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내용 파악은 과세당국의 몫…계산서 강제 제출은 ‘과잉금지 원칙’ 위배
과세관청 모든 자료 수집 가능…토지 분양권 법인세법상 ‘재화’ 포함 안 돼
분양권을 양도하면서 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도 계산서미발급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고법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을 뒤집은 대구고법의 판결에 대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법원은 우선 법인세법이 정한 ‘재화’(계산서 발급대상 규정)에 분양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에 과세당국의 자료확보 편의성 보다는 국민재산권 보호가 앞선다는 법원의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심 판단에서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 판결 결정을 예로 들며 “과세관청이 등기소나 검인관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거래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도 계산서 등을 강제 제출토록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내용은 현 국세행정에 대해 납세자 입장을 강하게 반영한 것이어서 파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또한 “과세요건에 대한 증명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고, 법인세법상 계산서 작성·발급의무는 국민의 협력의무 규정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함부로 확대해석해 그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결이유 역시 국세청으로서는 살펴볼 대목이다.
대구도시공사는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수성의료지구 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2015년 대구 수성구 시지동 일대 토지를 약 47억 원에 부동산 분양대행업 등을 하는 A사에 분양했고 A사는 대구도시공사에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32억 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대금은 미납한 상태에서 A사 대표이사인 B씨에게 분양권을 양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분양권 공급에 관한 계산서가 수수되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남대구세무서는 A사에 계산서미발급가산세로 6500여만 원을 고지했으며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에 대해 “법인세법 제121조 4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64조 3항에는 ‘토지 및 건축물의 공급’과 관련해 계산서 작성·발급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 규정에 ‘분양권’은 명시돼 있지 않아 계산서미발급가산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찬돈)는 A사가 남대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19누4890)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고법은 “법인세법에서 계산서 발급대상으로 두고 있는 ‘재화’란 일반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한다.”고 전제하면서 “이 법의 입법목적은 당사자 사이의 거래내용을 상호 대조함으로써 근거과세를 확립하고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고법은 이어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은 토지 및 건축물의 경우 과세관청이 등기소나 검인관청으로부터 거래자료를 받아 거래내용을 파악·관리할 수 있어 계산서 등을 강제 제출토록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며 “과세요건에 대한 증명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것이고 법인세법상 계산서의 작성·발급 의무는 과세관청에 대한 국민의 협력의무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며, 이를 함부로 확대해석해 그 불이행에 따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지 분양권 공급도 부동산 공급과 마찬가지로 과세관청이 거래 자료를 모두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재화’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