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부, “같은 합병건에 판사별 판단 달라…미실현평가차익이되 탈세에 악용”
셀트리온제약이 자사의 한서제약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을 합병평가차익으로 봐 과세한 국세청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소송을 제기,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국세청이 물러설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장부상 공정가액보다 웃돈을 주고 인수한 부분이 법인세 과세대상인 ‘자산성 영업권’이냐”가 다툼의 쟁점인데, 전문가들은 “같은 합병 건에 대해서도 판사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국세청이 상고를 안 하면 직무유기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공인회계사는 8일 본지 취재에 “국세청은 자산성 영업권을 법인세법에 따른 합병평가차익으로 봐 과세하는데, 자산성 영업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법령에 명확치 않고 주로 법원 판례로 정의돼온 바, 국세청과 합병기업간 이견이 이어져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A회계사에 따르면, 국세청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은 100%다. 대법원 판례에 자산성을 인정한 영업권에 대한 판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A회계사는 “합병평가차액으로 과세할 수 있는 자산성 영업권 여부를 판단할 조건이나 검토 내역은 판결문을 봐야 알겠지만, 사실 이 부분은 수학공식처럼 딱딱 떨어지지 않고 말장난 같은 부분도 있다”면서 “세법에서도 재량에 따라 판단할 소지가 짙고 거의 같은 합병사례에 완전히 상반된 판례가 존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셀트리온 정도의 대기업이 한서제약을 합병하면서 관련 이슈가 있었다는 걸 몰랐을 리 없고, ‘자산성 영업권’으로 봐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될 소지가 있었다면 다른 장치를 해놓고 합병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합병평가차액으로 과세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사전에 대법원 판례에 정통한 전문가 자문을 받아 해당 요건들을 없애든지 아니면 희석을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호연회계법인 정성부 회계사는 “국세청은 인수사업에 관한 영업상의 이점 등을 고려,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이 있는 모든 경우 이를 영업권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금액이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된 경우에만 영업권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순자산공정가액을 초과해서 지급했기 때문에 차액에 대해서는 회계상 영업권으로 계상해야 하며, 이 경우 기업회계상 영업권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는 구체적으로 “합병을 통해 인수하는 자산과는 별도로 양수사업에 관한 허가ㆍ인가 등 법률상 지위, 사업상 지리적 여건, 영업상의 비법, 신용ㆍ명성 등 영업상의 이점 등을 고려, 유상 취득하고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산적 가치를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한 경우에 한해 세법상 영업권으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수 법인의 모든 자산 부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업권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자산성을 인정하기가 좀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은 자산을 취득할 때 통상 웃돈을 주고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고, 해당 자산을 나중에 영업이나 매각해서 실질적으로 실현이 됐을 때 과세를 하는 게 대체로 맞다고 본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도 국세청이 무조건 합병평가차익이라며 합병 시점에서 곧바로 과세를 하지 않는 게 맞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합병평가차익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기업들이 이런 영업권을 악용해 인수합병거래 과정에서 탈세를 꾀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업권에는 통상 브랜드 가치와 사업 노하우, 신용도 등이 포함된다. 영업권 요소들이 즉각 자산화 될 소지가 높아 사실상 공정가액에 포함돼야 하는데, 인수가액에서 이를 빼 장부가액만으로 인수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하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이런 요소들의 자산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합병평가차액으로 과세하려는 유인이 강해진다는 얘기다.
국세청에서 관련 실무를 직접 다뤘던 전문가는 셀트리온의 합병이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인지, 형식적 조직개편인지가 중요하다는 실무상 착안점을 제시했다.
국세청 출신 이준호 세무사는 8일 본지 인터뷰에서 “2010년 6월30일 이전 합병한 경우, 영업비밀 등 사업상 가치가 있어 대가를 지급한 것에 한해 세무상 자산성을 인정, 감가상각자산으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피합병법인의 순자산가액과 신주교부가액의 차액을 영업권으로 계상한 경우에는 영업권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2010년 7월1일 이후 합병분부터는 합병에 따른 영업권 계상은 ‘비적격합병’일 때만 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호 세무사는 “쉽게 말해, 셀트리온의 이번 합병이 단순히 조직개편에 해당하는 합병(적격합병)이었다면 국세청이 과세를 하지 않는데, 이익을 노린 합병(비적격합병)이라면 과세를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단순히 조직개편을 위해 한서제약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면 ‘비적격합병’으로 합병 때 발생한 장부가액과 인수가액의 차이는 당연히 과세 대상이다. 특히 셀트리온이 당초 세금 낼 생각이 없었다면 기업회계상 차액을 ‘영업권’으로 계상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는 셀트리온제약이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비상장 제약사였던 한서제약을 635억 원에 인수해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시켰다. 이후 셀트리온제약은 한서제약의 순자산 공정가액 353억원과 인수금액의 차액인 282억원을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책정했다.
역삼세무서는 이와 관련, “셀트리온제약은 한서제약을 합병해 영업상 비밀 등 영업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해 인수금액을 산정했고, 이는 법인세법상 합병평가차익에 해당해 과세 대상”이라며 99억9100만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회계상 영업권을 자산성 있는 영업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셀트리온제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직접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했고, 개별 기업의 세무 사항에 해당돼 상고 여부가 결정되더라도 미리 말씀 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