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載亨(本社 主筆)
그동안 각 지방국세청을 돌며 그곳 간부들과 ‘대화의 장(場)’을 펼치더니 엊그제는 급기야 갑(甲) 위치의 본산인 국세본청을 찾았다. 사무관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특강도 했다.
물론 전직 지방청장 출신인 만큼 특강을 통한 후배공무원과의 대화가 별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세무사회장 자리에 국세공무원 출신이 적지 않게 스쳐간 전례에 비춰 볼 때 신선한 정경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올바른 윤리관을 강조하면서 일선 현장에서 느낀 납세자들의 정서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후배들이여! 납세자에 공손 하라
한마디로 “납세자에게 겸손 하라”면서 여러 가지 고언(苦言)을 토해 냈다. 나눔과 섬김의 실천으로 납세자들에게 감동을 주라고 주문도 했다. 먼저 공문서 기안에서부터 정성을 담으라고 했다.
전화 한 통화 받는 때에도 형식적이고 사무적인 태도를 버리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현장 조사공무원의 매너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조용근 회장의 이러한 충고는 납세자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라는 점에서 국외자들에게도 잔잔한 공감을 준다. 국세당국이 주요 납기 때마다 납세자에게 발송하는 ‘안내문’의 경우를 보자.
우리네 선량한 납세자들, 무심코 지나치지만 현미경 사고(?)로 들여다보면 무뢰하기 짝이 없는 문구가 구석구석 도사리고 있다. ‘소득금액 조절 혐의자’ ‘…금융소득이 있는 자’ 등 모두가 놈 ‘자(者)’로 끝을 낸다. 금융소득이 있는 ‘분’ 등으로 존칭을 사용하면 어디가 덧나는 것인지 생각이 미치질 못한것인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또 조사 현장은 어떤가.
대체로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예서제서 들린다. 안 그래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납세자에게 툭하면 ‘고발 운운…’하며 목을 죈다니 국세청 상층부의 세정 철학이 아직도 일선 현장까지는 못 미치는 모양이다.
더구나 조사 현장에 나가 있는 중간 간부 가운데는 불필요한 고(孤)자세로 오해를 빚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공문서 기안부터 진심 담겨야
한마디로 ‘매너 제로’가 국세공무원의 품격을 망치는 경우다. 납세자가 공손하게 명함을 내미는데 그 조사관은 무표정에 무반응이다. 이럴 때 납세자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연스레 명함을 교환하며 부드럽게 납세자에 다가선다면 국세공무원으로서의 보다 좋은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었을 텐데 경직된 사고(思考)가 아쉽기만 하다.
지금 국세당국이 납세자 신뢰도를 높이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는 것도 국세청 업무방식이 징세기관으로서의 소명에 충실한 나머지 아직도 관료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자발적 납세의무 이행을 세정 목표로 하고 있는 국세청으로서는 ‘납세자 신뢰도 제고’야 말로 절대 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납세의식은 ‘제2의 세원’이라 하거늘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자 신뢰 없이는 올바른 납세의식이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세청은 ‘납세자 신뢰도 평가’를 자청해 종아리를 걷고 스스로 매를 맞고 있다.
앞서 평가에서는 평균 62.5점을 맞아 중간정도 신뢰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특히 흥미를 끄는 대목은 국세행정을 경험한 납세자의 평가가 일반 국민의 평가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국세행정을 체험한 납세자들이 국세행정의 품질 개선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 정도 신뢰수준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세정의 불신 층이 아직도 두터운가에 고민을 해야 한다.
세정신뢰는 일선 현장에서…
조용근 회장의 말처럼 좀 더 진솔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납세자에 다가가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국세공무원 앞에 감동 안 할 납세자 없을 것이며 이것이 곧 국세행정의 신뢰로 이어 진다는 것은 불변의 상식이다.
이런 점에서 일선 현장에서의 작은 감동세정이 세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과학적인(?) 수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세정 현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곳에 문제가 있고 해법 또한 일선 현장에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세공무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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