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정 불명확, 사실상 공무원 재량에 판단 맡기는 셈”
- “상위 법령보다 센 규제…위임입법 한계 초과”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이 하위법령이 심사지침으로 상위법령 위임한계를 벗어나 규제를 더 강화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2일 행정예고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이하 심사지침) 제정안이 상위법 위임한계를 벗어나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면서 17건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경연은 먼저, 공정위의 심사지침 제정안이 불명확한 기준이 많아 기업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일감몰아주기 요건 심사 때 이익제공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검토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데, 심사지침 제정안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회통념’, ‘일반적인 인식의 범위’ 등 불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업기회의 제공’ 판단에 시간적 기준도 불명확해 규제당국이 자의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같이 심사기준에 계량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없으면 사실상 공무원에게 판단을 위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는 게 한경연의 지적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하게 되면 기업에 형벌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재량에 맡기기보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그 기준을 명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다음으로 심사지침이 상위법령인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법이 규제대상을 명시하고 있는데 지침에서 위임없이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예를 들었다. 이 조항에서는 이익의 제공주체와 제공객체로 각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비율 보유한 계열회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자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심사지침(안) Ⅲ. 4. 나’는 ‘특수관계인에게 실질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직·간접적으로 귀속되는 경우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거래도 이익제공행위의 범위에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인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거래’도 포함하고 있어 법 보다 더 강화된 규제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공정거래법시행령은 별표 1의3에서 ‘그 밖의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 등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하는 경우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해도 된다는 것인데, 심사지침 제정안은 경제성, 전문성 등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회사(제공주체 회사) 기준으로만 ‘사업기회 제공’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령에 없는 사항을 규정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마지막으로 공정위 심사지침이 상위법령을 사실상 축소 규정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시행령 별표에서 부당한 이익제공 등에 대한 예외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심사지침 제정안에서 부당한 이익제공 등에 대한 예외기준으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요건을 추가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 유출에 따라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초래되는 경우 보안성을 인정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사지침 제정안에서는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의 조건을 회사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보안 유지 가능성,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 거래 사례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정했다.
즉 상위법에서는 보안유지나 외부업체와 거래사례 등과 관련한 적용 제외 규정이 없음에도 심사지침에서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경연은 이번에 제정된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안은 불명확한 규정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할 수 있어 그 심사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시행 전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