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올해 기업들이 공개한 세금 추징 규모가 자기자본이나 영업이익 창출력 등에 비해 두 배 넘게 불어나는 등 기업들의 체감 세부담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세무조사 추징 세액을 공시한 기업은 총 22곳으로 지난해 전체 세금추징 공시 총 11건(유가증권 시장 3건, 코스닥시장 8건)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이들 기업이 추징당한 세액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469억원에서 올해 1조2천억원으로 약 26배 급증했다. 기업당 평균 세금 추징액은 같은 기간 47억원에서 545억원으로 1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이 추징당한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자기자본 대비 세금추징액은 지난해 5%에서 올해 10% 수준으로 상승했고, 2012년 영업현금창출력(EBITDA)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33%에서 84%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으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1/3을 추징 당하고 나머지 2/3를 남겼다면, 올해는 1/6만 남기고 나머지 5/6을 세금으로 낸 셈이다.
기업별로는 효성과 OCI는 국세청의 법인세 통합 세무조사를 통해 각각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 받았다. 효성은 지난 10월 29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65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효성의 자기자본(3조141억원) 대비 12.1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현금의 91%를 세금으로 내게 됐다.
또 태양광 제품 제조사인 OCI는 지난 8월 30일 국세청으로부터 308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인천 공장 부지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유예받은 게 적절치 않았다는 것으로 OCI는 조세불복을 통해 세금 환급 청구를 제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받은 타격은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부세무서에 2000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재판중인 사안과 별개로 1700억원 안팎의 세금 추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세무조사를 마친 신한은행에 ‘신한’ 브랜드 사용료를 은행이 지주회사에 불필요하게 납부했다며 130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신한금융지주 세무조사에서는 브랜드 수수료를 안 받는 게 문제라며 오히려 50억원 세금을 추징했었다. 지주회사 세무조사 때는 브랜드 사용료를 안 받았다고, 은행 세무조사 때는 사용료를 냈다고 문제 삼은 것.
국민은행 역시 지난 8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125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국민은행도 신한은행과 유사하게 그룹 내 정보공유 사용료 등의 문제로 거액을 추징당했다.
이밖에도 동부하이텍은 자기자본의 27%에 달하는 778억원의 세금을 통보 받았고, 동아에스티(646억원), 한일이화(547억원), KT&G(448억원),코오롱글로벌(393억원), 한국우주항공산업(180억원),서희건설(138억원), 삼진제약(132억원),경동제약(89억), 동아쏘시오 홀딩스(59억)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 창출력을 뛰어 넘는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
기업들의 세금 추징 부담이 많아진 것은 최근 세수부족 우려로 인해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를 더욱 강도 높게 실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 세무조사 1건당 추징액은 지난해 10억9000만원에서 올 상반기 13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이와관련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걷어야 하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며 "무리한 세무조사가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없이 세무조사로 조세수입을 늘리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