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도 함께 경질했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그룹 회장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다.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개편과 함께 도입한 최고경영자(CEO) 수시 인사의 첫 사례이기도 하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천878억원에 달했다. 이는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측은 허 부사장이 그룹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잠재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과 지속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상반기 도래하는 예정 자금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 건전성 강화에 힘써왔다.
건설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건설은 2018년 자체 주거브랜드 '빌리브'를 내놓고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대구에 건설한 빌리브 헤리티지, 라디체, 루센트 등에서 대거 미분양과 미수금이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달 정기평가를 통해 신세계건설 신용등급과 전망을 'A'와 '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와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신세계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공사원가 상승,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적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 증가 등을 평가요소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분양 경기가 크게 저하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실적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사대금 회수 차질, 사업성 저하로 인한 손실 등의 부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작년 말 별도 기준 매출채권 4천529억원 가운데 대구 사업장 관련 채권이 2천억원 이상이라고 짚었다.
앞서 작년 11월 신세계건설은 재무 안전성 강화를 위해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 약 650억원 규모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