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沈載亨(本社顧問) -
숨은세원 양성화와 세법질서 확립이라는 국세청의 핵심적 고유업무와 함께 납세자 권익 보호 문제를 대등한 입장에서 중요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백용호 청장 부임 이후 납세자권익 보호 강화와 납세서비스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본청에 납세자보호관직을 신설했는가 하면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제’를 도입,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 권리침해가 중대한 경우 납세자보호관이 세무조사를 일시 중지시키거나 조사반 교체, 직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했다.
늘 강조되는 납세자보호세정
지난해 11월에는 납세자 요청에 의해 납세자보호관이 세무조사 중지를 명령하는, 국세청 개청 이래 초유의 사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정 현장에서 침해 당 할 번했던 납세자권익이 위기의 순간에서 구제된 케이스다. 납세자보호관의 존재 가치가 납세자에게 어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납세자보호관’은 세정가에 새롭게 등장한 ‘뉴 페이스’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데뷰(?) 10여 년 째다. 그러니까 1999년 9월, 국세청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고자 전국 99개 세무서(당시 134개 세무서를 99개로 통폐합)에 99명의 납세자보호담당관을 ‘국세 도우미’로 탄생시킨 것이다.
사회저변으로 부터 납세자권리 보호를 위한 국세행정의 일대 용단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신분은 비록 국세공무원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납세자의 대변인이요 무료변호사를 자청했다.
권위주의 세정에 찌들어온 우리네 납세자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구세주’들이기도 했다. 미(美) 서부개척시대로 따지자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보안관’만큼이나 고마운 분들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민원을 해결해 했다. 물론 국세청이 발표한 자체 분석 결과다.
아직도 세정 ‘에러’ 많다는 반증
가깝게는 우리주변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양도세 등의 생활세금에서부터 멀게는 공무원신분이 아니면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에 이르기까지 세금관련 고충에 귀를 기울여 줌으로서 납세국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찬사를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국세당국에 답지하는 민원인들의 감사의 편지도 줄을 이었다. 구구절절 진한 감동도 묻어났다. 평생을 통해 국세당국으로부터는 이러다할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납세자들이기에 감동의 도(度)가 더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열기는 그렇게 오래가질 못했다. 어차피 구제될 일을 두고 국세당국의 생색과 연출(?)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납세자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예민한 사안은 그대로 비껴나가면서 아주 작은 부문만 부각시킨 결과다.
물론 납세자 권익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는 국세행정은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젠, 당국이나 납세자 모두가 제도 신설 자체에 너무 의미를 부여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질적인 운영 결과를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성숙된 안목이 필요하다. 납세자 권리침해에 있어 사후적 구제조치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사전적 권리보호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醫師많은 사회보다 病 없는 사회를
이런 의미에서 납세자보호관들의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현실은 그렇게 내세울만한 일이 못된다. 뒤 짚어 말하면 아직도 부실부과의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될 수 있으며 자칫 병(病)주고 약(藥)준다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 드릴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더구나 조사행정이 국세행정의 실질적인 축(軸)으로 자리하고 있는 작금에서는 추징세액 산출의 근거가 명명백백하게 제시되는 투명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행여 납세자들이 입게 될 권리침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여 언젠가는 납세자보호관 자리에 파리가 날리게끔 ‘일감’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
의사(醫師)가 많은 사회보다는 병(病)없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듯이 우리 국세행정에도 납세자보호담당관이 필요 없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모두가 내실(內實)에 힘을 쏟아야 한다.
‘납세자보호관이 필요 없는 세정 운영’-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납세자 보호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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