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세, 부의 재분배 기능 미흡하고 경제손실·기업가치 훼손 부작용
일률적 주식할증평가 폐지·유산취득세 전환·가업상속 개선·공익법인 과세 완화
‘상속·증여세 개편, 백년기업 키(Key)우는 열쇠’ 자료집 발간 정부·국회 등 배포
최근 자산 가격 상승과 국내 기업들의 경영 세대교체 가속화로 국민·기업들의 상속·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상속·증여세제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 6단체는 현행 상속·증여세제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을 담은 ‘상속·증여세 개편, 백년기업 키(Key)우는 열쇠’ 표제의 자료집을 공동으로 발간해 내달부터 정부, 국회, 회원사 등에 배포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제 6단체는 먼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과세체계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상속·증여세 부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상속인과 피상속인 간 관계 구분 없이 일률적인 세율로 상속·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반면 OECD 38개국 중 15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으며 나머지 23개국 중 절반 이상인 15개국이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에는 과세를 면제하거나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시 60%)로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할증평가 포함 시 1위)이며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율도 OECD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과세체계를 1999년 이후 24년 간 유지해왔으며 이는 OECD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한 것과 대비된다.
경제 6단체는 이 자료집을 통해 현행 상속·증여세 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는데 경제계가 지적한 상속·증여세 과세의 문제점은 부(富)에 대한 이중과세를 비롯해 부의 재분배 기여 미흡, 경제 손실 야기, 기업가치 저해 등을 꼽았다.
우선 부에 대한 이중과세 주장의 경우 상속·증여세는 소득·재산세가 이미 과세된 후 축적한 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과세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세율이 해외 주요국 대비 높은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율이 더해져 부에 대한 세부담이 과중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행 상속·증여세의 경우 부의 재분배 기여기 미흡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상속·증여세 과세의 가장 큰 목적은 부의 재분배인데 현행 제도는 부의 세습보다는 자산 가격 상승과 같은 외부 요인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인 현재 사회에서 상속·증여세 과세로 재분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높은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과세해 온 국가들의 부의 불평등도 개선이 미흡하거나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비해 경제 손실을 야기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기업의 투자·고용 등 경영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이 어려운 기업들은 승계를 포기하거나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수많은 일자리 손실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행 상증세로 인해 기업가치가 저해되는 문제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상속·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지고, 투기 자본의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한국 증시가 해외에 비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6단체는 이번 자료집을 통해 상속·증여세제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언했다.
경제계가 제시한 상속·증여세제 5대 개선과제는 과세체계 개편을 비롯해 일률적 주식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 가업상속공제 개선, 공익법인 과세 완화가 골자다.
과세체계 개편의 경우 원활한 기업 승계 지원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세율 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해 과세원칙에 부합하는 과세체계 구축을 위해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또한 일률적 주식 할증평가는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는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세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경영 실적, 대외 위험도와 성장잠재력, 사업·지배구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러한 결정 요인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행 일률적 할증평가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 오고 있는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도 촉구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과세는 납세자인 상속인이 실제 받는 상속재산이 아닌 피상속인의 재산총액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의 기초인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자이다. 개별 상속분을 먼저 분할하고 각자의 상속분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상속세제 보완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의 개선도 촉구했다. 기업 승계 시 세부담 완화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제 대상과 규모가 제한적이고 사전·사후관리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들이 기업 규모별 제한을 두지 않고 높은 수준의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데 현재의 공제 대상과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사전·사후관리 요건 등을 폐지하거나 완화해 제도 활용도를 높일 것을 제안했다.
한편 현행 공익법인 과세에 대해서는 큰 폭의 완화를 제안했다.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에도 일정 한도 초과 시 상속·증여세가 과세돼 기업의 주식 등 재산 기부 활동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를 위해 공익법인 주식 출연에 대한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