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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때부터 부르고 알리라는 이름
창세기 때부터 부르고 알리라는 이름
  • jcy
  • 승인 2008.05.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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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金鎭雄本紙 論說委員
   
 
 
‘들뫼바다’, ‘섬마을 밀밭집’, ‘샘이 깊은 물’, ‘해찬들’, ‘아이꿈터’ … 이는 한글학회가 선정한 아름다운 상호들이다. 각기 유기농 음식점, 바지락 국수집, 한식집, 식품회사(해가 가득한 들녘이란 뜻), 어린이집의 이름인데 곰씹을수록 뜻과 소리가 아름답기만 하다.

‘올마대, 오망디, 쟈가둥, 마딘, 도티, 고소미, 매뇌, 가리대, 올미, 더믈, 샹재, 검불, 망오지, 똥구디, 수새, 쇳디, 랑관, 터대, 흰둥, 우루미, 어리딩, 돌히, 눅대, 아가지, 실구디, 검둥, 거매, 쟈근대, 북쇠, 은뫼, 망쇠, 모리쇠, 강쇠, 곰쇠 …’

이는 또 무슨 말들일까? 세종께서 훈민정음을 펴낸 직후 김수온 선생이 한글로 기록한 어느 건물의 낙성기에 나오는 조선인들의 이름들이다. 우리 조상의 이름은 쌍가매, 간난이, 언년이, 먹쇠, 개똥이 등 투박하다 못해 천박스럽다.

왜일까? 이는 악명위복(惡名爲福) 혹은 천명장수(賤名長壽)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옛날에는 이름을 나쁘게 지으면 복을 갖게 되고, 이름이 천하면 오래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권문세가도 매한가지여서 고종 임금의 아이 때 이름은 ‘개똥’이요, 황희 정승의 아명은 ‘도야지’였다.

이제 세상이 바뀌자 전에 짓던 이상한 이름들이 놀림거리가 되니 법도 이름 바꾸기를 허락하게 되었다. 근자에는 나竹子(죽자), 朴雙連(박쌍련), 金治國(김치국), 안경태 등 누가 보아도 이상스런 이름들도 개명을 허용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름에는 좋은 뜻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람’, ‘슬기’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였다. 한아름, 김보람 정다운, 한가람, 나리, 한겨레 등 뜻도 음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름’은 옛 서책에서 ‘일홈’ 또는 ‘일훔’ 등으로 표기되고 있는데 이는 ‘이르다(謂)’나 ‘말하다’의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비롯되어 ‘닐홈-일홈-이름’으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고서인 성경의 창세기(Genesis)를 보면 하나님은 엿새 동안 천지만물과 사람을 만드시고는 주로 무생물은 하나님이 직접 이름을 지으셨고, 동물들은 아담에게 이름을 짓도록 명하신다. 인류 최초의 여자를 하와(생명이란 뜻)라고 작명한 것도 아담이다. 이처럼 ‘이름짓기’는 일찍이 천지창조 때부터 신과 더불어 인간이 행한 뜻 깊은 소명이었다.

하니 예나 제나 이름은 잘 지어야 한다. 들리는 바로는 국세청이 부서명을 바꾼다고 한다. 세원1과, 세원2과, 세원3과 등으로 불리우던 부서이름을 예전에 부르던 대로 소득세과, 법인세과, 재산세과 등으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대환영이다. 알기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 간 난수표 같은 사무실 간판을 보면 공무원들 스스로도 헷갈렸다는데 그렇지 않아도 관공서라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납세자들로서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인문학적 이해가 깊은 수장을 만난 국세청이 참신한 일들을 많이 계획하고 있는데 차제에 한 가지만 더 보탠다면 조사관님들 ‘명함주기 켐페인’ 좀 벌였으면 한다.

납세자가 조사관님에게 공손히 명함을 건네면 그저 받기만 할 뿐 멀뚱한(?) 분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함 건넨 손이 민망스럽기만 하단다.

창세기 때부터 이름은 부르고 알리라고 지은 것이고, 지금은 바야흐로 행정실명제의 시대이다. 더 이상 공무원이 납세자에게 명함을 내놓는걸 꺼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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