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지상권, ‘형성권’ 성격의 관습법이지만 당사자 합의 기준 꼭 필요”
토지 소유 없는 건물주가 법정지상권을 갖고 땅주인에게 지급하는 지료(地料)를 둘러싼 이견이 있으면 소송을 통해서만 확정하는 기존 관행이 개선될 전망이다.
국회가 현행 ‘민법’에 법정지상권 지료 증액분 상한을 규정하는 한편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경우, 소송 없이 당사자 합의를 우선으로 지료를 약정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은 24일 “법정지상권 지료 증액분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지난 21일 대표 발의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소송 같은 사후적 방법으로 지료의 증감 문제를 규정한 기존의 단서를 삭제했다. 대신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경우, 당사자의 합의를 우선으로 해 지료를 약정할 수 있도록 조문을 신설했다. 또 법정지상권 지료를 올릴 때 당초 약정 지료의 20분의 1(5%)을 초과하지 않게 상한을 두도록 했다.
이종배 의원은 토지 소유권 변동 과정에서 새 소유자가 법정지상권 지료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게 하는 조치라고 법안의 핵심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법정지상권 지료의 과도한 증액을 구제하는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소송에 따른 시간적·물리적 비용이 상당하고 절차도 복잡하다”면서 “건물 임대료처럼 지상권의 지료 증액 상한을 법에 규정, 지상권자가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법정지상권과 지료는 경매로 건물 또는 토지만 취득하게 되는 경우나 땅주인과 건물주 상이의 계약에 따라 형성되는 권리관계다.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지상권이므로, 등기 없이 성립하는 물권이다. 이 법정지상권을 통해 토지 소유자는 지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며, 법정지상권자는 지상건물의 유지와 사용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고, 그 '법정지상권의 지료는 당사자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정지상권은 지료를 지급해야 하고 지료는 합의를 하거나 합의가 안 된다면 법원 결정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
법정지상권자인 건물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한 경우 토지 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건물 소유자는 법정지상권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토지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땅 주인이 갱신을 거절하면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위의 건물 등을 매수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자가 가지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은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법률관계의 발생·변경·소멸 등의 변동을 발생시키는 ‘형성권’이다. 법정지상권자의 지상물매수청구가 있으면 토지 소유자는 반드시 지상물을 매수해야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24일 본지 전화통화에서 “법정지상권 지료는 지주와 건물주가 계약기간과 금액을 자유롭게 정하는 관습법 성격이라, 다툼이 있을 때 판례로만 중재가 이뤄졌고 법에 명시가 어렵다는 게 기존 법조계의 입장”이라며 “법적 다툼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번 입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련 피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입법 과정에서는 전국적으로 땅을 빌려 건물을 지은 법정지상권 현황을 조사해보지는 않았다”면서 “단 한 건의 민원사례이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피해가 확인돼 입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이종배 의원 이외에도 김선교‧김성원‧박대수‧성일종‧이주환‧조명희‧조수진‧추경호‧태영호‧홍문표 등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