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斗 爀 編輯局 取材局長
인사 당시 들리는 얘기로는 어느 간부가 1급 승진을 위해 어느 누구의 힘을 빌려 열심히 뛴다는 소문도 무성했으나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것이 조직의 분위기다.
그러나 주요 보직 자리로 보아 기대를 모았던 ▲허병익 조사국장(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승진에서 밀려나고, 그나마 부산청장으로 간 것에 위안을 받아야 되는 현실이 안타깝고 무겁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멀리 갈 것도 없이 국세청의 조사국장을 지낸 분들이 거의 그 자리에서 1급승진을 했던 사실에 비해 공교롭게도 허 국장만 빠졌으니 말이다.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세청의 조사국장을 지낸 이는 모두 18명. 이들 중 지난 96년쯤 ▲朱正中(주정중) 국장을 빼고 거의 1급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고 ▲추경석(83년~86년) ▲임채주(89년~91년) ▲손영래(99년) ▲전군표(2004년) ▲한상률(2005년) 국장 등 5명은 국세청 조직의 최고 수장인 국세청장이 되었다.
당시 주정중 국장은 稅風(세풍)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 1급 승진도 못한 채 억울하게 어려운 일을 겪기도 했다.
최근 들어 18명중 2명 빼곤 1급 승진
1급으로는 ▲박경상(92년) ▲허연도(93년) ▲신석정(94년) ▲황재성(95년) ▲봉태열(98년) ▲이주석(2000년) ▲최명해(2003년) ▲박찬욱(2006년) ▲오대식(2007년)씨 등이 서울청장이나 중부청장을 역임했다.
이 처럼 역대 조사국장을 거친 이들의 전례로 보아 그 역시 당연하게 승진이 될 것으로 일반인들은 생각했지만, ‘아니러니컬’하게 시대상황은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런 것을 두고 대부분의 이들은 ‘官運(관운)’이라고 부르는데, 어쨌거나 그는 관운이 없는 편에 속한다.
사실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솔직담백함이 그대로 남에게 전달되는 그런 가식 없는 몇 안 되는 국세청 간부 중 한사람이다. 조직에 충성 할지도 알고,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는 그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고기는 씹어야 알고, 사람은 겪어야 안다’고 하는 말 처럼 그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은 그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과 솔직함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허망하게 시대상황에 맞지 않아 꿈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꽤나 많다.
부산청장자리도 잘만하면 희망 있어
그는 서기관 시절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도 순탄치 않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되다니 사람에 따라서는 순탄치 않은 운명이 있긴 있나 보다.
아마 당사자인 그에게는 공직자로서 부산지방국세청장이라는 자리에 오도록 배려해준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국세청의 많은 고위 간부 중 지방청장 한번 못해보고 나가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인데, 이 자리에 보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역대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지낸 몇몇 분들이 1급 승진과 함께 중부청장이나 서울청장으로 영전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그에게도 한가닥 희망은 있어 보인다.
최근들어 이 곳을 거쳐 1급 승진한 이들은 ▲이주석(99년) ▲윤종훈(2004년) ▲김호업(2005년)씨 이외에 ▲이주성씨(2001년)는 국세청장까지 올랐고 ▲김정복씨(2002년)는 중부청장에 이어 국가보훈처장(장관급)까지 올라 ‘고래힘줄’보다 질긴 공직의 끈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무리 세상사가 쉬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 역시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황소가 쥐를 밟듯’ 무언가 이룰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기나긴 인생역정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승진과 같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가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日刊 NTN(일간N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3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