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산시 동쪽으로 약 8km를 차로 이동하다 보면 약 50만 평방미터에 걸쳐 국내 기계, 자동차 공업회사들이 터전으로 하고 있는 경산2 일반산업단지가 나온다. 그 가운데 신라공업의 이름이 우뚝 서 있다.
신라공업은 에어컨 컴프레샤 코일 어셈블리, 점화장치 등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로서 최도식 창업주가 1980년 7월 신라공업사로 출발할 당시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은 뜨거운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매년 가파르게 오르던 그때는 더이상 기술제휴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자립을 이뤄야만 살아남는 그런 시대였다.
빨리 시장을 선점하고자 무수한 부품업체들도 난립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의 시에서 인정받는 길은 오직 품질뿐이었다.
1997년 ISO 9002 품질 시스템 인증부터 2015년 경북테크노파크 100대 프라이드기업 선정에 이르기까지 신라공업 역사의 벽 한 켠에는 품질시스템 TS 16949, ISO 14001 인증 그리고 워터펌프 클러치용 일렉트릭 코일어셈블리 특허 등 수십여개의 특허와 인증들로 가득하다.
중소기업청장의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지정(1999년), INNO-BIZ 기업선정(2002년), 수출입은행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대상 기업 선정(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부품소재 전문기업 인증(2013년) 등 품질을 인정하는 정부공인의 수상 내역 역시 신라공업 역사의 어느 한 순간에도 빈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품질을 약속하는 완전무결의 관리
하지만 기술이 품질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장인이 기업으로 변모하려면, 생산관리와 자금회전을 터득해야 한다.
생산관리는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발주계약에서 재료 주문, 재료의 반입, 가공일정, 근로자의 스케쥴, 관련된 회계처리, 매 순간을 대처할 수 있는 자금조달, 그 모든 일정이 톱니바퀴 하나의 어긋남없이 물 흐르듯 이어져야 겨우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중 어느 한 단계라도 어긋나면 비용이 발생하고 손실이 발생하고, 기업 간의 계약에선 ‘협력이냐, 파기냐’, 심지어는 회사의 존폐라는 안까지 도달하게 된다.
신라공업이 이 가혹한 시험을 확실히 합격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1997년으로 관측된다.
당시 신라공업은 협력사였던 이래오토모티브(구 한국델파이, 옛 대우기전)와 JIT 공급 시범업체로 지정됐는데, JIT(Just In Time)는 재고를 최소화해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는 생산관리기법으로 각 근로자들의 역량과 설비, 또 이를 조율해내는 업무일정, 적기에 자재를 공급받는 총체적 관리능력이 보장돼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서로 잘만 운영되면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둘 모두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JIT였다.
요즘처럼 전사적 기업자원관리설비가 완비되지 않았던 시절, JIT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우려가 마치 거짓말이라는 듯이, 신라공업은 6년간이나 그 약속을 최우수로 돌파해냈다. 보그워너, 라이텐스, 보쉬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신라공업과 협력을 약속했다. 벤처에서 역사성을 갖춘 기업임을 입증한 것이었다.
이 때와 발맞춰 등장한 것이 신라공업 제2의 심장, 남산공장이다.
2003년 토지 4000평 위에 세워진 남산공장은 원소재의 단조, 가공, 조립, 성능테스트, 출하까지 최적의 생산관리, 배치설계를 통해 최고의 품질관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마그네틱 클러치와 필터 코어, 하우징 및 각종 단조제품이 만들어지고 있고, HCC 계자철심(Field core)의 품질은 단연 이 공장의 최대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더불어 2006년 자동차 에어컨용 압축기 풀리 제조방법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2009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직업능력개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을 정도로 미래 신라공업을 이끌 인재들이 창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도 우리가 ‘주역’
현 최병선 대표는 말단부터 고된 일을 버티고 올라선 역꾼 중 역꾼이다.
창업주의 품질에 대한 억척스러운 고집을 모두 몸에 익혀온 후 지난 2014년부터 대표에 올라선 요즘 혁신에 대한 기치를 들고 일어섰다.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점차 전기차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로 이동하면,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파워트레인)가 사라지는 만큼 부품시장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기름탱크와 엔진룸이 있던 자리는 앞으로는 배터리와 모터가 대신하게 된다. 최 대표는 이 새로운 물결에 뛰어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노사관계가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고 있다고 귀띔한다.
공업이라고 한다면 위계질서가 빡빡한 곳을 떠올리기 쉽지만, 오히려 다른 어떤 곳보다도 구성원과 협력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
제조업에서 근로자는 필수 불가결인 요소이고, 근로자와 회사간 단단한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원활한 생산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공업의 최근의 과제는 미래 기술을 어떻게 획득하느냐이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도 바탕이 되지만, 회사와 직원이 합심도 중요하다.
그 점에서 신라공업은 단 한 번의 무재해를 자랑하고 있다. 9년 연속 무재해 달성으로 노동부장관 표창(2005년), 고용노동부 강소기업 선정(2014년),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2015년) 등 노사관계의 견실함과 신뢰는 굳건하다.
이를 토대로 2005년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12년 3000만불 수출탑까지 이르렀다. 3000만불 수출탑은 연간 40~50%의 초고속 매출성장을 3년간, 그것도 수출에서 이룩해 얻은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현재도 신라공업은 생산품의 60% 이상을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범납세자로서 2006년 대구지방국세청장 상을 수상한 신라공업은 마침내 국세청 개청 50주년을 맞이해 모범납세자 은탑산업훈장의 영예까지 안게 됐다.
우수한 실적과 기술력을 보유한 히든 챔피언, 신라공업이 지역 중견기업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