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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채운다”…국세청 세정협의회 폐지 이후 명퇴 급감 징후 뚜렷
“정년 채운다”…국세청 세정협의회 폐지 이후 명퇴 급감 징후 뚜렷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2.01.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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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세무서장급 명예퇴임자, 전년 대비 크게 줄어…“더 심해질 것”
- 세정협의회가 세무사 자격 가진 세무서장의 민간진출 연착륙 보장
- 협의회 폐지에 퇴직 후 개업 제한까지 겹쳐…“명퇴요? 금수저 출신?”
- 국세청, “보직 직급조정 등 검토중이지만 인사적체 근본대책은 아직”

지난해 11월30일부로 일선 세무서 관내 세정협의회가 공식 폐지되자 국세청 총원의 1.8% 정도를 차지하는 과장급(서기관) 이상 간부들의 명예퇴직 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세무서장(과장급)이 정년을 2~3년 앞둔 경우, 조기 퇴직해 후배들의 승진 길을 틔워주고 근무기간 중 쌓은 노하우를 납세자들에게 자문하는 채널로 세정협의회가 활용된 측면이 컸는데, 그 길이 없어져 정년까지 꽉 채우고 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019년말 국세청에서 명예 퇴임한 세무사 A씨는 13일 본지와 만나 “작년 11월말 세정협의회 폐지 후 작년말에 명예 퇴임하려는 국세청 서기관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세무서장들은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명예 퇴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국세청 과장급 보직으로 4급 공무원(서기관)들이 맡는 세무서장 자리의 경우 과거 임용자 기준 56세 정년을 2~3년 앞두고 명예퇴임 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제한된 자리(보직)에 보임 대상자는 많아 인사 적체가 점점 심각해진 결과, 명퇴 관행이 불가피했던 것.

8급으로 국세공무원에 임용된 국립세무대 출신 일선 세무서장들은 정년 3년 전, 7급 또는 9급 출신 세무서장은 정년 2년 전 각각 명예퇴임하는 관행이 정착돼 왔다.

그런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명예퇴임 세무서장들이 퇴임 후 연착륙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1년간 재직했던 세무서 관내 개인이나 법인 납세자들로 구성된 세정협의회에 세무사 자격으로 세무자문 등 용역을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세무사 개업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30여년 국가 공무원 입장에서만 세금 문제를 다뤄오다가 관복을 벗고 납세자 입장에서 세금을 다루는 세무사 일을 시작하기 앞서 재직 당시 실제 결재를 했던 납세 사례들을 토대로 납세자들에게 국세행정의 개념과 절세 방식들을 자문, 일종의 ‘몸풀기’ 시간이 부여된 것.

그런데 이런 표현은 국세청 사정을 잘 알거나 내부자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이 뽑은 김두관 국회의원 눈에는 이런 과정이 '전관예우' 또는 '전현직 국세공무원이 유착한 세무비리의 온상'으로 해석된 것이다. 그런 해석이 관철된 국민 뜻에 따라 세정협의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말 그대로 ‘명예롭게 퇴임’할 물적‧심적 토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세청의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풀 해법이 마땅히 없다는 점.

지난해 말 수도권 지방국세청 관할 세무서장으로 명예 퇴임한 B세무사는 “작년말 퇴직 세무서장들은 그래도 수임 제한이 11월23일까지 가능하지만, 올해 퇴직자들은 수임 제한까지 겹쳐 국세청을 떠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세무사는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이지만, 생애소득 사이클이 늙어서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최근 몇년간 세정협의회 자문역을 통해 세무사로 연착륙할 수 있었던 환경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세정협의회 폐지이후 실제 작년에 명퇴 세무서장이 부쩍 줄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비수도권 지방국세청 관할 세무서장을 마지막으로 지난 2019년 명예 퇴임한 C세무사는 “김두관 국회의원이 국세청 인사적체 상황이나 퇴직 후 환경을 고려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국세행정 환경이 전산화 등으로 시스템화 된 점을 고려할 때 세무공무원을 무조건 비리집단으로 낙인 찍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이처럼 그동안 세정협의회가 세무사 자격을 가진 퇴임 임박 세무서장들에게 공직 퇴임 후 민간 비즈니스 진출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세정협의회 폐지는 전관예우, 비리유착 등의 가능성만으로 국세청 공무원 집단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모멸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세정협의회 폐지에 따른 인사 적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심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세무사법’ 개정으로 퇴임 후 수임 제한 규제까지 생기면서 세무사로 연착륙도 녹록찮아진 세무서장 출신들이 가급적 정년퇴임 때까지 근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조직(국세청) 입장에서는 명예퇴직을 강제로 종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슨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급조정 등을 통해 승진 인사 적체를 최대한 완화해보려고 노력해 보겠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대지 국세청장에게 세정협의회가 세금 로비 창구가 되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해 10월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대지 국세청장에게 세정협의회가 세금 로비 창구가 되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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