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와 가처분 절차 이용해 사전에 재산처분 막을 수 있어
# “수년 전 아버지께서 큰형에게만 모든 재산을 증여하셨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증여받은 재산을 모두 처분했다는 겁니다. 큰형만 모든 재산을 증여받은 것도 억울한데 유류분을 청구할 돈마저 없다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대비해 재산을 미리 처분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불안에 떠는 유류분권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인이 전부 사용했더라도 유류분을 반환해야 하는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고 조언한다.
14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유류분은 원칙상 특정 상속인이 부모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아야 청구가 가능한 소송”이라며 “반면 유류분청구의 전제 조건이 되는 증여재산을 상속인이 모두 써버린다면 유류분권자들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상속인이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재산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되기 전 사용했더라도 여전히 유류분 채권에 대한 채무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 분쟁에 있는 당사자들은 채무와 동일한 관계에 놓여있다. 가령 A가 B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B가 갚을 돈을 마련하지 않고 수중에 있던 모든 돈마저 써버렸다고 해서 채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유류분권자에게 유류분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 상속인이 증여재산을 모두 써버렸다고 해서 유류분반환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즉 이미 증여를 받은 상황에서는 상속인이 돈을 모두 써버렸다고 해서 증여 사실이 사라지지 않으며, 심지어 증여받은 상속인이 사망해도 유류분반환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
엄 변호사는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전부 사용했더라도 유류분권자는 여전히 상속인을 상대로 유류분만큼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아울러 강제집행을 통해 다른 재산으로 채권을 받아내거나 다른 재산마저 없다면 채무 불이행자 명부등재, 즉 신용불량자에 등재시키는 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증여받은 재산이 돈이 아닌 부동산인 경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대비해 미리 처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을 미리 처분한 경우에도 처분한 금액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포함 시켜 문제의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부동산 자체는 소송을 대비한 처분으로 사라졌지만, 처분한 기록은 당연히 남기 때문에 이를 돈으로 환산해 청구가 가능한 것”이라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주변 시세보다 적은 금액으로 처분했다는 상속인의 허위 주장이 있을 수 있기에 다운계약서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입장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의심된다면 예방 차원의 법적 대응이 중요하다. 다만 증여받은 재산이 돈이냐 부동산이냐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증여받은 재산이 돈이라면 가압류를 고려해야 한다. 가압류는 상속인의 통장계좌를 법원의 절차에 따라 임시로 정지시켜 마음대로 계좌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증여받은 재산이 부동산이라면 처분을 막기 위해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함부로 부동산을 팔지 못하게 막는 가처분으로 꼭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값비싼 물건이나 자동차 등을 상대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