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세대, 4.1년만에 임원에 올라 5.4년 걸린 부모세대보다 1.3년 이른 승진”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는 입사 후 평균 4.6년 만에 임원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세대는 4.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해 부모세대(5.4년)보다 입사 후 승진까지 1.3년 더 빨랐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오너일가의 부모와 자녀세대가 함께 경영에 참여 중인 40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는 평균 29세에 입사해 평균 33.6세에 임원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임원 중 상무(이사 포함) 직급 임원의 평균 나이가 52.9세인 점을 고려하면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은 일반 직원보다 약 19년 빠른 셈이다.
임원 승진 기간은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짧았다. 재계 1∼2세대가 주로 해당하는 부모세대는 평균 28.9세에 입사해 34.3세에 임원으로 승진해 5.4년이 걸린 반면 3∼4세대로 분류되는 자녀세대는 29.1세에 입사해 4.1년 만인 33.2세에 임원을 달았다.
입사 후 사장이 되는 시점도 자녀세대가 더 짧았다. 부모세대는 입사 후 평균 13.9년 뒤인 43.1세에, 자녀세대는 13.5년 후인 41.4세에 사장단에 올랐다.
이 같은 초고속 승진은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두드러졌다. 조사대상 가운데 30대 그룹에 포함된 21개 그룹은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 기간이 5.3년이었지만, 30대 그룹 밖 19개 그룹은 3.3년으로 2년 차이가 났다.
사장단까지의 승진 기간도 하위 그룹이 12.3년으로, 30대 그룹(14.4년)보다 2.1년 빨랐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단 오너일가는 모두 27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은 자사나 타사 경력 없이 바로 임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7명이 이에 해당했다.
30대 밖 그룹 중에는 정몽진 KCC 회장과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유상덕 삼탄 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한상준 유니드 부사장 등이었다.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 걸린 오너일가는 17명이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입사 후 첫 임원까지 16.6년이 걸렸고,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역시 16.0년이 소요됐다.
뒤이어 허명수 GS건설 부회장(15.2년),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14.2년), 박석원 두산 부사장(14.0년), 구자은 LS엠트론 회장(14.0년),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13.7년), 구자열 LS그룹 회장(12.0년),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11.4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11.2년),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11.0년), 허용수 GS에너지 사장(10.9년),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10.5년),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10.1년),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10.1년), 허윤홍 GS건설 사장(10.1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10.0년) 등의 순이었다.
장자 승계 전통을 이어가는 범LG가(家)와 형제경영, 장자상속 원칙을 따라온 두산그룹이 상대적으로 소요 기간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