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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세정의 타성부터 버려야
[稅政칼럼]세정의 타성부터 버려야
  • jcy
  • 승인 2008.05.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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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載亨(本社 主筆)
   
 
 
지금은 국세청장 자리가 내부 발탁으로 대물림되지만 8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군(軍) 출신들이 주거니 받거니 자리를 이어 갔다.

당시 군사문화에 길들여진 군 출신 청장들은 유난히도 ‘브리핑 행정’을 즐겼다. 기라성 같은 국세청 간부들은 툭 하면 청장 앞에 불려가 ‘브리핑’ 보고를 해야 했다. 말이 쉬어 ‘브리핑’이지 차트 만드는데 며칠 밤 공을 들였다. 브리핑 한번 잘못하면 가차 없이 하향 열차를 타기도 했으니 간부들 심정은 마치 면접 보는 수험생 같았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두뇌 회전이 빠른 젊은 층의 일부 초임 관리자들은 이런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활용했다. 청장 입맛에 맞는 ‘브리핑 차드’를 준비하는데 ‘올인’을 했다.

세정가의 새 바람 ‘일 버리기 운동’

국세행정 발전을 위한 진솔한 제안을 담기보다는 청장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현란한 아이디어로 색깔을 입혔다. 국세행정 분야에 있어 문외한에 가까운 청장들은 젊은 관리자들의 기발한 창의력(?)에 무릎을 쳤다.

파격적인 승진자도 잇달았다. 반면에 일부 진품(眞品) 간부들은 말솜씨가 어눌한 탓에 인정을 못 받는 안타까운 사연도 속출했다. 그야 말로 브리핑에 웃고 브리핑에 우는 희비쌍곡선이 이어졌던 시절이다.

국세행정에 있어 경쟁적인 아이디어 쇄도는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을 계기로 절정을 이룬다. 그러다가 1988년 전문인 청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납세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국세행정이 서서히 선회를 한다. 이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 오히려 행정을 망친다는 자괴적인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빛 좋은 개살구’처럼 현실성 없는 창안(創案)에 신물이 났던 것이다.

사실 국세청 개청 이래 세정발전 방향이라는 이름하에 무수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만큼 이제는 털어낼 것은 털어내어 납세자들의 입맛을 끄는 정돈된 세정을 펼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행정 비효율 요인 과감한 정비를

이런 차제에 최근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일 버리기’운동을 거청적(擧聽的)으로 전개함으로서 국세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업무를 떨쳐내지 못하면 업무 효율은 물론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도 이룰 수 없다는 김 서울청장의 의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낡은 세간과 낡은 옷을 버리듯 50여년 가까이 써온 구태의연한 관행을 찾아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림으로서 세정 패러다임을 이노베이션 하자는 것이다.

불필요한 일 버리기 운동을 시작한지 불과 몇 일만에 버려야할 ‘꺼리’가 수천 건이나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허드렛일로 인한 행정력 누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도 남는다.

서울청은 ‘일 버리기’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T/F팀도 구성, 불필요한 요식행위가 근절될 때 까지 이 운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행여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되레 불필요한 일이 새끼(?)를 치는 엉뚱한 사례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포석이다.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이 도시·농촌은 물론 경제단체에까지 파고들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불필요한 조직을 과감히 정비하자는 운동이 되레 부서를 늘리게 하는 웃지 못 할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 부서 외에 조직정비를 추진하고 독려하는 ‘감독부서’가 또 하나 생겨난 것이다. 이런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세행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불필요한 일 버리기 운동은 행정 효율은 물론 비용 절감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정녕 버려야 할 것은 ‘세정 타성’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납세자를 불편하게 했던 ‘타성적 관행’이 없었는지도 살펴줬으면 한다. 과세 쟁점에 있어 납세자와의 논리 대응이 팽팽할 경우 국고주의 입장에서 결정이 기우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를 할 수 있다.

국세청의 지상과제가 국가예산 조달에 있음을 납세자들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제라인의 눈치를 살피느라 무조건 과세를 하고 보자는 식의 타성적 관행이 있어 왔다면 이 기회에 반드시 버리고 넘어가야 한다. 납세자를 섬기지는 못할망정 이들의 세심(稅心)을 우울하게 하는 요인을 그대로 방치하는 그런 변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세행정 개혁은 납세자가 기꺼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데 그 목적을 둬야 한다. ‘일 버리기’와 함께 ‘타성 버리기’운동도 동시에 추진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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