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005두 10170, 2006. 4. 14]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 실체법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납세의무자가 자산을 과대계상하거나 부채를 과소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결산을 하고 이에 따라 과다하게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다가 그 과다납부한 세액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툰다는 것만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심한 배신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고, 과세관청이 분식결산에 따른 법인세 신고만을 보고 이를 그대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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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전심절차의 요부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조세행정에 있어서 2개 이상의 같은 목적의 행정처분이 단계적․발전적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서로 내용상 관련이 있다든지, 세무소송 계속중에 그 대상인 과세처분을 과세관청이 변경하였는데 위법사유가 공통된다든지, 동일한 행정처분에 의하여 수인이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선행처분에 대하여 또는 그 납세의무자들 중 1인이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친 때와 같이, 국세청장과 국세심판원으로 하여금 기본적 사실관계와 법률문제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을뿐더러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굳이 또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이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5. 24. 선고 91누 247 판결, 1992. 9. 8. 선고 92누 4383 판결, 2000. 9. 26. 선고 99두 1557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위 법리에 비추어, 1998년도, 1999년도 및 2001년도 귀속 법인세 부분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주식회사 갑은 2002. 8. 21.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같은 해 12. 16. 위 법원으로부터 위 정리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는데, 위 정리절차 개시 전 회사, 정리회사 및 관리인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모두 ‘원고’라고 한다)는 1998년도, 1999년도 및 2001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한 이 사건 2002. 10. 2.자 증액경정처분에 불복하여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고, 2003. 2. 21. 이에 대한 국세심판원의 심판결정이 나자, 다시 그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를 고려하던 중, 아직 그 불복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2003. 5. 1. 위 2002. 10. 2.자 증액경정처분에 의하여 증액된 세액을 다시 증액하는 내용의 이 사건 증액재경정처분이 이루어지자, 이에 대한 전심절차를 따로 거치지 아니한 채 바로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2003. 5. 1.자 증액재경정처분은 2002. 10. 2.자 증액경정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2002. 10. 2.자 증액경정처분은 2003. 5. 1.자 증액재경정처분에 흡수되어 소멸되었다 할 것이어서, 위 각 처분이 서로 별개의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2002. 10. 2.자 경정처분에 불복하여 국세심판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주장한 위법사유는 ‘분식회계로 인한 지급이자, 상여 등의 누락 및 가공 매출에 대한 손금산입 및 익금불산입’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2003. 5. 1.자 증액재경정처분에 대하여 주장하는 위법사유와 공통된다는 것인바, 이러한 공통사유에 대하여는 국세심판원에게 그 판단 기회가 이미 부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로 하여금 2003. 5. 1.자 증액재경정처분에 대하여 굳이 다시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이므로, 이는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1998년도, 1999년도 및 2001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한 2003. 5. 1.자 증액재경정처분에 대하여 따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 각 법인세 부분에 관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다음으로, 위 법리에 비추어, 2000년도 귀속 법인세 부분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당초 2000년도 귀속 법인세는 과세표준이 음수이어서 납부할 세액이 없다고 신고하였는데,
피고가 2003. 5. 1.자로 2000년도 귀속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증액경정처분을 하자, 이에 불복하여 따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바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원고는 1998년도, 1999년도 및 2001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한 2002. 10. 2.자 증액경정처분에 불복하여 국세심판청구를 할 당시 2000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한 피고의 과세표준 변경 결정 내용에 대하여도 다투었고, 그 국세심판 심리 당시 원고의 1998년도, 1999년도 및 2001년도 분식결산내역 뿐만 아니라 2000년도 분식결산내역에 관하여도 일괄하여 자료가 제출되었으며, 2000년도 분식결산내역 중 부당하게 손금불산입된 부분과 익금산입된 부분의 내역과 금액이 모두 밝혀졌다. 국세심판원은 이러한 분식결산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분식결산으로 납부한 세금을 돌려주게 되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입법취지와 국세기본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재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국세심판원의 심판 당시에 이미 2000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한 위 증액경정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법률상 쟁점에 대하여도 사실상 필요한 심리가 마쳐져 국세심판원에게 그 판단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원고가 2000년도 귀속 법인세에 관하여 심판청구를 하더라도 위 국세심판원의 결정과 같은 취지로 배척될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에, 원고로 하여금 굳이 2000년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에 한하여 별도로 전심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의 측면에서 무의미하다고 보여지므로 원고로 하여금 2000년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하여 굳이 따로 전심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가혹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또한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에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과세처분의 대량반복성, 전문기술성, 정형성 등의 이유로 제소에 앞서 과세관청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남소를 방지하고 사실관계에 관한 쟁점을 분명히 하며, 상급관청에게 감독, 시정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대량의 반복적 조세행정이 통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의 규정취지가 몰각될 우려도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2000년도 귀속 법인세 부분도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러므로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심절차 요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할 것이다.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 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실질과세원칙 및 신의성실원칙 등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법인세의 과세소득을 계산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세법적용의 기준이 되는 과세사실의 판단은 당해 법인의 기장 내용, 계정과목, 거래명의에 불구하고 그 거래의 실질내용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0누 10384 판결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의 장부상 누락된 비용과 가공매출을 기초로 한 이 사건 부과처분은, 모두 손금산입되거나 익금불산입되어야 할 부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아니한채 산정된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결국 위법을 면치 못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법인이 분식결산에 터잡아 법인세를 과다하게 신고.납부한 행위를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분식결산에 따라 과다하게 법인세를 납부한 행위는 민법 제746조 소정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그 반환이 거부되어야 한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기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 17968 판결 참조),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 실체법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납세의무자가 자산을 과대계상하거나 부채를 과소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결산을 하고 이에 따라 과다하게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다가 그 과다납부한 세액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툰다는 것만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심한 배신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고, 과세관청이 분식결산에 따른 법인세 신고만을 보고 이를 그대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도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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