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호 편집부국장 -
통상 관행의 몇 단계 뛰어넘어 지방청장으로 전격 임명하는가 하면, 서울청 조사국 과장을 곧바로 서울청 조사2국장으로 파격 승진 시킨 것은 두고두고 세정가에서 회자됐다.
이때의 파격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성실하게 보좌해온 K모 전 국세청 국장과 요즘 검찰에 구속돼 세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안원구 국장 역시 이 때의 파격인사 ‘최대 수혜자’로 소문이 무성했었다.
사실 K 국장과 안 국장은 국세청 내 주요 보직과 남들은 퇴임 전 잘해야 한 번 역임하는 지방청장을 고속으로 통과하는 등 승승장구해 당시 선배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시절이 바뀌면서 ‘승진과 사퇴압력’ 속에서 갈등을 빚었고 그 뒤 두 사람의 행보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승진과 퇴진 압력의 시점에서 K 국장은 조직의 관행인 명퇴전통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려 지금 세무법인의 회장으로 제2의 세무인생을 걷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부가 함께 모 외국계 은행이 주최한 패밀리 골프대회에 도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TV화면을 통해 전해졌고, 세정가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부를 부럽게 보기도 했다. 부상으로 5000만원 상당의 금융상품을 받기도 했다.
아직 법률적인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에 비해 최근 세무조사 관련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 국장은 부부는 대조적인 길을 걷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말을 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대체로 “국세청 조직의 특혜를 한 몸에 받으며 파격인사의 수혜자로 일해 온 사람으로서 너무하다”는 한숨 섞인 말을 하고 있다.
비단 K국장뿐 아니고 고위직 승진의 문턱에서 조직의 입장을 수용하고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을 속으로 흘리면서 명예퇴임식장에 섰던 ‘쟁쟁한 선배’들이 걸어 간 길이 너무 새삼스럽게 보이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로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나갔다”는 것이 세정가의 시각이고 반응이다.
최근 수년간 국세청이 엄청난 수난을 당했지만 국세청을 최악의 수렁으로 안내한 이번 파동의 근본적 원인이 단계를 무리하게, 그것도 너무 쉽게 넘은 파격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현 국세청의 인사정책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마주 들고 부부가 입맞춤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진흙탕 폭로를 이어가며 최근 TV화면을 장식하는 전·현직 국세청 고위간부 부부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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