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 조세팀 “최초 대법원 판결”…비슷한 처지 내국법인들 반겨
- 국세청 출신 류성현 변호사 친정 상대 승소…국제조세 킹핀 역할
내국법인이 세율이 가벼운 나라(경과세국) 소재 법인이 보유한 특허를 사용하면서 그 나라와 맺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특허사용료 지급 때 세금을 원천징수하지 않은 점을 국세청이 문제 삼았는데, 결국 내국법인이 옳은 것으로 매듭 지워졌다.
국세청은 경과세국 소재 법인이 세금을 아끼려고 세운 ‘도관회사(道管會社, The conduit company)’에 불과하고, 실제 특허 사용료를 받아 챙기는 회사는 미국 법인이라는 이유로 내국법인이 원천징수 하지 않은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만만찮은 내공의 법률대리인이 법정에서 끝내 내국법인 승소를 이끌어냈다.
대법원은 13일 “국내 L사로부터 특허 사용료 소득을 수취한 아일랜드 법인 U가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도관회사는 질적인 자산이나 소득의 실질적 지배, 관리권 없이 조세회피의 목적을 위해 설립된 회사를 가리킨다. 직원 1~2명이 상주, 서류전달 등 간단한 업무를 수행하는 점에서 실체 없는 서류상 명목회사(paper company)와는 다르다.
대법원이 속칭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알려진 경과세국 아일랜드 소재 법인을 특허 사용료 등의 수익적 소유자임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국제조세 사건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광장 조세팀은 승소를 위해 꼬박 3년을 분투했다.
조세팀에서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류성현 변호사는 “우리 조세팀이 앞서 몇 개의 유사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으로부터 아일랜드 법인을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받은 적은 있지만 대법원이 아일랜드 법인을 수익적 소유자로 최종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류성현 변호사는 “저세율 국가로 조세피난처 요소가 있는 아일랜드에 설립된 미국 법인의 자회사라도 실질적 사업을 하는 법인인 경우에는 수익적 소유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후 아일랜드 법인에게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내국법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원천징수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내국법인 L사는 아일랜드 소재 법인에게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아일랜드 법인을 수익적 소유자로 봤다. 이에 따라 지난 1990년 7월18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서명하고 이듬해 12월27일 발효된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라 특허 사용료 지급 때 법인세를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그러나 “해당 아일랜드 법인은 도관회사에 불과하고 해당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는 그 모(母)회사인 미국법인”이라며 한미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인 15%를 적용, 약 130억원의 세금을 과세처분 했다.
국세청은 “아일랜드 법인이 수년간 자본잠식 상태로. 정상적 사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미국 소재 모(母)회사의 임원이 아일랜드 법인의 임원을 겸하고 있으며 아일랜드 법인 이사회에도 참여, 주요 의사결정을 했다”며 거듭 한미조세조약 적용이 타당함을 주장했다.
국세청은 특히 “아일랜드 법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79%를 미국 모회사로 송금하는 것 등으로 볼 때 아일랜드 법인을 도관회사로 간주해 이뤄진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L사는 행정심판을 거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L사 소송대리인인 광장 조세팀은 “아일랜드 법인이 사업에 필요한 인적 물적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미국 법인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 결정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라며 “이 법인이 수취한 소득을 스스로 사용, 수익, 처분하는 지위에 있는 ‘수익적 소유자’라고 봐야 한다”고 국세청 논리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지며 사건은 결국 상고심까지 갔고, 대법원이 13일 “아일랜드 법인 U가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며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면제규정이 적용된다”고 최종 판단했다.
류성현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3기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국세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12년 지난 법무법인 광장에 합류했다. 광장 재직 중 미 듀크대학 로스쿨(Duke University School of Law)에서 LLM 법학석사를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이번에 친정인 국세청을 상대로 국제조세 관련 고난이도 송사의 대표격인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문제 다툼에서 승소,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