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 명칭을 공식 변경하고 정경유착 과오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 혁신에 속도를 붙인다.
전경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명칭 변경 등 안건을 의결한다.
이로써 전경련은 1968년 이후 55년 만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의 이름이다. 이후 조직 규모 확대를 반영해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른 전경련은 최초 설립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를 담아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이 발표된다.
윤리헌장에는 ▲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 선도 ▲ 혁신 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공식 추대하는 절차도 진행된다.
류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일원이자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으로, 글로벌 무대 경험과 지식이 많고 관련 인맥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하려는 한경협을 이끌 적임자라는 게 전경련 설명이다.
류 회장과 호흡을 맞출 상근부회장으로는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애초 공언한 6개월 임기를 마치고 상임고문으로 한경협 활동에 계속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이날 총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는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된다.
다만 삼성그룹에서는 한경연 회원사였던 5개 계열사(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중 삼성증권이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의 혁신 의지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우려와 이사회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계열사들이 이날 총회를 계기로 한경협에 형식상 회원으로 등재되더라도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활동을 수반하는 실질적 의미의 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