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기본법 제81조의3에서는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나 성실신고확인서 제출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무자료 거래 등 거래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납세자는 성실하며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은 진실한 것으로 추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의 규정은 국세기본법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납세자가 그 의무를 이행할 때에는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하여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경우라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은 각종 세금신고를 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관련 자료와 증빙을 토대로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에 대해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복잡한 세금신고와 세금환급을 손쉽게 처리해 준다는 이른 바 ‘세무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성업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세무플랫폼들은 대체로 해당 프로그램에 접속해 간단한 본인인증 만으로 국세청의 홈택스에 연결되어 세금신고를 하고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용의 편리성만 강조되다보니 비용사용 내역 등이 세금계산 시에 공제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법지식이 없는 일반 납세자들이 이런 세무플랫폼을 통해 세금신고를 하고 환급을 받는 과정이 성실납세를 담보할 수 없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세금신고는 관련 세법에 따라 정확하고 적정하게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납세자가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복잡한 세법의 특성상 많은 경우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가 이를 대행하게 된다.
이처럼 세금계산은 다양한 사실판단과 복잡한 세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문가조차 정확한 세금계산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계산을 세무플랫폼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기계적으로 관련 자료를 끌어와서 정밀한 검토 없이 일괄적으로 하게 되면, 세법상 인정될 수 없는 항목들이 세금계산에 영향을 미쳐 정확하고 적정한 세금신고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세무플랫폼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인적용역 소득자에 대한 최대한의 세금환급인데, 원천징수를 통해 기납부한 세금에 비해 실제로 신고납부해야 할 세금이 적은 경우가 많다보니 세금환급을 사업목적으로 내세우는 세무플랫폼 기업들이 성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간편한 절차를 통해 많은 세금을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하는 이런 세무플랫폼들이 넘쳐 나면서 불성실 세금신고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국세청도 최근 인적용역 소득자에 대한 환급금 찾아주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영세 인적용역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를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납세자의 개인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경비율로 계산된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기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의 일부를 돌려줌으로써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결손으로 신고해 향후 발생할 소득금액에서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
물론 당장 발생하고 있는 소득이 적어서,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장부정리를 해서 세금신고를 할 수 없는 영세 소득자에 대해 본인들이 놓치고 있는 세금환급의 기회를 찾아주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평가할만하다 할 것이다.
인적용역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에 대해 발표한 지난 8월 24일자 국세청 보도자료를 보면, 국세청은 배달라이더나 대리운전기사 등 인적용역 소득자 178만명에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찾아가지 않은 환급금 2220억원에 대해 기한 후 환급신고 안내를 통해 올 추석 전에 소득세 환급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환급대상 납세자들에게 모바일 환급 안내문을 발송했고 해당 납세자는 국세청이 발송한 모바일 안내문에서 ‘환급금 조회 바로가기’ 버튼을 터치하여 최근 5년간의 연도별 수입금액과 환급예상세액을 조회한 후, 환급세액이 있는 경우 ‘신고하기’ 버튼을 터치해 신고화면으로 이동해 바로 환급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번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 외에 이미 지난 5월에도 인적용역 소득자 400만명에게 2022년 귀속분에 대해 소득세 환급금 8230억원을 신고하도록 안내를 한 바 있는데,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영세 인적용역 소득자들의 소득세 환급금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간편한 절차를 통해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국세청의 이런 노력은 마땅히 높게 평가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막대한 행정비용을 들여 지속적으로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 사업을 하고 있고, 세금환급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세무플랫폼 기업들이 성행하는 것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세금환급을 위해 국가나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노력과 비용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환급금 발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국세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인적용역 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 환급 발생 이유를 보면,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사가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보수를 지급하면서 원천징수한 3%(지방소득세 별도)의 세금이 각종 공제 등으로 인해 실제 부담할 세금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지난 5월 2022년분 귀속분에 대한 소득세 환급금신고 안내를 한 소득자만 400만명에 달하는 것을 보더라도 세법에서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소득을 지급하면서 3%(지방소득세 별도)를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과하다고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8월 17일 홍영표 의원 등이 원천징수 대상 사업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3%에서 2%로 인하하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배달라이더 등 공급자가 부담한 원천징수세액이 종합소득신고로 확정된 최종 세액보다 많아 환급되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조세행정의 비효율성과 납세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영표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적용역 등을 공급해 3%의 원천징수 소득세를 납부한 사업자는 2018년 613만여 명에서 2021년 788만여 명으로 약 1.3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원천징수된 인적용역 소득자 중에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환급세액을 수령한 사업자는 174만7000여 명에서 288만여 명으로 1.6배 증가했는데, 비율로는 28.5%에서 36.5%로 증가했다고 한다.
따라서 원천징수 대상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세율을 3%에서 2%로 인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 납세자의 편의성 제고뿐만 아니라 세금환급을 위한 과세당국의 행정력 낭비가 줄어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와는 별도로 편리성과 낮은 비용만을 부각한 채 세금을 신고하는 과정에 대한 적절성은 간과되고 있어, 불성실납세 조장의 우려가 있는 세무플랫폼에 대한 과세당국의 면밀한 분석과 관리가 뒷받침돼야 납세자에 대한 성실성 추정의 규정이 실효성이 있게 될 것이다.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