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종료를 닷새 앞둔 23일 양측의 개혁 방향을 둘러싼 샅바싸움을 계속했다.
개혁의 근거 자료가 되는 연금 재정추계의 최종 검증이 오는 25일로 미뤄진 가운데 최근 제시된 중재안을 놓고 여야의 막판 물밑 접촉이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대타협기구 재정추계분과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내놓은 재정추계 모형을 검증했으나, 애초 공단 측 모형에 문제를 제기했던 분과위원·참고인들은 수급자 및 총재정부담 등의 추계치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이 모형에 따르면 공무원은 올해 108만8400명에서 2045년 118만8872명으로 30년 만에 10만472명(9.2%) 증가한다. 이들은 현행 7%의 기여율에 맞춰 재직 기간 급여의 일정액을 연금 기금에 붓는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40만4434명에서 100만750명으로 59만6316명(147.4%) 늘어난다. 돈을 내는 공무원 재직자의 증가율에 견줘 돈을 받는 수급자의 증가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의 부양률(수급자/재직자)은 올해 37%에서 2045년 84%로 급등하고, 재직자의 기여금만으로 수급액을 맞추지 못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전율은 이 기간 6%에서 28%로 4.7배가 된다.
그러나 공단 측이 수급자를 지나치게 많게 추계했다는 반론이 여전해 분과위는 대립되는 양측의 계산법을 검증한 뒤 25일 또 회의를 열어 추계 모형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야는 추계 모형이 확정되면 남은 닷새 동안 연금개혁 분과위(24일)와 노후소득보장 분과위(26일) 회의를 거쳐 26일 전체회의에서 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개혁 방향에 대한 견해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합의안 도출 여부와 무관하게 오는 28일 예정대로 기구 활동을 종료하고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입법권을 가진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로 넘긴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타협기구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타협기구에서 합의되는 게 중요하지만, 합의가 되지 않으면 나와 있는 모든 얘기를 다 특위로 올리게 돼 있다"며 노조 측의 활동 기한 연장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3차례 연금 개혁에 대해 "항상 마지막에 부딪히는 것은 이것을 근본 적용을 할 것이냐, 아니면 미봉책에 그치는 몇 년 정도의 영향만 주고 다시 개혁해야 하는 쪽으로 가야 하느냐였다"며 공무원연금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유도하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맞서 새누리당 방식의 구조개혁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저하게 떨어트려 연금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용돈'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의 구조개혁이 관철되면 2009년 공무원 입직자의 연금이 30년 후 월 148만원에서 80만원대(퇴직수당 미포함)로 줄어든다고 지적하면서 "새정치연합의 개혁안은 그런 안이 아닌 보험료도 조금 더 내고 다른 손 볼 것도 보자는 모수개혁"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다만 "지금 정부안이 국무회의 통과 안이냐 아니냐는 논란할 시간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언급, 입법화된 정부안이 필요하다는 새정치연합의 기존 주장에 타협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부·여당과 노조·야당이 각각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의 대척점에서 겉으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지만, 물밑에선 두 개혁 방식의 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고려대 김태일 교수가 제안한 '구조개혁+저축계정' 중재안이 타협 지점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안은 구조개혁으로 신규 공무원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것을 고려해 개인 저축계정을 따로 두고, 정부가 계정에 매칭펀드 형태로 2%의 저축액을 보태 월 150만원(연금+퇴직금+저축계정)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저축계정에 보태는 매칭펀드의 규모를 1% 이하로 최소화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에 치우쳤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구조개혁+저축계정' 중재안 놓고 여야 물밑접촉 성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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