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7일자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여건과 구조적 여건, 재정 여건 등의 조세정책 여건을 감안하여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회복, 미래 대비, 납세편의 및 형평성 제고 등에 중점을 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2023년 세법개정의 기본방향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결혼·출산·양육 및 노후대비에 대한 지원과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통해 인구 및 지역 위기 대응역량을 강화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결혼과 관련해서는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공제를 신설해서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총 4년간)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1억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해서 증여재산공제를 추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편안대로 혼인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를 추가로 적용하게 되면, 혼인 당사자는 각각 기존의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증여재산공제액 5000만원에 혼인으로 인한 추가 증여재산공제액 1억원을 더해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게 되어, 결혼을 하면서 양가 직계존속으로부터 각각 1억5000만원씩을 증여받는다고 하면 증여세 부담없이 최대 3억원까지 증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혼인 증여재산공제에 대해 일반 납세자뿐만 아니라 정치인, 심지어 조세전문가까지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 중에는 대표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재산공제제도의 신설은 가구자산 기준으로 상위 13%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결혼지원을 핑계로 한 부의 대물림 정책이라면서 명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밖에도 정부의 이 개정안에 대해 언론인들의 논평이나 일반인들의 언론기사에 대한 댓글 등에서도 부자감세라거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표현들이 꽤 나오고 있고, 조세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SNS 토론방 등에서도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마다 발표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중에 법인세율 등 세율 인하 방안이 들어가 있거나 기업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감면제도의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따르곤 했었는데, 올해는 결혼자금에 대해 추가로 증여재산공제를 해주는 방안에 대해 찬성론도 있지만 부자감세라는 명분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한 것 같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부자감세(富者減稅)란 ‘고액의 자산가나 고소득자 등의 부자에게 부과된 세금의 액수를 줄이거나 세율을 낮추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기피현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형편이 되는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의 결혼에 소요되는 일부 자금을 증여하는 것에 대해 증여세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것이 부자감세나 부의 대물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혼인 증여재산공제’를 도입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직계존속이 성년 자녀에게 증여할 때 적용하는 증여재산공제액이 2014년 기존의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조정된 후 10년간의 물가나 소득상승, 주거비용의 상승 등으로 인한 결혼비용의 증가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2014년 1월 대비 2023년 6월 기준으로 18.6%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주택가격은 14.5%가 올랐고,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도 2014년 대비 2022년 기준으로 37.3%가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2023년 기준으로 결혼비용은 신혼집 마련 비용과 혼수비용을 합치면 3억3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의 결혼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결혼자금 용도로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에 대해 1000만엔(약 1억원)까지 증여세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러한 배경설명과 자녀가 결혼할 때 부모입장에서 형편 닿는 대로 결혼자금을 보태주려고 하는 우리사회의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모든 가계의 경제적 사정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억원이라는 자금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를 면제하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젊은층의 결혼기피현상이나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문제를 감안한다면 정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해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정도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성의 경우 응답자의 56%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여성의 경우 응답자의 44%만 결혼을 해야 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특히, 미혼 남자의 경우 36.9%가 결혼해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미혼 여자는 22.1%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해서 성별 답변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은 71.6%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지만 13세부터 19세까지의 10대에서는 29.1%만이 결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젊은층일수록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할 수 있는데,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결혼자금의 부족과 고용상태의 불안정, 그 밖의 경제적인 이유 등을 들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적인 불안정과 육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의 결혼기피현상이 심해지면서 결혼율이 떨어지고 동시에 출산율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젊은층에서의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정부가 2006년 이후 16년 동안 저출산대책을 위해 약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결혼율이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정책으로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형편이 되는 부모나 조부모가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결혼자금을 일부라도 보태서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방법도 시도해 볼만하다 할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늦은 나이까지 학업이나 취업준비 등을 하느라 자녀가 자신의 힘으로 소득을 벌어서 결혼을 하고 출산 후 아이를 양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고, 거기다가 물가상승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동안 주택가격이나 전·월세비용 등의 급등으로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스스로 주거비용을 마련하고 자녀양육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실에서는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하는 금액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의 결혼비용이나 주거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증여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증여임에도 불구하고 소비대차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현금으로 증여하는 등의 편법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액의 결혼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지만, 실상은 재력이 되는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증여를 하면서 정당하게 증여세신고를 해 세금을 내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오히려 경제력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의 입장에서 힘겹게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보태주면서 증여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더 나아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젊은층의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정부의 이번 “혼인 증여재산공제”와 유사하게 오히려 손자녀 출산에 대해 조부모가 양육비를 지원하는 경우 일정금액에 대해 증여재산가액에서 추가공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안들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을 통해 적은 세수감소 효과로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함과 동시에 정부의 예산도 일부 절감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정부의 이번 세법개정안 중에 자녀에 대한 결혼자금의 증여에 대해 증여세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은 부자감세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으로 힘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일부라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할 것이다.
다만,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혼인 대상자들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