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훈 세무사 특별기고] “斷 想”
생각 할수록 분통과 울화가…우째 이런 일이
새 首長은 전임 청장들의 덕목부터 배워야
전·현직 동우들이여! 다시 ‘시작의 종’을…
지난 1월 7일 국세동우회 신년회자리. 한상률 국세청장은 인사말에서 기축년(己丑年) 황소처럼 묵묵하고 새롭게 변화하여 동우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세청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제 국세청이 제대로 되겠구나! 그의 자신감 넘친 모습에서 동우들은 진심어린 성원의 박수를 보냈다. 불과 열이틀 후 1월 19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는 자리를 떠났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쩌란 말입니까? 누구는 지금의 국세청 터가 명당이기는 하지만 기(氣)가 너무 세다 하고, 누구는 지금까지의 몇몇 사건은 일천한 경륜 때문이라 하고, 또 누구는 고시출신들이 명석한 두뇌만 믿고 앞뒤를 가리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핑계를 굳이 찾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사건사고가 왜 이리도 자주 일어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보기 싫은 공연을 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구설(口舌)의 공연무대에 납세자가 주연으로 등장해 왔었는데 어느 날 부하직원이 나타나는가 하더니 느닷없이 사모님들께서 그림을 들고 출연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특이하다. 사모님들의 말 한마디에 온통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에서 상대방의 흠결을 지적하고 고칠 틈을 주거나 이해하고 협조하는 아량은커녕, 시기와 질투로 마구 질러대는 옹졸한 이기심의 극치를 보았다. 근래에 들어와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동료간에 이게 무슨 짓이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런 해괴망측한 연극의 마지막공연은 언제인가? 도대체 감독은 누구고 조명기사는 또 누구인가? 공연이 끝난 후에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깊은 상처만 남았다. 국민의 신뢰는 분노로 바뀌었으며, 묵묵히 일하는 2만여 현직동우들의 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성장하는 국세청을 지켜보는 퇴직한 선배동우들 또한 할 말을 잃었다. 이러한 상처는 단기간에 치유되지 않는다. 엄청난 노력은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치료를 해도 흔적 없이 깨끗하게 지우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걸 깨닫지 못한 채 아직도 천방지축 웃고 있는 한심한 당신들! 내말 잘 들어요.
세상일이란 오늘만 있고, 지금만 있고, 당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있고 훗날도 있다. 가림도 없고 거침도 없이 뱉어버리면 그만인가? 주저하며 망설일 때도 있고 참거나 포기할 때도 있다. 개인감정은 사적인 해결로 끝나야지 組織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이렇게 소리라도 질러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또다시 국세청은 어리석은 공연의 마지막 종을 칠 적임자를 찾고 있다. 어쩌나? 어떻게 하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왜냐하면 청장이 바뀌더라도 국세청은 영원하니까…. 다시 거름 주어 옥토 만들고 혹한과 가뭄에 거뜬히 견딜 싱싱한 나무를 심고 튼튼하게 키워야한다.
신임 청장께 부탁드립니다. 더 높이 오르려 인기를 생각하지 말고 국세청 키우는데 전념하십시오. 초일류 세정이니 따뜻한 세정이니 하는 구호보다 있어도 없는 듯 소리 없이 세정의 내실을 다지십시오. 그래서 국세청이라는 나무에 튼튼한 가지가 생겨나고 무성한 잎과 더불어 아름다운 꽃이 피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도덕성과 청렴, 정직을 실천하면 권위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성공한 선배청장님들의 처신(處身)을 공부하시어 다시는 위에서 큰일 저지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현직 후배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윗선의 과오로 인하여 크게 상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세무행정은 위에서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이 합니다. 청장 한사람이 모든 납세자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국세청장이라는 각오로 나서야 합니다. 납세자 마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달라진 진심어린 친절과 공평·성실한 실무집행으로 떠난 세심(稅心)이 되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 동우(同友)님께 부탁드립니다.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에 전·현직과 선·후배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 동참해야합니다. 친척이나 이웃, 동창, 사회친구들에게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세청출신이기 때문에 손가락질 받는 일이 없도록 매사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것입니다. 특히, 세무사 업에 종사하고 있는 동우님들은 눈앞의 이익을 따지기 전에 현직의 연장이라는 자세로 세정을 이해·설득·홍보해야 합니다. 국세청 출신임을 자랑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됩니다.
이제 어리석은 공연을 당장 끝내고 새로 부임한 청장을 중심으로 전·현직동우들이 함께 힘을 합쳐 새롭게 출발하는 ‘시작 종’을 힘차게 울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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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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