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자녀공제액을 큰 폭으로 상향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배우자'를 거친 순차 상속의 세부담이 종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부모 어느 한쪽의 재산을 배우자에게 물려준 뒤 다시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기존보다 10배 인상된 5억원의 자녀 공제를 두 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관계 당국과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상속세 개편안 중 대폭 인상된 '자녀공제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녀 1명당 공제액이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절세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원+인적공제 합산액' 또는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과세대상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자녀공제를 포함한 인적공제 합산액은 '일괄공제 5억원'보다 대부분 적었기 때문에 실제 활용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자녀공제를 선택해 '일괄공제 5억원'보다 더 많은 공제를 받으려면 자녀가 최소 7명(기초공제 2억원+자녀 7명X5천만원=5억5천만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공제액이 5억원으로 인상되면서 자녀 2명만 있어도 12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억원X2)을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공제액 자체가 커짐에 따라 사망한 부친의 재산을 모친을 통해 자녀가 상속받을 경우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
부친이 사망했을 때와 모친이 사망했을 때 각각 자녀 1인당 5억원의 자녀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친이 사망한 뒤 모친이 사망하게 되면 각각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자녀공제도 각각 따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친의 재산 20억원을 자녀 2명이 법정 상속지분한도가 10억원인 모친을 거치지 않고 직접 물려받는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이 경우 가능한 상속 공제액은 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5억원X2), 모친의 상속 여부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배우자 공제 5억원 등을 더한 17억원이다. 결국 자녀들은 나머지 3억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부친의 재산 20억원을 모친을 거쳐 상속받게 되면 자녀공제가 2회 적용돼 세액은 줄어들 수 있다.
부친이 사망해 배우자가 법정상속 지분 한도와 같은 10억원, 자녀가 각 5억원을 상속받게 되면 세금은 0원이다. 공제액이 '배우자 공제 10억원+자녀공제 10억원+기초공제 2억원' 등 22억원으로 상속재산 가액(20억원)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후 모친이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10억원을 다시 자녀에게 상속할 때도 1인당 5억원의 자녀공제와 2억원의 기초공제가 또 적용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순차 상속을 하면 처음 부친의 재산을 모친과 자녀가 상속받았을 때 자녀가 내야 하는 상속세를 모친이 증여세 부담 없이 대신 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모친이 부친 사망 이후 10년 내 사망했을 경우 모친이 부친 재산 상속 때 낸 상속세를 일부 공제받을 수도 있다.
최봉길 한국가업승계절세전략연구원장(세무사)은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확정돼 자녀공제액이 많이 늘게 되면 배우자를 거친 상속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