원이 "청장님 무슨 차를 드릴까요" 하니까, "됐다"고 한 백 청장. 그러자 이 서장이 "물이라도 한 잔 하시지요..."라고 권했으나 백 청장은 이내 각과를 방문하며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일일이 손을 잡으며 기념촬영을 했다.(이선원 서인천 서장의 회고)
한편 백 청장은 얼마전 자신이 모처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는 기사가 한 언론에 보도되자, 관계자를 불러 “어떻게 그런 기사 나갔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당시 이 관계자는 “청장께서 이렇게 크게 화를 내신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 김현호 기자.
저작권자 © 日刊 NTN(일간N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jcy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