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한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 시점에 성립
-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정된 권리의 내용을 기초로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의해 평가하여야
- 소송 중인 권리의 수유자가 판결 확정 전까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가산세 면제요건인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야'
- 대법원 2024.5.9. 선고 2021두36080 판결 -
● 요약 대상판결에서 피상속인은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주주권확인소송이 계속되던 중 ‘소송이 승소 확정되면 주식을 유증하겠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민법 제1073조 제2항은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유증이 승소판결의 확정을 조건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유증인지 여부와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가 문제됐다.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조건 성부가 미정인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되면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유증을 받으리라는 기대권’인 ‘조건부 권리’를 취득할 뿐이고 유증의 목적물은 상속재산으로서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므로, 우선 상속인들이 유증 목적물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달리 수유자는 조건의 성취로 유언의 확정적 효력이 발생하여 유증이행청구권을 취득한 때에 비로소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원심은 이 사건 유증을 정지조건부 유증으로 해석하면서도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조건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사망시에 곧바로 성립한다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증을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한 무조건의 유증’으로 해석하고 납세의무가 상속개시시에 성립한다고 하여 원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이 사건 유증에 대한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한편,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권리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의해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납세자가 권리 귀속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상속세 신고를 하고, 확정판결이 있으면 다시 수정신고 또는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상판결은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판결 확정 전까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여 납세자를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합리로부터 보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그룹의 명예회장인 피상속인은 계열사인 ○○개발의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이 사건 주식을 차남(A)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나누어 명의신탁 해두었다.
그런데 다른 명의신탁 주식과 달리 A 명의의 주식(이하 ‘A 명의 주식’)의 귀속에 관하여는 분쟁이 있었고, 이에 피상속인은 2013.8.29. A에 대해 A 명의 주식의 주주권이 피상속인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이하 ‘관련 확인소송’).
피상속인은 관련 확인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4.7.25. “유언자가 A를 상대로 제기한 확인소송에서 승소확정(조정, 화해 포함)되면 A명의 주식을 원고들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이하 ‘이 사건 유증’).
한편, 관련 확인소송의 1심 법원은 피상속인이 A 명의 주식의 실질주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피상속인 승소 판결을 선고했고, 항소심과 상고심 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유지해 2017.9.14. 피상속인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피상속인은 소송이 계속되던 중인 2015.3.경 사망했고, 상속인들은 2015.9.경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이 사건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포함했으나, 그 중 A 명의 주식에 대한 확인소송이 진행 중임을 이유로, 이 사건 주식의 가액을 0원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관할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실시 결과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과소신고됐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6.5.4. 수유자인 원고들에 대해 2015년도 귀속 상속세[(ⅰ) A 명의 주식에 대한 납부불성실가산세 (ⅱ) 나머지 주식에 대한 과소신고가산세 및 납부불성실가산세 포함]를 결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쟁점의 정리
원고들은 이 사건 유증은 정지조건부 유증이고, 관련 소송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어 조건이 성취된 2017년경 비로소 수유자인 원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①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유증에 따른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 성립시기 ③ 유증에 따른 상속재산의 가액 평가방법이 쟁점이 됐다.
또한 이 사건 유증을 ‘소송 중인 권리의 무조건적 유증’으로 볼 경우, 소송 중인 권리의 수유자가 관련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상속세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가산세를 감면할 수 있는지가 문제됐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대구고등법원 2021.2.5. 선고 2019누3354 판결)
(1) 이 사건 주식 중 A 명의 주식에 대한 유증은 정지조건부 유증이고, 나머지 주식에 대한 유증은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 유증이다. 다만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12.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수유자에게 ‘상속재산 중 받거나 받을 재산’에 대해 상속세 납세의무를 지도록 하여 유증 목적물의 귀속이나 현실적인 취득을 납세의무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비록 A 명의 주식에 대한 유증은 정지조건부 유증이지만 이 사건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는 피상속인의 사망일에 성립했다.
(2) 상속개시 당시에는 상속재산인 ‘소송 중인 권리’가 그 권리의 존부나 범위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분쟁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면 그 내용을 기초로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의하여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4.9. 선고 2002두110 판결).
관련 확인판결에 의하여 이 사건 주식의 귀속주체가 피상속인이라는 점이 확정되었으므로 이를 기초로 하여 상속개시 당시 주식의 시가에 따라 상속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3)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4항 제1호는 ‘소송 등의 사유로 상속재산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를 과소신고가산세 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피고는 A 명의 주식에 대한 과소신고가산세는 부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은 가산세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해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가산세를 면제하도록 하여 납부불성실가산세의 면제요건을 과소신고가산세 요건보다 더 제한하고 있지 않다.
또한 A 명의 주식이 수유자에게 귀속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상속세 신고·납부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납세자의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2024.5.9. 선고 2023두26080 판결)
원심의 이유 설시 가운데 ‘이 사건 유증 중 A 명의 주식에 대한 부분이 정지조건부 유증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부적절하나 유증에 따른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피상속인의 사망일에 성립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나머지 이 사건 주식 가액의 평가방법과 가산세 부과처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4. 평석
가. 조건부 유증에 관한 민법과 상증세법의 규율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대법원 2003.5.13. 선고 2003다10797 판결), 유언에 정지조건이 있는 경우 그 조건이 유언자의 사망 이후에 성취했다면 그 조건이 성취한 때부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1073조 제2항).
민법 제1073조 제2항 규정은 ‘정지조건부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47조 제1항)’는 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을 뿐, 유언의 효력이 유언자 사망시기에 발생함을 규정한 동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은 아니다.
이에 따라 유언자가 사망한 시점에 일단 유언의 효력은 발생하고, 정지조건부 유증의 수유자는 상속개시 당시에 아직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면 일종의 기대권인 ‘조건부 권리’를 취득하고, 조건이 성취된 때에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여 유증에 따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아직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유언자가 사망했다면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유증을 받으리라는 기대권’인 ‘조건부 권리’를 취득할 뿐이고 유증의 목적물은 상속재산으로서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귀속될 것이다.
이처럼 유증 조건의 성부가 미정인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될 경우, 우선 법정상속인들이 조건부유증의 목적물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정지조건부 유증의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돼야 비로소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유증의 이행을 청구할 채권을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2010.12.23. 선고 2007다22859). 조건이 성취되더라도 수유자가 곧바로 유증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 상증세법은 ‘상속재산 중 받거나 받을 재산’에 대해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과하여 유증 목적물의 현실적인 취득을 상속세 납세의무의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수유자는 조건성취 시점에 ‘상속재산 중 받을 재산’인 유증 목적물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 경우 이미 상속세를 납부한 상속인들은 조건성취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 근거하여 후발적사유에 의한 경정청구를 함으로써 기납부한 상속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구 상증세법 제65조는 ‘조권부 권리’가 상속재산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 가액 평가방법에 대해 정하고 있는데, 이는 유증 자체에 조건이 붙은 경우가 아니라 유증의 목적물이 ‘조건부 권리’인 경우, 즉 피상속인이 사망 전 보유하던 조건부 권리가 상속등에 의해 이전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정지조건부 유증의 수유자가 조건 성부가 미정인 동안 보유하는 ‘조건부 권리’와 유증의 목적물인 ‘조건부 권리’는 구분되어야 한다.
나. 조건부 유증과 불확정 권리를 목적물로 하는 유증의 구분, 이 사건 유증의 성격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 중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이라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① 유증 자체에 조건을 두는 것과 ② 유증의 목적물이 소송 중인 권리 등 불확정 권리인 것은 구분되고, 양자의 구분은 피상속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증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명시적인 해석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소송 중인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무조건의 유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유언공정증서의 문언,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변동과 관련한 제반사정, 소송 진행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상속인의 의사는 불확실한 사실(승소판결의 확정)의 성부에 유증의 효력발생을 의존시키려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상속인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할 당시 이미 A 명의 주식 소유권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A 명의 주식을 수유자에게 유증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유언공정증서가 조건문으로 작성되어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소송 상황을 감안하여 주식 이전 시기와 절차에 관하여 정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이 아니라고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유증 목적물의 현실적인 취득을 납세의무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같은 법 제65조는 ‘소송 중인 권리’ 역시 상속재산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그 가액평가의 방법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도 상속개시일에 성립한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유증의 성격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납세의무의 성립시기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본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 따른 것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원심판결은 이 사건 유증을 조건부유증으로 해석하면서도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그 가액평가는 ‘소송 중인 권리’의 평가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 중 판결이유의 오류를 바로잡고, 유증의 법적 성격과 그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에 관하여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구 상증세법 제65조 제1항,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60조 제1항 제2호는,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에 대해 ‘평가기준일 현재의 분쟁관계의 진상을 조사하고 소송진행의 상황을 고려한 적정가액’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 가액을 평가하는 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상판결에서는 상속개시 이후 법원의 판결을 통해 그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됐다면 그 확정된 권리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의해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시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4.4.9. 2002두110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소송 중인 권리를 목적물로 하는 유증이더라도 일반적인 유증과 마찬가지로 납세의무 자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하게 되는데, 이는 납세자가 권리의 귀속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자체적으로 가액을 계산해서 상속세 신고를 하고, 확정판결이 있으면 다시 수정신고 또는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진다(상속세 및 증여세 집행기준 67-64-2 역시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문제를 가산세 면제사유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산세가 감면되는 ‘정당한 사유’란 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 등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05.11.25. 선고 2004두930 판결), 유증의 대상이 소송 중인 권리일 경우 납세자는 그 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확신하기 어렵고, 재산의 가액을 산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를 ‘정당한 사유’로 포섭해 가산세를 감면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 감면되는 가산세의 범위는 과소신고가산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납부불성실가산세도 포함된다.
대상판결은 이처럼 유증과 그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에 대해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납세자를 불확실성에 의한 불합리로부터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석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재정학) 박사 수료
• 사법시험 42회(사법연수원 32기)
• 공인회계사 시험 33회(1998)
•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원
• 개정상법과 세무문제 – 주식 및 배당제도를 중심으로 - , 조세법연구 18(1), 한국세법학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