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실제 이용 과정 – 설정 ⇒ 운용 ⇒ 종료
신탁의 개념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신탁이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법인이 설립되었다가 운영되고 해산 등 일정한 사유로 소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탁도 크게 보면 설정, 운영, 종료 등 3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할 수 있다.
(1) 신탁의 설정 단계
신탁은 신탁계약, 즉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계약에 의해서 설정된다. 이론적으로는 (계약이 아니라) 유언이나 자기신탁선언이라는 일방적 형식에 의해서도 신탁이 설정될 수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거의 활용되는 사례가 없다. 어떠한 형식이든 위탁자와 수탁자가 신탁의 성립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위탁자는 재산을 맡기는 사람을 말한다. “사람”이라고 하니까 자연인, 즉 개인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법인은 물론이고 법인격 없는 사단·재단도 자기 명의로 맡길 재산이 있는 이상 위탁자가 될 수 있다.
수탁자는 재산을 맡는 당사자를 말한다. 보통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탁업 인가를 받은 은행·증권·보험회사, 부동산신탁회사 등이 수탁자로 되며, 이러한 경우 수탁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신탁업을 영위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신탁을 “상사신탁”이라고 부른다. 신탁업 인가가 수탁자가 되기 위한 신탁법상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신탁업 인가를 받지 않고 신탁을 영업으로 하게 되면 자본시장법 등 금융규제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신탁업을 영업으로 하지 않는 것(즉,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친족 등 개인, 비영리법인 등에 한하여 수탁자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신탁을 “민사신탁(비영업신탁)”이라고 한다. 상사신탁과 민사신탁은 자본시장법상 규제의 유무에 따라 실제 운영상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는 뒤에서 따로 정리해 본다.
신탁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수익자”이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금을 계약자가 직접 받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수익자를 별도로 지정하는 것과 유사하게, 신탁계약서도 위탁자가 수익자로서 이익을 받는 경우(“자익신탁”)와 제3자를 수익자로 지정해 수익을 받도록 하는 경우(“타익신탁”)로 나뉜다.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재산이 이전되어야 비로소 신탁이 설정되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신탁재산의 종류로 1)금전 2)증권 3)금전채권 4)동산 5)부동산 6)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권리 7)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을 포함한다) 등을 열거하고 있어 상사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이 여기에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민사신탁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전된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 및 다른 신탁과 구분되려면 등기·등록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제3자도 알아볼 수 있도록 “대외적으로” 표시가 되어야 한다. 신탁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신탁등기를 통해서 이러한 표시가 이루어진다. 신탁등기를 할 때에는 “신탁원부”라고 하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통상적으로 신탁계약서)이 포함되는데, 이것도 등기부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신탁된 부동산을 거래(매매, 임대차 등)할 때에는 신탁원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추후에 따로 정리하겠지만, 신탁의 설정 단계에서 신탁재산이 위탁자에게서 수탁자에게 이전함에 대해서는 취득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수익자가 따로 있는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신탁재산의 원본 및 수익을 받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시기가 도래하지 않는다.
(2) 신탁의 운영 단계
신탁계약이 체결되고 이에 따라 신탁재산이 수탁자에게 이전되었다면, 이제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수탁자의 세부적인 권한은 신탁계약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신탁이 전형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특정 유형에 초점을 맞추면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인 “맞춤형” 설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관리신탁, 처분신탁, 개발신탁, 담보신탁, 유언대용신탁 등 주된 목적에 따라 신탁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동일한 유형이라고 세부적인 내용이 특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2가지 이상의 유형이 혼합될 수도 있으며, 그 밖에도 필요하다면 다양한 내용이나 조건 등을 넣어서 “맞춤형” 설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탁의 운영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핵심적인 특징 및 유의사항을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신탁은 하나의 권리를 몇 가지로 분리하는 기능을 한다. 예컨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부동산을 사용하고 수익(임대)하며 처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나의 권리를 구성하는 개개의 요소를 권능이라고 하는데(사용권능, 수익권능, 처분권능), 신탁은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이러한 권능을 수탁자, 위탁자, 수익자 등에게 적절히 분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신탁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약정을 해서 이와 같이 권능을 분할해 놓을 수 있지만, 신탁에 의하면 그러한 분할 내용을 대외적으로(즉,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공시하고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결정적 이점을 갖게 된다.
부동산관리신탁은 부동산의 사용권능과 수익권능을 수탁자에게 주지만 처분권능은 위탁자가 그대로 갖고, 부동산처분신탁은 반대로 수탁자가 처분을 할 수 있지만 사용 및 수익은 위탁자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동산관리 및 처분신탁으로 결합될 수도 있다. 이러한 원리는 주식 신탁에도 적용되어 주식의 소유자(즉, 주주)가 갖는 권리 내지 권능에는 의결권과 배당받을 권리 등이 있는데, 예컨대 수탁자가 의결권에 관하여는 자녀 A의 지시에 따르되 수익은 A, B, C에게 고르게 분배하도록 하는 것처럼 분할할 수도 있다.
둘째, 신탁은 조건과 친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도덕성이나 능력과 관련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증여가 자동으로 해제되는 해제조건을 달거나 해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두었는데, 실제로 그러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아버지가 부동산을 찾아오려면 아들이 스스로 돌려주지 않는 이상 소송을 해야 한다. 그 사이 아들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해 버렸으면 찾아올 방법이 아예 없게 된다.
아래 판례를 보면, 조건이 등기되어 있다면 수증자인 아들이 처분했어도 아들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제3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해 올 수 있다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가등기 말고는 없기 때문에 결국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서 가등기를 해놓지 않는 이상 소유권을 회복해 올 방법은 없다. 또한, 가등기, 소송 등의 수단을 동원해 결국 재산을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세법에서는 증여재산의 반환도 (증여세 신고 기한이 지난 후 3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증여로 보기 때문에 증여에 따른 증여세는 돌려받지 못하고 재증여에 따른 증여세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결국 이래저래 증여재산을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신탁의 경우에는 어떨까? 아버지가 부동산을 신탁하면서 수익자를 아들로 정해둔 경우에는 신탁계약에서 다른 약정을 해 두지 않는 이상 신탁계약을 언제든지 해지함으로써 신탁재산을 찾아올 수 있다.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도 해지를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 것이 안될 리가 없다.
또한, 신탁재산은 수탁자가 갖고 있으므로 신탁재산을 돌려받기 위해서 부모 자식 간에 소송을 할 필요도 없게 된다. 아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탁계약에서 특별히 수익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지 않는 이상, 아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산을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탁과 관련한 조건은 신탁원부를 통해서 등기부의 일부로서 공시되기 때문에 그 효력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이 살던 아파트를 10년 동안 또는 아들이 30세가 될 때까지 팔지 말라는 조건을 붙여서 신탁을 하였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는데, 그 기한이 되기 전에 아들이 팔았다면 매수인이 그러한 조건이 있는지 몰랐다는 주장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신탁계약을 해두는 것 자체만으로는 증여세는 물론 취득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증여와 재증여로 인한 세금 문제에서도 한결 더 자유롭다.
셋째, 앞서 본 2가지 장점 즉, 필요에 맞게 권리를 나누고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이 거래 상대방에게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어떠한 거래를 할 때에 가장 편한 것은 정형화되어 검증되어 있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인기 있는 이유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신탁은 현재 정형적 형태의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핵심적인 장점을 앞서 본 바와 같이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그 반대 측면에서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안게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탁이 설정된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임차하려는 경우, 등기부에 포함된 신탁원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러한 불편이 있다고 하여 신탁의 장점이 모두 상쇄될 정도라고 볼 수는 없고, 각각의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서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신탁에 따른 권리의 내용이나 조건 자체 또는 공시를 통해 대항할 내용의 범위 등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함으로써 거래 당사자의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형적인 아파트가 환금성 내지 거래의 편리성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하여 단독주택의 수요나 장점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3) 신탁의 종료 단계
신탁이 종료되는 사유는 크게 신탁계약에서 정하는 사유(기간 만료, 조건 성취, 해지권 행사 등)와 법률에서 정한 사유(신탁의 목적을 달성했거나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 등)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종료 사유는 일반적인 계약관계가 종료되는 사유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예컨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에 기간이 만료되거나 일정한 해지 사유에 따라 임대차가 종료되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신탁에는 실무적으로 중요하고 특이한 이슈가 2가지 정도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는 것이 신탁의 종료 사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신탁계약을 절대로 해지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도박 중독자인 아들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신이 죽은 후 아들이 재산을 일순간에 탕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재산을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들이 신탁계약을 해지해서 재산을 지급받을 수 있다면 아버지가 신탁계약을 체결한 의도는 달성될 수가 없게 된다. 신탁법상 신탁계약은 수익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위탁자와 수익자의 합의로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고, 위탁자가 곧 수익자로서 신탁의 이익을 받는 경우라고 한다면 위탁자 단독으로 신탁을 해지·종료할 수 있다. 그러나 신탁계약에서 이와 다르게 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내용도 신탁법에 함께 명시되어 있으므로, 위탁자 자신도 일단 계약을 체결한 이상 해지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아버지가 사망하면 아들이 상속인으로서 위탁자의 지위를 승계하므로 신탁법만 놓고 보면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신탁계약에 아들이 최소한 일정기간은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해 둠으로써 아버지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아들은 다른 도박 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신탁계약을 해지하려고 들겠지만….
나아가서, 신탁계약의 기간을 정해 두지 않음으로써 영구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신탁도 설정할 수 있을까? 이는 영미법에서는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이라고 하여 존속기간이 없는 신탁의 설정은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신탁법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는 문제이다. 아직 법원의 판단은 없었지만 우리 법에서는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신탁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수의 견해에 따른다면, 법인의 경우도 정관에서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상 계속 존속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된다.
신탁이 종료되면 신탁재산을 어떻게 처리될까?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부분도 신탁계약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신탁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은 수익자에게 귀속되고 수익자가 권리를 포기하면 위탁자와 그 상속인에게 권리가 주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신탁계약에서 이와 다른 방식으로 잔여재산의 귀속 권리자를 정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신탁계약에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위탁자가 수익자인 자익신탁에서 신탁이 종료되면 신탁재산은 위탁자 겸 수익자에게 귀속되게 된다.
세법상으로는 신탁계약이 종료되는 단계에서 신탁재산이 위탁자에게 귀속되느냐, 아니면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에게 귀속되는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탁자에게 귀속되면 취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되지 않음이 명확하지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과세대상이 된다.
상사신탁과 민사신탁
신탁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와 관련해서는 앞서도 잠깐 언급된 상사신탁과 민사신탁의 구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상사신탁은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부동산신탁회사와 같이 신탁업 인가를 받은 금융기관이 수탁자가 되는 신탁이고, 민사신탁은 이러한 신탁업자 이외의 개인이나 법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즉, 신탁보수를 받지 않고) 수탁자가 되는 신탁을 말한다. 어느 경우이든 신탁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앞에서 살펴본 기본적인 사항들에 있어서는 다름이 없지만, 상사신탁은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고 당국의 금융감독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된다. 민사신탁의 장점과 단점이라는 각도에서 양자의 차이를 살펴본다.
먼저, 상사신탁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규제를 받는 반면, 민사신탁은 이러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자유도”라는 측면에서는 민사신탁이 유리하다. 앞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에서는 앞서 언급한 금전채권, 유가증권 등으로 신탁재산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어서 여기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 재산(예컨대, 영업권 내지 영업 자체)을 신탁재산으로 할 수 없지만, 민사신탁에서는 이러한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신탁보수가 별도로 발생하지 않고 외부에 사적인 사실관계를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민사신탁의 중요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상사신탁은 금융감독을 통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도 확보가 가능하지만, 민사신탁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형적인 감독장치가 없기 때문에 “신뢰도” 내지 “안정성”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탁법 규정상으로는 법원이 신탁을 감독한다고 되어 있으나, 세부적·구체적인 절차나 권한 등은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신청이나 청구가 있어야 움직이는 사법부의 속성상 적극적인 감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물론 민사신탁에서도 여러 명의 수탁자를 공동으로 두는 등의 안전장치를 두어 어느 정도 신뢰도와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신탁의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신탁업자에게 맡김으로써 민사신탁과 상사신탁을 병행할 수도 있으므로, 민사신탁을 이용할 것인지 여부 또는 그 이용 범위는 위와 같은 장단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