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석박사 명칭 걸맞게 상속세법 개정 등 세제개혁 목소리 더 높여야”
“이제 석박사회의 회원으로 돌아갑니다.”
시원섭섭하다며 시작한 변정희 한국세무사석박사회 회장의 29일 정기총회 이임 인사는 2년간 단체를 이끌며 이뤄낸 적잖은 성과에 대한 뿌듯함 속에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변 회장은 “돌이켜 보면 많은 일이 뇌리를 스친다”며 “석박사회 로고 제작, 회원증 발급, 대만·싱가포르와의 해외학술토론회, 회비납부 회원의 대폭 증가 등이 뚜렷이 생각난다”고 회무성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실제 변정희 회장은 그동안 세무사석박사 회원들의 자긍심을 갖게 한 이 같은 조직 변혁 조치들로 회원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친목단체를 넘어 학술단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
재임 동안 그는 연간 2회 이상의 국내학술회 뿐 아니라 해외의 세무사단체들과 각국 조세제도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적 학술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2022년 11월 취임 때 “젊은 세무사 ‘석학’의 참여를 확대하고, 국제교류 학술대회 활동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한 약속의 실천이다. 석박사회 2300여 세무사의 조세 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만들고 여기에 젊은 층 참여를 이끌어 명실상부한 석박사단체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그가 특히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국제 학술교류.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싱가포르세무사회(SCTP)와 양국 조세 및 세무사제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싱가포르세무사회와 조세를 주제로 국제 학술발표대회를 연 것은 세무사석박사회 처음이다.
지난해 9월 대만 금문도에서 ‘한국세무사석박사회 해외학술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뒤이은 것으로 친목단체를 넘어 국제학술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학술단체로서의 활동과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석박사회를 이끌었던 한 역대 회장조차 “평생에 30여 명의 많은 인원으로 학술행사와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일사불란하게 세미나와 관광이 잘 진행된 것은 변정희 회장과 임원진의 노력 덕분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다소의 아쉬움이 있었는지 이임사에서 그는 “후임 회장님과 임원들께서 회를 학술적으로 ‘세무사석박사’ 명칭에 더 부합되도록 활동을 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학술단체에 버금가도록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그는 세무사석박사회외 소속 회원들이 세제의 개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상당 분량을 할애하며 에둘러 주문했다.
최근 이슈인 상속세 문제와 관련, “정치권이나 관련 부처 등 책임과 권한 있는 자들이 부자감세라는 말을 통해 정치적 이익만 얻거나 비난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일하고 있어 24년간 변화된 경제 가치들에 걸맞은 세법 개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전체 세수의 3% 정도 차지하는 상속세는 폐지하고 상속재산 양도 때 납부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의 역동을 높여 국가와 국민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감세를 통한 증세효과는 세수가 부족한 시점이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인사말에서 길게 언급한 것은 세무사, 특히 석박사 회원들이 조세전문가로서 세제개혁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국세무사석박사회 조직 기반을 확고히 하고 나아가 학술단체로 탈바꿈시킨 변정희 전 회장이 이제 평회원의 신분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지 궁금해진다.