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부산본부세관 소속 관세행정관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0억원 상당의 밀반입 필로폰을 적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서 특별승진했다.
부산세관은 7일 “부산지검이 최근 멕시코에서 필로폰 404.23㎏을 밀반입한 마약사범 A(34)씨를 구속기소 과정에서 밀반입 필로폰 적발에 핵심적으로 기여한 이동현 주무관(40)을 특별승진 시켰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필로폰 404.23㎏은 135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으로, 부산지검은 전량 압수 조치했다.
부산세관은 국내 파견된 미국세관 직원으로부터 지난 5월 말 호주연방경찰이 한국에서 수출된 화물에서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정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 세관 직원들은 곧장 수출입 실적 수십만건을 뒤져 관련자들을 추려낸 뒤 화물이동 경로를 추적하느라 주말을 잊고 한 달 남짓 잠복근무를 했다.
결국 인적이 드문 한 창고에서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인 헬리컬기어(helical gear)에 숨겨놓은 필로폰을 찾아냈다. 숨겨진 필로폰은 404.23㎏으로 작년 총 적발된 필로폰의 7배 규모였다.
마약사범들은 멕시코에서 필로폰을 숨긴 헬리컬기어를 수입한 뒤 한국을 거쳐 호주로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는 창고를 여러 차례 옮겨다니며 물건을 숨겼다.
이동현 주무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사를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마약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무섭지는 않았고 오히려 잡았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세관 조사팀은 압수한 필로폰 규모가 원낙 커 처음에는 외국 마약 카르텔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국 직원들은 마약이 숨겨진 헬리컬기어를 국내 한 공장으로 옮겨 절단한 뒤 필로폰을 빼내는 과정에서 방검조끼를 입고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 채 공장 주변을 24시간 지켰다. 마약 조직이 연계돼 있을 경우 총격전을 불사한 탈취 시도가 있을 것까지 우려한 긴박한 순간이었다.
관세청은 마약 사범 검거에서 세운 공을 인정해 이날 이 주무관을 7급에서 6급으로 특별승진 임명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직원 1명에 대한 특별승진 임명이 이뤄진 건 1970년 개청 이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