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永哲 편집국 부국장
대통령 취임 후 첫 외교순방 일정은 5박7일간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21일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와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 등 총 42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중 외교안보분야가 16개로 가장 많고 경제 분야가 9개이다. 그야말로 실용주의 외교의 실험무대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첫 순방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한-미 동맹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다. 나아가 한-미간 현안 중 북핵문제를 포함한 대북 공조와 FTA 비준 속도내기, 한-미-일 3자 협력강화 등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태도를 보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미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과 방위비분담금 증액,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전면참여 등을 들고 나오고 있다. 심지어 자국의 패권 유지 강화와 관련된 문제와 미국의 장기 군사패권 전략의 하나인 미사일 방어체제구축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이 거부해온 사안들을 한꺼번에 관철하려는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우리정부 관리 및 일부 여권정치인들도 한-미 관계가 미-일 수준의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해 미국의 기대치를 높이는데 기여 했다.
물론 국익을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지나친 환심사기발언은 초강국인 미국과의 동맹수준을 수평적 관계가 아닌 비대칭적 관계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번 외교도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균형적이고 호혜적인 동맹관계의 그림이 드러나 있지 않다. 자칫 ‘實用외교’보다 ‘失用외교’가 더 많을 것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한-미 동맹관계 업그레이드에 매달리다 보면 국익에 반하는 관계가 도출되기 쉽다. 쇠고기수입 전면개방과 이미 꼬여들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공조해 북한 핵 문제를 풀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미 의존도를 심화시켜 한반도 문제를 미국에 맡겨 버리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높다. 지금도 북-미관계 개선과 핵문제 해결에서 한국은 철저히 배제 된 느낌이다.
한-미 동맹관계 개선이 실용주의 외교가 아니라 국익이 우선 수단임을 이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는 잊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한-일관계 외교도 좋은 발상이다. 과거사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 대통령의 견해도 맞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태도를 보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자체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분간이 안된다. 우리 정부는 묵묵 부담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가 신청한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신청까지 반려 했다.
경제협력을 얻어내는 대가로 일본의 과거 모든 잘못을 덮어 준다면 독도는 물론 또 다른 영유권 억지주장을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국민들은 현명하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과분수적 실용은 소화불량을 부른다. 그저 ‘원칙없는 실용외교’로 또 다른 폐해를 가져 올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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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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