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가 당초 처분사유에 대한 무효 사유를 증명하여 처분청이 소송 계속 중 처분사유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면, 그 교환된 처분사유와 관련한 적법성의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이 부담
-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이 결정된 법령을 다시 근거로 삼은 처분에 대하여까지 인정될 수는 없음
- 대상판결은 조세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분배에 대한 원칙에 충실하면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
- 대법원 2023.6.29. 선고 2020두46073 판결 -
● 요약 대법원은 2023.6.29. 선고 2020두46073 판결에서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처분사유의 교환·변경이 있는 경우,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에 대해 무효사유를 증명했다면 교환·변경된 처분사유를 근거로 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판단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변경 전 처분사유에 대해 납세자가 하자의 중대·명백성을 증명했다면, 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는 원칙으로 돌아가 과세관청이 그 적법성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고려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변경이 있은 후에서야 해당 사유에 대해 다툴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경된 처분사유의 하자의 중대·명백성까지 납세자에게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상판결은 무효확인소송에 있어 처분사유의 변경이 있었고,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의 무효사유를 증명했다면, 변경된 처분사유를 근거로 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고 최초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한편,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세소송의 증명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배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국내에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을 영위하던 중 1995.8.3. 출국했다. 원고의 출국 이후 피고 서초세무서장은 1996.6.15.부터 2000.2.2.까지의 기간동안 종합소득세, 증권거래세, 양도소득세 등을 5차례에 걸쳐 각 부과했고, 피고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은 1998.4.1.부터 2000.6.10.까지의 기간 동안 양도소득세할 주민세 및 종합소득세할 주민세 등을 3차례에 걸쳐 각 부과했다(위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위 8차례의 이 사건 각 처분 중 대상판결에서 주로 문제된 것은 피고 서초세무서장의 2000.2.2.자 종합소득세 721,753,630원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제5처분’이라 한다)과 피고 서울특별시장 서초구청장의 2000.5.10.자 종합소득세할 주민세 54,131,520원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제7처분’이라 한다)이다.
이 사건 제5처분은 원고가 운영하던 주식회사 A의 1994 사업연도 법인세가 경정되고, 주식회사 A에 익금산입된 금액이 원고에게 상여로 소득처분됨으로써 발생한 원고의 근로수입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이고, 이 사건 제7처분은 이 사건 제5처분에서 결정된 소득세액을 과세표준으로 한 종합소득세할 주민세 부과처분이다.
이에 대해 원고는 원심에서 이 사건 제5처분의 근거가 된 구 법인세법(1994.12.22. 법률 제48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5항은 1995.11.30.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했으므로 무효인 법률에 기초한 이 사건 제5처분 및 이 사건 제7처분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서초세무서장은 위 소송 계속 중 이 사건 제5처분의 처분사유를 ‘주식회사 A에 대한 법인세 익금산입 및 원고에 대한 상여처분에 기초한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에서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귀속된 기밀비·교제비·직무별봉 기타 이와 유사한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서 사업을 위해 사용된 것이 분명하지 아니한 급여에 관한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으로 변경했다.
2.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과세관청이 당초의 처분사유를 교환·변경한 경우, 납세자가 당초 처분사유의 무효사유를 증명했다면 교환·변경된 처분사유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누가 부담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원고는 피고 서초세무서장이 이 사건 제5처분의 처분사유를 변경했으므로, 피고 서초세무서장이 그 변경된 처분사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심은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해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고, 소송 계속 중 교환·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항고소송은 해당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으나(대법원 2017.6.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등 참조), 행정처분의 당연 무효를 주장해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서는 원고에게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하는 한편(대법원 1976.1.13. 선고 75누175판결 등 참조), 무효확인소송에서 처분 사유의 교환·변경이 있는 경우,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에 대해 무효사유를 증명했다면 교환·변경된 처분사유를 근거로 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한다고 봤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에 비춰, 원고가 당초의 처분사유를 전제로 하여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제5·7처분의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한 이상, 변경된 처분사유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제5·7처분의 적법성은 피고들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와는 달리 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도 무효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4. 평석
가. 조세소송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의 분배 문제
대상판결도 적절히 설시하고 있듯, 조세소송에 있어 과세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사유에 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 관청이 그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 및 절차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대법원 1982.9.14. 선고 82누36 판결 등 참조),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소송에서는 민사소송의 증명책임의 법리에 맞추어 그 무효를 구하는 원고가 그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주장·증명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1984.2.28. 선고 82누154 판결 등 참조).
한편 조세소송에 있어서는 피고인 과세관청에 실지조사권이 있기는 하지만 과세요건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과세자료의 대부분이 모두 납세자가 직접 지배하는 생활영역 내에 있는 만큼, 일정한 경우에는 과세관청의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거나 증명의 필요성을 전환하는 등으로 이론과 실무가 전개돼 왔다.
과세관청이 주장하는 당해 처분의 적법성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응 증명이 된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다고 보고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책임이 상대방인 원고에게 돌아간다고 하거나(이른바 ‘일응의 증명’, 대법원 1984.7.24. 선고 84누124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사실을 추정할 만한 간접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상대방이 문제로 된 당해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 적격이 되지 못하는 사정을 증명하지 않는 한 당해 과세처분을 과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이른바 ‘사실상 추정’, 대법원 1998.3.24. 선고 97누9895 판결 등 참조).
나. 처분사유의 교환·변경
과세처분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과세관청이 결정한 세액의 객관적 존부이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소송 도중 당해 처분에서 인정한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거나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그 사유를 교환·변경할 수 있다(대법원 1997.5.16. 선고 96누8796 판결).
이 때 처분의 동일성은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넓은 범주로 인식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동일 과세단위에 관한 과세처분이라면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 소정의 저가양도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손금부인하여 과세처분을 한 후 이를 고가매입에 해당한다고 주장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며(대법원 1992.9.22. 선고 91누13205 판결), 과세대상 소득이 이자소득이 아니라 대금업에 의한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도 허용된다(대법원 2002.3.12. 선고 2000두2181 판결).
다. 대상판결의 의의
조세법률관계에서는 그 실체적 진실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조세법률관계의 안정과 그 불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형평 또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과세관청에게 과세요건 사실의 파악을 위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있는만큼 그 불복 과정에서 해당 처분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 또한 과세관청이 부담하는 것이며, 한편 납세자의 경우 일정한 기한 내에 불복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그 처분에 위법이 있더라도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다.
다만 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도 불가쟁력을 부여하면서 해당 처분에 따른 조세법률관계를 유지할 이유는 없으므로 납세자는 당연무효를 주장하며 다툴 수 있다.
본 사안의 경우 당초 소송은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처분이라는 점을 다투는 무효확인소송이었으나, 불복 도중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법령을 바꾸면서 처분사유를 교환적으로 변경했다.
위헌으로 선언된 법령을 근거법령으로 삼은 처분은 그 하자의 중대·명백성이 증명된 것으로 봐야 하는데[물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루어진 처분의 경우에는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우나(대법원 2017.3.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은 후에 그 법령을 근거로 처분이 이루어졌다], 과세관청이 이를 의식해 당초의 처분사유를 교환적으로 변경했고, 처분사유가 교환적으로 변경된 이상 당해 불복절차는 그 교환된 처분사유를 기준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위 불복절차의 시작이 ‘무효확인소송’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과세관청에 의하여 교환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도 여전히 납세의무자가 그 하자의 중대·명백성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문제되는데, 처분사유의 변경이 사실관계의 기본적인 동일성 하에서 비로소 가능하고 또 그러한 동일성이 인정되는 앞선 처분사유에 대해 하자의 중대·명백성이 증명됐다면, 교환된 처분사유에 대하여는 원칙으로 돌아가 과세관청이 그 적법성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일 것이다.
한편 처분사유를 변경한다고 하여 처분시점까지 변동되는 것은 아니나,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변경이 있은 후에서야 해당 사유에 대하여 다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복제기기한이 도과한 상태에서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이 제기되었고 그 후 처분사유 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납세자에게 무효사유를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2003 :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 2006 : 제35기 사법연수원 수료
• 2004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석사
• 2007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 2014: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졸업(Master of Law)
• 2009~현재 : 법무법인(유) 율촌
• 에너지기업 대리해 3,300억원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9)
• 공기업 대리해 1,044억원대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8)
• 공기업 대리해 820억원대 관세등부과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
• 정유회사 대리해 500억원대 석유수입부과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