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또 제재를 받았다. 형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해외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최병오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공정위는 지난 8일 패션그룹 형지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심사관 전결 경고'를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형지는 2017년 하반기 1개 하도급업체에 하도급 대금 2천725만8천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형지는 크로커다일 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 하슬러, 형지에스콰이아, 형지엘리트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기업이다. 형지 최병오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중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10차례 이상 연속으로 '개근'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형지의 법 위반은 작년 공정위가 벌인 하도급 거래 서면 실태조사에서 하도급업체의 신고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작년 5천개 원사업자와 9만5천개 하도급업체 등 총 10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 2천400여개 업체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적발한 바 있다. 다만 형지는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공정위 통보 뒤 30일 안에 미지급 대금을 지급해 조사를 받지 않고 심사관 전결 경고를 받는데 그쳤다. 심사관 전결 경고는 위법 행위를 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 사건을 조사하는 심사관 단계에서 경고처분을 내리는 제도다.
형지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대금에 가압류가 걸려 지급하려 해도 지급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지 않으면 공정위에서 미지급으로 적발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반복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대기업 중심이던 경제사절단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되며 많이 동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사를 통해 선정됐을 뿐 전 정부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프랑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136개 하도급업체에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법이 정한 수수료 중 8억7천679만3천원을 지급하지 않아 2017년 공정위 경고를 받았다. 당시에도 적발 뒤 수수료를 뒤늦게 지급했다. 형지의 계열사인 형지I&C는 2016년 하도급대금 지연 이자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한국 원산지 의류에 이탈리아·일본 제조 라벨을 붙여 판매한 혐의로 각각 경고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